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해드림 hd books Aug 7. 2025
이 시는 짧고 소박한 언어 속에 극한의 슬픔과 따스한 모정을 동시에 품고 있는 작품입니다. 사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는 감정의 절제를 통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특히 시 전체를 관통하는 자식의 마지막 목소리와 어머니의 응답이라는 구조는, 독자에게 한 편의 편지 같고 유언 같은 서정성을 부여합니다. 죽음을 앞둔 딸의 시선은 안타깝지만 맑고 순수하며, 어머니의 마음은 처절하지만 애틋합니다. 이 상반된 감정이 한 편의 시 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져, 독자의 감정을 촘촘히 흔들어 놓습니다.
딸은 "음지 밭에 묻지 말고, 양지 밭에 묻어 주"라며 죽음 이후에도 따뜻함을 바라는 바람을 전하고, "죽었단 말 하지 마"라며 자신이 떠났다는 사실마저 감추고 싶어합니다. 이는 살아 있을 때 받지 못했던 따뜻함에 대한 그리움이자, 남겨질 어머니에 대한 배려로 읽히며, 짧은 구절 안에 깊은 심리 묘사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시의 후반부로 가면 어머니의 시점으로 전환되는데, 딸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꿈속에서 본 딸의 모습과 딸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못난 어미 뒤따르게 / 쉬엄쉬엄 가거라”는 구절은 이 시의 절정이자, 한 생의 고통과 모정의 깊이를 응축한 명문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는 극단적인 주제를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면서도, 인간 내면의 연약함과 사랑을 절절하게 보여줍니다. 과잉된 수사 없이, 마치 한 편의 짧은 동화처럼 다가오는 이 시는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만듭니다. 죽음 앞에서도 삶의 온기를 갈구하는 딸, 그리고 그런 딸을 품에 안고 가슴에 묻는 어머니의 모습은 세대를 초월한 공감과 울림을 줍니다.
이 시는 죽음조차 사랑과 그리움으로 감싸 안을 수 있다는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소중한 작품입니다. 소박한 언어 속에 담긴 생과 사, 모성과 자식의 사랑이 이토록 아프고도 아름답게 다가오는 시는 드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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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1연은 작자미상, 2연과 3연은 필자가 세상 떠난 누이와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노랫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