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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Jun 06. 2024

좋은 수필집일수록 나를 슬프게 한다

좋은 수필집이 나오면 내가 슬픈 이유는, 아무리 문학성이 뛰어난 수필집이라도 독자들의 무관심이 뜨겁기 때문이다. 문학의 한 장르로서 수필은 우리의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쳐 버리는 사소한 순간들을 포착하여, 그 안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그러나 이 귀한 장르가 현대 사회에서는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나는 가끔 서점에 들러 수필집을 뒤적이곤 한다. 다양한 작가들의 목소리와 그들이 바라본 세상,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삶의 철학을 접할 때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하지만 수필 코너는 언제나 조용하다. 화려한 소설이나 자극적인 논픽션 앞에 밀려 서가 한 구석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문학성 뛰어난 수필집들이 등장할 때마다 나는 기쁨과 동시에 슬픔을 느낀다. 그 슬픔은 마치 오랜 친구가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과 같다. 수필은 오랜 시간 공들여 빚어낸 작품이다. 작가들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담아, 독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정성이 대중의 무관심 속에 묻혀버릴 때,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예전에는 수필이 사랑받던 시절이 있었다. 수필가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의 글은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고, 독자들은 그 속에서 위로와 영감을 얻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바빠지고 있다. 짧고 강렬한 정보에 익숙해진 우리는 긴 호흡의 수필을 읽을 여유를 잃어가고 있다.


내가 슬픈 이유는 단지 수필의 몰락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삶의 질이 낮아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소비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 수필은 우리에게 삶의 깊이와 넓이를 되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이런 귀중한 기회를 놓치고 있는 우리가 안타깝다.


좋은 수필집이 나올 때마다, 나는 그 작품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기를 바란다. 그 안에 담긴 작가의 목소리가 독자들에게 전달되어, 그들도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수필은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게 해준다. 그럼에도 독자들의 무관심은 여전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나는 슬픔을 느낀다. 그러나 동시에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언젠가 다시 수필이 사랑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나는 오늘도 수필집을 손에 든다. 그 속에서 나는 작가와의 조용한 대화를 나누고,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품는다. 수필이 우리의 삶 속에서 다시금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빛이 많은 사람에게 닿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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