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소설, 78일간의 운명…4일차

by 해드림 hd books

[프롤로그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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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승주는 직장 내 괴롭힘, 가족과의 단절, 연애 실패, 빚 등으로 인해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견디며 살아가는 30대 초반의 남성이다. 삶에 대한 의욕은 사라졌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한 채 침묵 속에서 점점 투명해져가는 자신을 느낀다.

어느 날 밤, 승주는 꿈에서 빛나는 날개를 지닌 천사 가브리엘을 만난다. 가브리엘은 “78일 동안 매일 타로카드 한 장대로 살아가면 운명이 바뀔 것”이라며, 마지막 날의 카드가 앞으로 자신의 운명이 될 거라고 예언한다. 이 꿈은 단순한 환상이 아닌, 그의 내면을 뒤흔드는 계시로 다가온다.

다음 날 새벽, 승주는 오래된 타로카드와 세이지, 촛불을 꺼내 정화 의식을 치른 후 78장의 카드를 경건히 셔플하고 하나로 포갠다. 그리고 첫 번째 카드를 뒤집는 순간, 그의 새로운 삶과 치유, 변화의 여정이 시작된다. 이 소설은 78장의 카드가 이끄는 78일간의 자기 변화를 그려나가는 운명의 기록이다.


카드를 뒤집는 손끝이 조금 더 가벼워졌다.

어느덧 넷째 날, 승주는 이 새벽의 생존 의식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

세이지 향을 태우며 방 안을 정화하고, 조용히 눈을 감고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이

그에게는 생존을 위한 ‘준비 운동’이 되어 갔다.

오늘의 카드는 “교황(The Hierophant)”

성직자처럼 보이는 인물이 두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있다.

붉은 옷을 입은 그는 높은 왕좌에 앉아 있고, 머리 위엔 삼중관(三重冠)을 쓰고 있었다.

그의 양손 중 하나는 하늘을 향해 들려 있고, 다른 한 손은 십자 지팡이를 쥐고 있다.

그의 앞에 앉아 있는 두 인물은 마치 제자의 자세로, 교황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림 뒤편의 두 개의 기둥은 마치 신전처럼 보이지 않는 세계와 인간 세계 사이의 문턱을 상징하는 듯했다.

위엄과 질서, 오래된 전통.

승주는 이 카드에서 뭔가 따뜻한 권위와 신중한 질서를 느꼈다.

한편으로는 이 카드 역시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처럼 보였다.

카드에서 상담소, 인생 조언, 이런 이미지가 떠올랐다.

‘나더러 이런 곳을 가보라고?'

피식 웃어넘기려 하던 승주는, 어제 엄마와 전화를 한 터라

이 카드의 ‘조언자’라는 메시지를 무시할 수 없었다.

스마트폰을 열어 ‘무료 상담’, ‘심리센터’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다

‘상담소, 마음의 문’이라는 이름이 불쑥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무심코 스치는 한 문장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상담소 소개글이었다.

그 문장이, 어쩐지 가슴 깊은 곳을 찔렀다.

승주는 상담소 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의외로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이 펼쳐졌다.

벽면에는 그림과 짧은 시 구절들이 걸려 있었고,

작은 조명 아래 의자가 두 개 놓인 상담실이 있었다.

“처음이시죠?”

나지막한 목소리가 건너왔다.

흰 셔츠와 회색 니트를 입은 상담사가 봄 햇살처럼 웃고 있었다.

미모의 중년의 여성이었고, 그녀의 눈빛은 유난히 깊고 맑았다.

마치 오랜 신앙생활을 한 사람에게 묻어나는 그리스도의 향기 같은 느낌을 주는 여자였다.

“여기까지 오신 것만으로도 절반은 이미 이겨내신 겁니다.”

이 말 한마디로 승주는 그동안 웅크리고 있던 감정이 느슨해지는 걸 느꼈다.

승주는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직장 내 괴롭힘, 연이은 실패, 무기력한 일상, 그 꿈 속의 천사,

그리고 매일 한 장의 타로카드를 따라 하루를 살아가는 중이라는 이야기까지.

상담사는 특히 타로 꿈 이야기를 흥미롭게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타로가 상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마음의 구조를 드러내는 언어일 수 있어요.

당신이 그 상징과 함께 하루를 사는 건, 자기 무의식과 매일 대화하는 일과도 같죠.”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오늘의 카드는 무엇이었나요?”

“교황이요.”

“그럼 오늘은, 신념을 다시 묻는 날이네요.”

“신념이라뇨? 저는 신념 같은 거 없어요. 이미 다 무너졌고요.”

상담사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신념은 대단한 철학이 아니라, 버티게 만드는 믿음이에요.

나 자신을 완전히 믿지 못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녀의 말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가슴을 어루만지는 엄마의 따스한 손길 같았다.

흔들리던 가슴이 일상이던 승주가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도록 해주는….

상담이 끝나고 돌아나오는 길.

창밖에는 가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승주는 후드 모자를 눌러쓰고 중얼거렸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믿음 하나면 된다.”

오늘 하루는 삶에 대한 철학을 다시 생각하게 한 날이었다.

카드 속 교황은 단지 상징이 아니었다.

승주는 오늘, 한 사람을 통해 교황의 말을 들은 셈이었다.


4일차의 교황 카드는, 승주에게 말없이 다가와 물었다.

“네가 믿는 건 무엇이냐.”

그 물음에는 답하지 못했지만,

승주는 믿음이라는 것의 조각을 처음으로 발견한 날이었다.


***교황(The Hierophant)의 주요 키워드


전통, 신념, 교훈, 영적 지도자, 윤리, 정신적 안정

멘토・상담자・제도화된 지혜와 권위를 통한 조언과 성장

무의식에 대한 질서 부여, 신뢰할 수 있는 체계나 영적 연결


심리와 치유의 신비한 타로 세계, 타로 소설 ‘타로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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