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해드림 hd books Nov 13. 2025
반세기 이민의 시간을 건너온 한 여인의 기억과 고백, 권영규 수필집 '눈 내리는 여름날'
권영규 저
면수 380쪽 | 사이즈 152*225 | ISBN 979-11-5634-657-9 | 03810
| 값 원 | 2025년 10월 23일 출간 | 문학 | 에세이 |
문의
임영숙(편집부) 02)2612-5552
책 소개
반세기 동안 모국을 떠나 살아온 한 이민자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권영규 수필집 『눈 내리는 여름날』은 도쿄와 시드니를 거쳐 온 삶의 궤적을 깊고 잔잔한 문장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1978년 일본에서의 고된 직장생활과 육아, 그리고 1988년 호주로의 이민이라는 전환점 속에서 작가는 끊임없이 변화와 도전을 겪어왔다. 삶의 후반부에 이르러 비로소 마주한 여유 속에서, 그동안 교민 언론에 실었던 글들을 모아 한글과 영어로 나란히 실은 이 수필집은 세대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가족과 독자 모두에게 다가가고자 한 작가의 따뜻한 바람을 담고 있다.
책 제목이기도 한 ‘눈 내리는 여름날’은 모국과 계절이 반대인 시드니에서 경험한 한 순간의 감정에서 비롯되었다. 무더운 여름날 스테이트극장에서 종이 눈보라가 쏟아지던 그 순간, 작가는 북반구 겨울의 눈을 되찾듯 오래된 그리움에 잠긴다. 이처럼 책 속의 수필들은 일상의 작은 장면과 추억, 이민자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모국과 새로운 터전이 동시에 가슴속에 존재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화려함보다 진솔함을, 과장보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글들은 독자에게 오래도록 머무는 여운을 남긴다.
더불어 작가는 이번 책에 첫 단편소설까지 함께 실으며, 수필 너머의 새로운 문학적 시도를 조심스레 펼쳐 보인다. 『눈 내리는 여름날』은 단순한 회고를 넘어, 이민자로 살아온 이들의 기억과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되고자 한다. 두 언어로 섬세하게 다듬어진 이 기록은 한국어 독자뿐만 아니라 영어권 독자들에게도 공감을 전하며, 각자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눈 내리는 여름날’을 떠올리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다.
저자소개
• 서울 출생
• 이화여고, 이화여대 졸업
• 1988년 호주 이민
• 2006년 소설가 이효정 선생님 주관 문예창작 교실 제4기 수료
• 2012년 <문학시대> 수필부문 등단
• 2025년 현재 이효정문학회(aka 시드니한인작가회) 회장
• 본회 동인지 제5집 2007년 <시드니 수필>, 제6집~제12집 <시드니 문학>에 작품 게재
• 2024년 디아스포라 웹진 ‘너머’ 7호에 ‘인연의 끈’ 게재
이 책의 삽화는 권영규의 딸 케이가 담당하였습니다.
차례
프롤로그 4
부록 378
1부
제2의 고향 호주에 살어리랏다 12
거리의 아침 식사 17
눈 내리는 여름날 22
손님 월터 26
셰릴의 환갑 파티 30
아름드리나무 34
단출하게 살아가기 39
인연의 끈 44
2부
인연의 도미노 52
신부(新婦)의 표정 변천기 55
산모와 미역국 59
사랑의 힘 64
마지막이 된 배웅 68
내 마음에 쌓인 저금 72
향기로운 우정 77
아, 버지니아! 82
3부
이 시대의 바벨탑 91
바야흐로 휴대폰 시대 95
문화의 힘 99
제주도 해녀를 만나다 103
문화유산 계승의 힘 108
떳떳할 수 없는 역사 112
천재(天災)와 인재(人災) 117
우리 아주 멀리서 왔어요 122
4부
장인정신 129
새해를 맞으며 133
이 또한 지나가리라 137
영혼의 흔적은 어디에 142
인생의 황금기에서 146
인생 소나타 149
단편소설
아버지의 봄 153
출판사 서평
반세기 이민의 시간을 건너온 한 여인의 기억과 고백,
그리고 다시 쓰는 모국어의 사랑
권영규 수필집 『눈 내리는 여름날』은 반세기 동안 모국을 떠나 살아온 한 이민자의 시간이 고스란히 응축된 기록이다. 1978년, 도쿄에서의 직장생활과 출산, 육아로 치열하게 살아냈던 10년의 나날들, 그리고 1988년 서울올림픽의 함성이 세계를 울리던 그해 호주로의 이민을 결심하며 시작된 또 다른 삶. 이 책은 그 지난한 여정을 지나온 한 여성의 목소리로 쓰인, 삶의 증언이자 세대를 관통하는 따뜻한 메시지다.
