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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Aug 13. 2019

잠실 롯데월드타워 123층, 554.5미터의 비밀

하늘을 향해 뻗친 그곳에 가면 어쩐지 기운을 받을 거 같아, 중요한 책 출간을 앞두고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가보기로 하였다. 만년필 펜촉처럼 들어와 신비롭게 느껴지던 타워 꼭대기를 멀리서 볼 때마다 한 번 가봐야지, 가봐야지 벼르기만 한 것이다. 

타워 안으로 들어가기 전 탑돌이 하듯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았다. 뒤편 잔디밭에는 사람이 앉아 있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조형물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 그리고 영어 알파벳과 아름다운 우리 낱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람의 형상은 마치 책을 펼쳐들고 앉아 있는 듯도 했다.

엘리베이터는 1분이면 118층까지 사람들을 올려다 놓았다. 지하 2층에서 탔으니 1층 올라가는데 0.5초 걸린 셈이다. 잠깐 귀가 먹먹하였다. 

118층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모두 장난감처럼 보였다. 차량은 개미처럼 움직일 뿐이었다. 사람들이 참 쓸데없는 것을 많이도 만들어놓고 산다 싶었다. 입으로 훅 불면 모든 게 먼지처럼 날아갈 듯하였다. 물 한 바가지 부으면 한 동네가 잠길 거 같았다. 도시 빌딩을 짓밟고 다니던 영화 속 킹콩이 떠올랐다. 겨우 118층에서 내려다 본 세상이 저럴진대,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을 내려다 보시기에는 얼마나 하찮으랴.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수천 년 인간의 역사는 보잘 없는 것이었다. 

119층에는 자그마한 야외 공간이 있었다. 천장이 트인 곳이었다. 119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맞이하는 바람이 이럴까. 현기증이 잃었다. 

119층에서 멋모르고 창가로 다가가다 깜짝 놀랐다. 바닥이 투명유리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2미터 높이 다리도 못 건너는 우리 편집장과 왔다면 기겁할 일이었다. 바로 발아래 119층 낭떠러지 끝이 보이자 항문이 실룩거렸다. 엘리베이터로 이곳까지 1분이 걸렸는데, 사람이 여기서 낙하하면 바닥까지 얼마나 걸릴까. 

118층에서부터 121층까지 천천히 사위를 돌며 바라본 세상, 저곳에서 나도 한 점 미물로 발버둥 치며 살아간다 생각하니, 삶이 새삼스레 허무하였다. 한 점 먼지도 못 되는 것이 매일 먹고 살겠다며 허우적거리는 꼴이라니…. 그러면서도 나는 이곳에서 기운을 받았다. 세상을 한 번은 내 발아래 두어야지. 저 별것도 아닌 것들이 무어라고 매일 주눅 들어 사나…. 

다시 내가 사는 땅으로 내려왔다. 담배 하나 피울까 하여 여기저기를 기웃거렸지만 나를 받아줄 데는 없었다. 참 숨 막히는 동네다. 결국 포기하고 돌아서려는데 사람들이 자그마한 가게 앞에서 줄지어 서있었다. 로또복권 가게였다. 가게 앞에는 1등을 열 몇 번, 2등을 마흔 몇 번 배출한 소위 로또 명당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마 이 가게는 롯데타워가 들어선 이후 기운이 더 가세한 모양이었다. 복권 가게 주인이 가만 앉아서 쉼 없이 받아들인 돈을 보니 머잖아 롯데타워도 사들일 기세다. 어딜 가나 머릿속에는 책이다.

'야, 사람들이 우리 책을 사려고 저리 줄지어 선 날도 왔으면…'   

  

롯데월드타워 외모는 붓을 형상화한 디자인이라고 한다. 글을 쓰는 붓이라니, 이 얼마나 멋진가. 타워의 높이도 높이지만 이런 지성적 이미지를 지닌 마천루가 세계 또 있을까(이 글을 쓴 이후 안 사실이지만 젊은 시절 신격호 회장은 문학청년이었단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 로테에서 영감을 얻어 회사명도 롯데로 지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타워 모습도 붓을 형상화 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잔디밭의 조형물도…).  

내가 일터에서 제일 자주 보는 건물이 신도림 쉐라톤 호텔이다. 꽤 고층의 이 건물은 멀찌감치 바라보면 원형이고,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타원형이다. 나는 이 건물을 바라볼 때마다 둥글게 살아야지, 둥글게 살아야지 한다.

롯데 타워를 아주 멀리서 보면 내게는 펜촉이 위로 향하도록 세운 고급 만년필 형상으로 보였다. 그래선지 이 마천루를 아득히 바라보면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이는 내가 만년필을 좋아한 까닭인지도 모른다. 출판사 업무라는 게 온갖 잡무가 널브러진 터라, 마음 편히 글 한 편 써내기가 어렵다. 그런 거 보면 롯데월드타워 이미지가 책과 무관한 것만은 아니다. 글을 써야 출간을 하기 때문이다.

이 타워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면 거대한 탑처럼 생겼다. 이마저도 내 눈에는 책의 탑처럼 보인다. 이처럼 롯데 타워가 책과 친근한 이미지를 준다는 것이 내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나저나 책으로 롯데 타워 높이를 쌓으면 몇 권이나 들어갈까. 베스트셀러 한 권 나와서 저 높이만큼 책이 팔려나갔으면 원 없겠다. 글을 쓰거나 출간을 하려는 사람은 여길 오면 붓의 기운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롯데 타워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마천루라 할까. 세계 마천루 가운데 5위라니 빌딩으로서도 위풍당당한 위상이다. 그런데 타워라는 이름이 좀 아쉽다. ‘롯데월드탑’이라고 하였으면 싶은 것이다. 한문 표기로는 塔, 영문 표기로는 Top!

롯데월드타워는 123층(지하6층), 554.5미터이다. 왜 123층에다 554.5미터로 하였을까. 물론 공학적인 계산법이 적용되었겠지만 저리 웅장한 빌딩을 세우는데 롯데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을까. 

만일 롯데가 미래의 비전 혹은 포부를 담아 123층을 채웠다면, '롯데월드타워 123층'은 이런 의미 아니었을까. 


'롯데는 세계(월드) 1위 2위 3위를 횝쓴다.'


만일 이름을 '롯데월드탑123'으로 하였다면 '롯데는 세계 Top 1, 2, 3'이 된다. 

     

그러면 높이  554.5미터는 어찌 해석할까. 이는 ‘롯데로 다(5)오(5)네(4). 다(5)’이다.     

'롯데 세계 탑 1, 2, 3'

'롯데로 다 오네, 다'     


대기업이면 저 정도 포부는 있어야지. 내가 해놓고도 그럴듯한 해석처럼 읽힌다. 붓이나 만년필을 연상케 하는 롯데타워를 바라보면, 사람들이 글을 쓰고 싶고, 책을 읽고 싶은 기운이 전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가뜩이나 바닥인 우리나라 독서율이 저 마천루처럼 높아졌으면….


나도 책 한 권 써볼까. 도대체 수많은 글을 쓰고 수많은 책을 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http://www.sdt.or.kr/bbs/bbs/board.php?bo_table=B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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