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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리 Dec 12. 2022

안 보고 장 보기

큰 그림 그리는 법


상자 안에 크기가 다른 도형들
직육면체, 원기둥, 구를 겹쳐 넣으(그리)세요.
*적어도 15개까지



“볼펜만 사용하세요. 다시 그리기는 금지입니다.”


네번째 그림 수업에선 겹치기 배웠다.

각 도형들을 상자 안에 차곡차곡 집어넣되,

겹쳐서 안 보이는 부분은 그리지 않는다.


선생님... 연필이랑 지우개는 왜 만들었는데요.

선 좀 넘으면 앗.. 그냥 지우고 다시 그리면 안 될까요.


취업준비생 때도 인적성 시험 치는 곳은 지원도 안 했다. (해도 대체로 찍었음)

입체도형을 돌리고 펼치고 자시고 어떻게 전개되는지 알게 뭐람.

내 돈 내고 시험에 들자니. 스트레스가 잠깐 반짝했다.



“그려야 할 것과 그리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보세요.”

상자의 크기는 정해져 있다.

모두를 안전하게 담으려면 조율이 필요하다.

모든 걸 다 보여주려고 하면, 서로 부딪히거나 상자에 담기지 않는다. 어떤 건 구석지고 비좁고 싫어하는 거 옆자리에 놓일수도 있다.



이제 장을 본다고 생각하고
도형들을 구체적으로 채워보(그리)세요.
식료품, 청소도구, 문구, 화분... 무엇이든.


“큰 그림 먼저 그렸으면 디테일은 잡으면 돼요.”

일단 크게 크게 담는다.

작은 것에 매몰되다 보면 시작도 못한다.

디테일에 빠져 있으면 완성이 멀어진다.

하나만 보다 보면 우선순위를 잊기 쉽다.


“거기 선생님~ 진짜 장보는 거 아니니까, 너무 고민하진 마시고요.”




실제론 뒤죽박죽 장보기. 그림으론 나름 정리정돈 장보기.


그리다 보니 그려지더라.

수업 시작하기 전엔 쿠키 한 상자도 그려본 적 없었는데

수업 끝나고 나니 며칠치 장을 한 상자나 봐(그려)버렸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

작은 것에 주춤거리다간 아무것도 못 담는다.

일단 크게 크게 그리자. 디테일은 잡아가면 된다.

원래 꿈도 안 보고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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