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라떼는 죄가 없다…이지영

by 해드림 hd books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이지영 수필집 ‘라떼는 죄가 없다’는 전체 32편의 수필작품 가운데 표제를 뽑았다. 이지영 수필가의 작품들 특징은, 편안한 소재를 바탕으로 누구나 공감하도록 주제를 쉽게 풀어가면서도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저자의 식견과 통찰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작품 소재를 금방 인식하면서도 저자가 풀어내는 내용을 읽다 보면 무언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이다.

지난해 이후부터 코로나19라는 불청객이 찾아와 무참히 헤집어 놓은 삶이 한둘이 아니다. 나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그 무게감이 짓눌러 숨이 막혔다. 나는 그때마다 러시아의 낭만주의 시인이자 러시아 현대문학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시구를 뇌리에다 되새기곤 하였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하략)

수필집 소개 글을 쓰면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꺼내니 다소 뜬금없다 싶을 것이다. 이지영 수필가를 안 지는 20여 년이 되어 간다. 조금은 이지영 수필가를 안 다는 뜻이다.

이지영 수필가 수필을 보면, 위의 푸쉬킨 시가 떠오르곤 한다. 이번 ‘라떼는 죄가 없다’가 겨우 두 번째 수필집일 만큼(나는 아직 두 번째 수필집도 못 냈지만), 20여년 전 수필가로 데뷔한 후 왕성한 작품활동과는 거리가 먼 수필가이다. 하지만 이지영 수필가의 수필은 창작의 연륜이 쌓여 숙성되어가는 작품이 아니라, 애초부터 숙성될 만큼 숙성되어 나온 작품들이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아쉬움도 더 바람도 없는, 지금처럼 창작하면 되는 타고난 수필가라는 의미이다.


만일 이지영 수필가가 전업주부이면서 전업작가로 활동하였다면, 지금 어떤 위치에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 대부분 주부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듯이 이지영 수필가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시구를 꺼낸 이유는, 그동안 살아가는 데 애쓰느라 작품을 못 썼다 하더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라는 뜻이다. 수필 창작에 몰두할 기회가 되면, 이지영 수필가는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에게 잠재된 천부적인 감각을 마음껏 펼쳐내리라 믿기 때문이다.

20여년 전 우연히 이지영 수필가를 알았다. 문단 데뷔 1년 선배이기도 하다. 2007년 출간한 이지영 수필가의 ‘인터넷을 믿지 마세요’는, 내가 모 출판사 편집 업무를 할 때 출간한 첫 수필집이다. 그 책에도 아마 지금과 같은 유사한 성격의 내 글이 있을 것이고, 그때나 지금이나 이지영 수필가의 작품 또한 변함이 없다. 내가 하는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라떼는 죄가 없다’를 읽어보면 바로 드러난다. 해드림출판사의 자존심을 걸고 독자에게 자신 있게 권하는 수필집이라는 말이다.

이지영 수필가의 두 번째 수필집 상재를 축하하며, 창작하는 데만 몰수할 수 있는 때가 어서 도래하기를 기대한다.


참고로, 수필 ‘라떼는 죄가 없다’ 중에서 방탄소년단 RM의 본명 김남준을 김남진으로 잘못 표기하였다. 독자들께서 널리 해량해 주셨으면 한다.(이승훈)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필 쓰는 사람들의 수필집…출판사의 자존심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