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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Apr 11. 2019

2012년 헌법재판소 낙태죄 위헌 견해 내용 알아보기

이 위헌 견해도 낙태죄의 전면 부정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일률적으로 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생각하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도 같은 사유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다.           


가. 자기낙태죄 조항의 위헌 여부      



우리 형법은 태아의 발달단계 혹은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모든 낙태를 금지하고 처벌하면서, 다만 모자보건법상 일정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임신 24주 이내에 한하여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형법과 모자보건법에 의하면, 일정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없는 한 임신 초기의 낙태도 허용되지 않는바,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고 있는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 


자기낙태죄 조항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낙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임부의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법정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국가는 헌법 제10조에 따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바, 태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에는 출산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이 임신 중 또는 출산 후 겪게 되는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부의 신체적·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에야 비로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태아는 생성중인 인간으로서 생물학적으로 모체 내에서 모체에 종속되어 있어 생명의 유지와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고 있는 불완전한 생명이며, 임신과 출산은 기본적으로 모(母)의 책임 하에 대부분이 이루어지므로, 원하지 않은 임신 내지 출산이 모(母)와 태아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현실(미혼모 문제, 해외입양문제, 영아유기·치사 문제, 고아문제 등)을 감안하면, 임신기간 중 일정 시점까지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다만 임부에게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태아의 생명권에 대한 제한을 수반하게 되므로, 태아의 생명권과의 사이에 법익의 균형을 도모할 필요성, 즉 태아의 생명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조화로운 범위 내에서 일정한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 요청된다.      

(나) 생명의 연속적 발전과정에 대하여 생명이라는 공통요소만을 이유로 하여 언제나 동일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생명이라 할지라도 법질서가 생명의 발전과정을 일정한 단계들로 구분하고 그 각 단계에 상이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예컨대 형법은 태아를 통상 낙태죄의 객체로 취급하지만, 진통시로부터 태아는 사람으로 취급되어 살인죄의 객체로 됨으로써 생명의 단계에 따라 생명침해행위에 대한 처벌의 정도가 달라진다. 나아가 태아는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때로부터 낙태죄의 객체로 되는데 착상은 통상 수정 후 14일 경에 이루어지므로, 그 이전의 생명에 대해서는 형법상 어떠한 보호도 행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이 생명의 전체적 과정에 대해 법질서가 언제나 동일한 법적 보호 내지 효과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인간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그 보호정도나 보호수단을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헌재 2008. 7. 31. 2004헌바81, 판례집 20-2상, 91, 104-106 참조).      


살피건대, 생물학의 발전과 의학적 치료술의 발전에 따라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능력을 갖게 되는 시기는 가변적일 수 있으나, 현대 의학의 수준에서는 태아가 임신 24주에 이르기까지는 폐포가 될 종말낭(terminal sacs)이 아직 형성되지 않아 자궁배출 이후에 호흡에 이를 가능성이 전무하며 자존적 생존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고 있으므로, 태아의 독자적 생존능력은 임신 24주 이후에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현행 모자보건법도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시행됨을 전제로 하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 기간을 임신 24주일 이내라고 규정하고 있어(모자보건법 제2조 제7호, 동법 시행령 제15조 제1항), 임신 24주 이후의 태아에게 독자적 생존능력이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 임신 24주 이후에는 태아의 생명도 인간의 생명과 어느 정도 동일시할 수 있으므로 임부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임부의 생명이나 건강에 현저한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등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함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기 전이라도 임신 중기(임신 13주~24주)의 낙태는 임신 초기(임신 1주~12주)의 낙태에 비하여 자궁천공, 출혈패혈증, 양수전색증 등의 합병증 우려가 크고, 모성사망률의 위험도 급격히 커져 임부의 생명이나 건강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증가하므로, 국가는 모성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하여 낙태의 절차를 규제하는 등으로 임신중기의 낙태에 관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임신 초기, 즉 임신 1주에서 12주까지의 시기는 태아가 이제 막 인간과 유사한 신체적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로서, 의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이 시기의 태아는 사고나 자아인식, 정신적 능력과 같은 의식적 경험에 필요한 신경생리학적 구조나 기능들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임신 초기의 태아는 감각을 분류하거나 감각의 발생부위 또는 그 강도 등을 식별할 수 없고, 더 나아가 여러 가지 감각을 통합하여 지각을 형성할 수도 없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편, 임신 초기의 낙태는 시술방법이 간단하여 비교적 임부에게 안전하다고 할 수 있고, 실제로 낙태로 인한 합병증 및 모성사망률이 현저히 낮다. 따라서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낙태를 허용해 줄 여지가 크다. 나아가, 낙태를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형법 규정이 현재는 거의 사문화되어 낙태의 근절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불법낙태로 임부의 건강이나 생명에 위험이 초래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어 그 대책이 시급한 현실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낙태를 허용해 줄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임신기간 여하에 따라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 및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인데도, 이 사건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부의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다른 수단을 모색하지 아니한 채 임신기간 여하에 상관없이 임부의 낙태를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3) 법익의 균형성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추구하려는 공익은 태아의 생명보호이다. 그런데 각종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낙태가 가장 많은 국가군에 속하지만 형사상 낙태죄로 처벌되거나 기소되는 예는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해마다 3~10건 정도 기소되어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임부의 자기낙태 사건에서의 결론은 대부분 선고유예였다고 한다. 이는 결국 낙태를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형법 규정이 현재는 거의 사문화되어 낙태의 근절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은 더 이상 자기낙태죄 조항을 통하여 달성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형사처벌보다는 성교육 내지 피임 관련 교육, 낙태상담 등의 실시, 임부에 대한 사회복지 차원에서의 부조와 국가적 지원 등이 더욱 실효성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 


반면,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임부의 임신 유지 여부에 대한 자기결정의 영역을 전혀 존중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금지하고 처벌하는 자기낙태죄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볼 것이다.      


(4) 소결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 초기(임신 1주~12주)의 낙태까지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 원칙 및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위배하여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일률적으로 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헌이므로,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임신 초기의 임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시술을 한 조산사를 형사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도 위 범위 내에서 위헌이라고 볼 것이다.    


       

다. 결어 


이 사건 법률조항 및 이와 동일한 위헌 사유가 있는 형법 제269조, 제270조 제3항 중 제1항에 관한 부분의 각 “낙태”에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할 것이다.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반대의견 

(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공보 제191호, 1581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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