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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Apr 10. 2019

2012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합헌 판단 내용

가. 현행법상 낙태죄의 체계 


낙태와 관련하여, 우리 법체계는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과 위법성 조각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즉, 형법은 제27장 낙태의 죄에서 자기낙태죄(제269조 제1항), 동의낙태죄(제269조 제2항), 업무상동의낙태죄(제270조 제1항), 부동의낙태죄(제270조 제2항), 낙태치사상죄(제269조 제3항, 제270조 제3항)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어 낙태를 전면금지하고 있으며, 

다만 모자보건법상 의학적·우생학적·윤리적 적응 사유 등 5가지 정당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임신한 날로부터 24주 이내에만 형법상 낙태죄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낙태를 일부 허용하고 있다(모자보건법 제14조, 동법 시행령 제15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 

(1) 의의 및 입법취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산사가 임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조산사가 임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낙태라 함은 태아를 자연분만기에 앞서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하거나 모체 안에서 살해하는 행위를 말하며, 낙태 결과 태아가 사망하였는지 여부는 본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고(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도2780 판결 참조), 


조산사라 함은 조산과 임부·해산부·산욕부 및 신생아에 대한 보건과 양호지도를 임무로 하는 자로서(의료법 제2조 제2항 제4호) 조산사 면허를 가지고 있는 자를 말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생명의 유지와 보호, 건강의 회복과 증진을 본분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인 조산사가 그에 반하는 부당한 낙태 행위를 하였다는 점에서 일반인보다 더 무거운 책임이 있고, 

실제로 낙태시술의 기능이나 낙태에 사용하는 약품 등을 알고 있는 조산사가 이를 남용하여 영리행위에 이르게 될 우려가 있음을 고려하여, 동의낙태죄(형법 제269조 제2항)에 대한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규정함으로써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함에 그 입법취지가 있다(헌재 2008. 7. 31. 2004헌마1010등, 판례집 20-2상, 236, 253-254 참조). 


(2) 타 범죄와의 관계 

업무상동의낙태죄와 자기낙태죄는 전체적인 구성요건의 내용상 2인 이상의 관여자가 낙태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하여 서로 다른 방향에서 구성요건의 실현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강학상 대향범에 해당한다. 한편, 현행법상 조산사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낙태시술을 한 경우에는 업무상동의낙태죄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죄의 경합범으로 처벌받게 되며(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7년 이하의 자격정지가 병과된다(형법 제270조 제4항).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 

(1) 쟁점의 정리 

청구인은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임신 초기의 낙태행위까지 금지하고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임부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조산사의 낙태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도 당연히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업무상동의낙태죄와 자기낙태죄는 대향범이고, 이 사건은 낙태하는 임부를 도와주는 조산사의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위헌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이므로, 임부의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부의 동의를 받아 낙태시술을 한 조산사를 형사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도 당연히 위헌이 되는 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도 같은 사유로 바로 위헌이 되는 반면, 자기낙태죄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더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조산사의 업무상동의낙태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게 된다. 


(2) 자기낙태죄 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여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개인의 인격권ㆍ행복추구권에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이 전제되는 것이고,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임신과 출산에 관한 결정, 즉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 내재하는 특별한 희생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태아의 발달단계나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임부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형사처벌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임부의 자기결정권, 즉 낙태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나) 판단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낙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임부의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도 적절한 방법이다. 


2) 피해의 최소성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다. 이러한 생명에 대한 권리, 즉 생명권은 비록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 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헌재 1996. 11. 28. 95헌바1, 판례집 8-2, 537, 545 참조).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고, 인간으로서 형성되어 가는 단계의 생명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태아가 비록 그 생명의 유지를 위하여 모(母)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헌재 2008. 7. 31. 2004헌바81, 판례집 20-2상, 91, 101 참조).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이고, 따라서 그 성장 상태가 보호 여부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헌법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그것이 인간으로 될 예정인 생명체라는 이유 때문이지, 그것이 독립하여 생존할 능력이 있다거나 사고능력, 자아인식 등 정신적 능력이 있는 생명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러므로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그에 대한 낙태 허용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인간이면 누구나 신체적 조건이나 발달 상태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생명 보호의 주체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태아도 성장 상태와 관계없이 생명권의 주체로서 마땅히 보호를 받아야 한다. 

