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운영 15년 째, 출판사 창업 이후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아니 두려움과 절망으로, 15년 내내 거의 날마다 마음을 다치며 살아온 세월이다. 갑이 갑이 될 수 없었고 언제나 을에게 굽실거렸다.
뼈져린 시행착오를 겪으며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여우별 같은 꿈과 희망으로 버텨왔다. 버티는 게 살아남는 일이었다. 허약한 출판이 거친 인쇄 바닥과 북한 인수봉 같은 독자들 앞에서 한 해 한 해 버티기란 혹독한 일이었다. 날마다 몰아친 세상의 한파로 결빙된 몸과 마음을 때론 소주로 녹이며 살았다.
갈수록 곪아가는 상처처럼 절망의 무게가 짓눌러 숨을 깔딱거리며 겨우 숨 쉬고 살았지만 바람 잘 날 없어 살았고, 바람 불어 살았다. 내게 바람(희망)은 생명이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세상 끝이 떠오를 때면 초록섬 다박솔의 꿈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제는 버틸 만큼 버텨왔고, 떨어질 만큼 떨어졌고, 다칠 만큼 다쳤으니 2022년에는 오르는 길만 남았다. 더께처럼 쌓인 가난의 질곡들을 서서히 걷어낼 때가 되었다. 해드림출판사가 해들임 할 때가 되었다.
출판 인생 1
어둑새벽의 창가
짙은 안개가 묻어버린
건너뜸 여의도를 바라보면
가끔은 세상 끝이 떠오른다
출판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칠흑처럼 쌓여 짓누르는
침묵을 이겨내는 일
날마다 외면의 고독을 당해도
바람 하나로 버텨야 하는 일
구멍 난 배로 격랑과 싸우며
항구까지 가야 하는 일
세상 끝이 떠오를 때면
먼데 섬을 생각하며
꿈을 지울 수가 없었다는 시인*
여의도의 안개 속에서
자맥질하는 불빛을 보며, 나도
누더기 된 바람을 씻는다
살고 싶은 몸부림처럼.
*이상범 시 [섬]에서 인용
https://youtu.be/S5TDRSgq_Q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