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소설, 78일간의 운명…1일차

by 해드림 hd books

[프롤로그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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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승주는 직장 내 괴롭힘, 가족과의 단절, 연애 실패, 빚 등으로 인해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견디며 살아가는 30대 초반의 남성이다. 삶에 대한 의욕은 사라졌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한 채 침묵 속에서 점점 투명해져가는 자신을 느낀다.

어느 날 밤, 승주는 꿈에서 빛나는 날개를 지닌 천사 가브리엘을 만난다. 가브리엘은 “78일 동안 매일 타로카드 한 장대로 살아가면 운명이 바뀔 것”이라며, 마지막 날의 카드가 앞으로 자신의 운명이 될 거라고 예언한다. 이 꿈은 단순한 환상이 아닌, 그의 내면을 뒤흔드는 계시로 다가온다.

다음 날 새벽, 승주는 오래된 타로카드와 세이지, 촛불을 꺼내 정화 의식을 치른 후 78장의 카드를 경건히 셔플하고 하나로 포갠다. 그리고 첫 번째 카드를 뒤집는 순간, 그의 새로운 삶과 치유, 변화의 여정이 시작된다. 이 소설은 78장의 카드가 이끄는 78일간의 자기 변화를 그려나가는 운명의 기록이다.

겨울비가 내렸다.

창틀 틈으로 스며든 물방울이 차가운 유리를 타고 천천히 흘러내렸다. 물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작고 은은한 소리가 방 안 깊숙이 번졌다. 빗방울의 고요한 리듬이 새벽의 적막과 어우러져 선명하게 마음으로 파고들었다. 마치 오래된 기억의 조각들이 빗물처럼 천천히 흘러내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냉장고 안에는 물과 식빵 쪼가리와 케첩뿐이었고, 어제 먹다 남은 컵라면은 싱크대에서 추접스럽게 궁상을 떨고 있었다. 새벽 의식 후 첫날, 승주는 떨리는 가슴으로 첫 번째 카드를 뒤집었다.

“펜타클 7(Seven of Pentacles).”

카드 속 남자는 농기구에 몸을 기댄 채 무언가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수확하기 직전의 작물인지, 아직 더 기다려야 하는 씨앗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뭔가를 기다리는 눈빛. 그건 마치 그의 눈빛과도 같았다.

출근을 포기한 날이 며칠째였다. 회사에서는 휴직 처리도 하지 않은 채 그를 ‘없는 사람’처럼 대하고 있었다. 팀장이 보낸 마지막 메시지는 "그만둘 거면 깔끔하게 하자"는 한 줄뿐이었다. 마치 인간이 아닌 관리대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지만 무엇보다 끔찍한 건, 그런 취급에도 더는 화조차 낼 수 없는 자신이었다.

문득 핸드폰이 울렸다.

‘대출 이자 미납 안내’

가슴이 철렁한 승주는 화면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휴대폰을 꺼버렸다.

이제는 그 어떤 숫자도 현실 같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상처처럼, 빚도 언젠가 흐릿해질 거라고 믿고 싶었다.

승주는 습관처럼 컴퓨터를 켰다. 반년 전까지 운영하던 블로그가 자동으로 떴다. 예전에는 일상의 조각들을 종종 올렸었다. 새로 산 카메라, 가을 풍경, 좋아하던 책 구절들….

하지만 마지막 포스팅은 “회사 옮기고 정신없었네요”라는 단 한 줄로 끝나 있었다.

스크롤을 내리다 예전 글 하나를 읽어보았다.

“돈은 결국 사람을 판단하게 한다. 하지만 그 판단은 종종 너무 빨라서, 결국 삶을 오해하게 만든다.”

그 글을 쓴 자신이 지금은 그 말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었다.

승주는 다시 첫 번째 카드 ‘펜타클 7’을 바라봤다.

기다리는 것.

이뤄지지 않은 노력.

수확하지 못한 결과.

그 모든 말이 자신에게 칼처럼 날아와 꽂혔다.

하지만 카드 속 인물은 포기한 게 아니었다.

비록 지쳐 보일지라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농기구를 끝까지 붙들었고, 고개를 돌려 현실을 외면하는 것도 아니었다. 마치 지금 이 고통조차 결국 언젠가 다가올 수확의 일부라는 듯이….

승주는 눈을 감고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무언가 해야겠다는 막연한 결심이 들었다. 당장 상황이 바뀔 수는 없겠지만, 오늘 하루는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았다.

밖으로 나간 승주는 근처 복지센터를 찾아갔다. 창구 앞에서 승주는 머뭇거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구직 상담 같은 거, 받을 수 있을까요?”

직원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을 때, 승주는 오래된 낙엽 하나가 가슴 안에서 부드럽게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낙엽은 다름아닌 묵은 감정, 슬픔, 체념, 허무함, 또는 쓸쓸함 등이었다. 오랜 무기력과 상처에서 벗어나는 미세한 변화의 시작이며, 마음속 묵직하게 쌓인 체념이나 슬픔이 조금씩 흘러내리는 정화의 감각이었다. 비록 아주 미세한 변화일지라도, 무언가 하고자 하는 시도만으로 그에겐 충분한 것이었다. 가브리엘 천사가 펜타클 7을 통해 자신에게 주는 에너지 같았다.

아직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씨앗처럼 가슴속에서 꿈틀거렸다.

다음 카드가 무엇이든, 승주는 이 작은 시작이 헛되지 않기를 바랐다.


***‘펜타클 7의 주요 키워드

기다림과 인내

노력과 그에 대한 평가

수확 직전의 멈춤

과정 중간의 되돌아봄

성취와 좌절 사이의 회고

++++타로의신 라스트.jpg


심리와 치유의 신비한 타로 세계, 타로 소설 ‘타로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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