작가는 인생의 후반부에 들어서 비로소 시간을 붙잡을 여유를 갖게 되었고, 그동안 교민신문과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글 중 서른 편을 가려 뽑아 한 권의 수필집으로 엮었다. 특히 이 책은 각 작품을 한글과 영어 번역으로 나란히 실었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 한국어 글을 온전히 읽기 어려워하는 아들딸을 위해, 세대를 건너 흐르는 언어의 강을 건너기 위해 마련한 애틋한 시도였다. 어머니가 써온 글이 어떤 빛깔을 지녔는지 궁금해하던 딸에게, 이 책은 ‘엄마의 글을 번역한 첫 번째 다리’가 되어준다.
영어 번역 과정에는 여러 이들의 따뜻한 손길이 담겼다. 전문 번역가에게 맡기기엔 겁이 앞섰다는 작가는 딸 Kay와 그 친구들—Nancy Lee, Sunny Lee, Sue Hendroff, Philippa Russell, Kate Harris, Sungsin Ro—의 도움 속에 문장 하나하나를 더듬었다. 최근 들어 AI 번역 기술의 놀라운 발전도 작업 속도를 한층 빠르게 했다. 그러나 그 어떤 기술적 도움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 자신의 확인과 호주에서 생활해온 이들의 섬세한 감수 과정이었다. 그렇게 다듬어진 문장들은 단순한 번역이 아닌, ‘두 언어의 숨결이 공존하는 기록물’이 되었다.
책의 제목 **『눈 내리는 여름날』**은 실린 작품 중 하나의 제목이기도 하다. 모국과 계절이 반대인 시드니에서, 어느 무더운 여름날 스테이트극장 공연의 절정에서 종이 눈보라가 관객석으로 쏟아지는 순간—작가는 그 장면을 통해 북반구의 겨울을 떠올리며 가슴 깊은 곳에서 오래전 고향의 눈을 다시 맞는다. 그 장면은 이민자의 마음속에 늘 함께 존재하는 두 개의 계절, 두 개의 고향을 상징한다.
권영규의 수필은 화려하거나 과장된 말 대신, 일상을 글로 빚어 올리는 정직함과 체온을 가진다. 도쿄에서의 고단했던 젊은 시절, 호주에서 맞은 새로운 삶, 교민 언론에 기고하던 날들의 소소한 사건들, 그리고 이민자로서의 정체성과 모국에 대한 그리움. 작가는 그것들을 조용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때로는 한 줄의 은유와 따뜻한 회상으로 담아낸다. 글의 주제와 결이 저마다 다르지만, 모든 글에는 한 사람의 지난한 이민 여정이 만들어낸 깊은 감정의 퇴적층이 자리하고 있다.
2006년, 시드니 교민신문에 실린 ‘문예창작교실’ 광고를 보고 꿈틀거리던 마음을 따라 들어섰던 늦깎이 글쓰기의 길. 원로 소설가 이효정 선생을 만나 ‘수필문학’이라는 장르의 매력에 빠졌고, 그때부터 작가는 삶의 문장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단순한 회고록을 쓰고 싶었던 처음의 마음은 어느새 ‘일상이 글이 되는 기쁨’을 알아가는 여정으로 확장되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시간의 총체다.
이 수필집은 동시에, 이민자로 살아온 많은 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의 손짓이기도 하다. 고향의 냄새가 그리운 이들, 새로운 환경에서 정착하며 여러 언어와 정체성 사이에서 흔들렸던 이들, 그리고 가족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이민 1세대 모두가 이 책 속에서 공감의 문장을 발견할 것이다. 또한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젊은 세대에게도, 작가의 두 언어 병기 방식은 세대 간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책의 마지막에는 작가가 조심스레 내놓은 첫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수필이 자신의 삶을 쓰는 작업이라면, 소설은 제3자의 삶을 조명하는 또 하나의 문학적 도전이다. 아직 서툴 수 있으나, 새로운 문학의 세계를 향한 작은 발걸음이자, 작가가 이 여정에서 계속 성장하겠다는 약속의 페이지다.
『눈 내리는 여름날』은 단지 한 권의 수필집이 아니다.
이 책은 한 이민자가 반세기 동안 품어온 기억과 그리움, 감사와 성찰을 두 언어로 수놓은 인생의 기록이다.
눈이 내리지 않는 여름날에도 마음속에 눈이 쌓이는 날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순간들을 따뜻하게 끌어안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삶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더라도 결국 마음은 늘 ‘두 개의 고향’을 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