특히 의학의 비약적 발전으로 태아가 모태를 떠난 상태에서의 생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실과 그 성장 속도 역시 태아에 따라 다른 현실을 감안하면, 임신 후 몇 주가 경과하였는지 또는 생물학적 분화 단계를 기준으로 보호의 정도를 달리할 것은 아니다. 


다만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는 것은 수정 후 14일 경에 이루어지고, 그 이후부터 태아는 낙태죄의 객체로 되는데, 수정이 되었다고 하여 수정란이 정상적으로 자궁에 착상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며, 그 단계에서는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려우므로, 자궁에 착상하기 이전 단계의 수정란을 그 이후의 태아와 동일하게 취급하지 아니하는 것은 그나름의 합리성이 인정될 수 있다. 또한 진통시부터는 태아가 산모로부터 독립하여 생존이 가능하므로 그 때를 기준으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태아도 그 성장 상태를 막론하고 생명권의 주체로서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이후부터 출산하기 이전까지의 태아를 성장 단계에 따라 구분하여 보호의 정도를 달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한편,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낙태를 방지하는 방법으로 비형벌적 제재가 아닌 형벌적 제재를 택한 것이 지나치게 과도한 방법인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자기낙태죄 조항이 형벌로써 낙태를 규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적인 낙태가 성행하고 있고 그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만일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도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되어 자기낙태죄 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성교육과 피임법의 보편적 상용, 임부에 대한 지원 등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미연에 방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불법적인 낙태를 방지할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물론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사유 등으로 낙태를 허용해야 할 필요가 절실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입법자는 일정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하여(모자보건법 제14조, 동법 시행령 제15조), 임부의 생명·건강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나 범죄행위로 인한 임신의 지속이 오히려 법질서에 반하는 경우와 같이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태아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로까지 그 허용의 사유를 넓힌다면, 자칫 자기낙태죄 조항은 거의 사문화되고 낙태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져 인간생명에 대한 경시풍조가 확산될 우려마저 없지 않다.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은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 법익의 균형성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말미암아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 제한의 정도가 자기낙태죄 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 비록 자기 낙태죄 조항이 낙태 근절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조항이 존재함으로 인한 위축 효과 및 이 조항이 없어질 경우 발생할지도 모를 인명경시 풍조 등을 고려하여 보면,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 사이에 법익 균형성도 충족된다. 


4) 소결 

그렇다면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아니한 것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 

청구인은, 자기낙태죄 조항의 위헌 여부와 별개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조산사의 업무상동의낙태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과도한 처벌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조산사가 임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와 형법 제269조 제2항의 동의낙태죄와 달리 벌금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 

1) 법정형의 내용에 대한 입법형성권의 범위와 한계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보호법익 및 범죄예방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 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2011. 2. 24. 2009헌바29, 판례집 23-1상, 75, 85). 


2) 판단 

입법자는 생명의 유지와 보호, 건강의 회복과 증진을 본분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조산사가 그에 반하는 낙태를 하게 한 경우에는 일반인보다 책임이 무거우며, 실제로 낙태시술의 기능이나 낙태에 사용하는 약품 등을 알고 있는 조산사가 이를 남용하여 영리행위에 이르게 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 하에 조산사의 낙태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한 것임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조산사의 낙태를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산사가 임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를 하게 한 경우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법정형의 상한이 2년 이하의 징역으로 되어 있어 법정형의 상한 자체가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낙태에 대하여는 작량감경이나 법률상 감경을 하지 않아도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 선고의 길이 열려 있으므로,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책임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하는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형벌의 체계정당성 및 평등원칙 위배 여부에 관한 판단 

형벌체계의 균형성 및 평등원칙의 내용은, 죄질과 보호법익 등이 유사한 범죄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비슷한법정형으로처벌되어야한다는것이다(헌재 2008.10.30.2006헌마447,판례집20-2상,1049, 1056). 

낙태는 행위태양에 관계없이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높고, 일반인에 의해서 행해지기는 어려워 대부분 낙태에 관한 지식이 있는 의료업무종사자를 통해 이루어지며,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시술을 한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 또한 크다. 나아가 경미한 벌금형은 낙태시술의 기능이나 낙태에 사용하는 약품 등을 알고 있는 것을 남용하여 영리행위를 추구하는 조산사에 대하여는 위하력을 가지기 어렵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형법상 동의낙태죄(제269조 제2항)와 달리 벌금형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반대의견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반대의견에 관하여 재판관 이동흡의 보충의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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