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고향 시골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면, 마당 가 울타리에서 자라는 산초나무 여린 이파리를 뜯어다가 상추와 곁들여 싸 먹곤 하였다. 어릴 때부터 나는 그만큼 산초나무를 흔하게 보며 자랐다. 밭두렁이나 뒷산 어디를 가도 까만 씨앗들을 금세 쏟아낼 듯 매달고 있는 산초나무를 만났다. 장어탕이나 추어탕에는 어김없이 산초가루가 들어갔고, 내 고향 순천에서는 심지어 김장을 할 때도 산초 열매 껍질을 넣었다. 하지만 워낙 독특한 향만 생각할 뿐 산초가 우리 몸을 어떻게 보호하는지는 전혀 신경을 안 쓴 것이다.
2022년 신정 연휴를 시골에서 보내며 며칠 술을 지나치게 마셨는데 결국 염려하던 사달이 일어나고 말았다.
잇몸이 약한 것도 유전이다. 나는 복 없이 잇몸 약하였던 아버지 유전을 받은 셈이다. 90세가 된 어머니는 지금도 게장의 게 이빨을 씹지만 나는 언감생심 90세 어머니가 발라주는 살만 먹는 처지다. 이미 수 년 전 이를 뽑을 만큼 뽑고 반 의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나마 남은 이빨도 잇몸이 약해 늘 흔들린다.
시골에서 신정 연휴를 보내고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밥을 제대로 씹을 수가 없었다. 남은 이 두어 개가 덜렁덜렁할 만큼 잇몸이 상해 밥을 먹을 때마다 통증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눈물을 찔끔거렸다. 치과에 가면 100% 남은 이를 모두 빼자고 할 게 뻔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흔들려도 이가 남아 있어야 의치가 의지를 해서 조금이라도 덜 불편하다.
이가 혀로 밀기만 해도 뽑힐 듯 덜렁거려도, 사실 어른 이는 뿌리가 상당히 깊다는 것을 안다. 이 뿌리가 잇몸 깊숙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나는 잇몸이 자주 아픈 터라 그때마다 약국에서 준 잇몸 보조치료제와 진통제 유사한 약을 사나흘 먹으면 아픈 잇몸이 가라앉곤 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열흘 가까이 약을 복용해도 가라앉을 기미가 없었다.
어느 날, 함께 문학활동을 하는 문인들의 카톡 단톡방에다 하소연을 하였더니 이런저런 조언들이 올라왔다. 그 가운데 가장 신뢰가 가는 처방이 있었다.
며칠 전 단편소설집 [풀등에 걸린 염주]를 출간한 박래여 소설가가 하는 말이, 자기도 잇몸이 약해 항상 통증을 겪어왔고 임플란트도 할 수 없었는데, 얼마 동안 매일 저녁 잠자기 전 산초기름을 한 숟가락씩 머금고 있다가 삼켰더니, 병원에서 잇몸이 튼튼해졌다며 임플란트를 해도 되겠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산초기름이 넉넉하면 좀 보내줄 수 있는데 그러질 못해 아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임플란트를 할 수 없는 잇몸이 임플란트를 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해졌다는 박래여 소설가의 말이 나를 좀 흥분시켰고, 충분히 신뢰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박래여 소설가는 의령 칠곡 산촌에서 생활하는 터라 산초기름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 믿었다.
나도 당장 그리 해보겠다며 인터넷에서 산초기름을 검색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수필집 [라떼는 죄가 없다]를 출간한 이지영 수필가가 쿠팡에서 산초기름을 한 병 주문해 보냈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뭐라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 평소 절친하게 지내는 터라, 잇몸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내가 남달리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수필만 잘 쓰는 게 아니라. 마음도 참 고운 지인이다.
산초기름을 기다리는 사흘이 그야말로 일일여삼추였다.
드디어 사무실로 도착한 산초기름을 살펴보니, 지리산초보감이라는 회사에서 냉압착 방식으로 짰다는 산초기름이었다. 이미 쿠팡에서 산초기름을 검색해 보았던 터라 어떤 산초기름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검색해 본 산초기름 가운데 지리산 산초기름 이외는 마땅한 기름도 없었다.
처음에는 잇몸 통증을 빨리 없애고 싶은 마음에서 아침 일어나서 공복 때, 점심 식후, 저녁 식후, 그리고 잠자기 전 한 숟갈씩 네 번을 먹었다. 고소한 듯한 맛이 가미되어 먹어도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입안이 개운한 듯하고 기름이라 잘도 넘어갔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잇몸 통증이 조금씩 줄어간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어서 기뻤지만 산초기름은 푹푹 줄어갔다.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의외로 산초기름값이 비싼 편이었다.
산초기름을 먹기 시작한 20여 일 지난 지금은, 이지영 수필가가 보내준 산초기름을 다 먹고, 그보다 좀 더 큰 용량의 산초기름을 절반쯤 먹었다. 잇몸 통증이 사라졌으니 계속 복용하면 잇몸이 튼튼해질 거라 생각한다. 흔들리는 이도 조금씩 흔들림이 줄어감을 느끼고 있다.
산초기름을 먹으면서 산초가루도 구입해 라면 먹을 때 조금씩 넣었더니 그도 별미였다.
산초기름과 산초씨기름은 다르다
산초기름으로 오일풀링을 하고 싶었지만 가격이 비싼지라 아주 저렴한 중국산 산초기름도 구매해 보았다. 지리산초보감의 산초기름은 복용용으로, 중국산 산초기름은 풀링용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중국산 산초기름을 구매해 맛을 보고서야 산초기름과 산초씨기름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중국산 산초기름은 산초 열매 껍질로 짜낸 기름이라 병아리 눈물만큼만 입에 넣어도 입안이 얼얼할 만큼 강한 맛이었다. 산초가루를 입안에 넣고 있는 것보다 더 독한 듯하였다. 중국산 산초기름을 머금어 보면서 산초가 왜 자연진통제 효능을 가졌는지 깨달은 셈이다.
지리산초보감의 산초기름은 산초씨기름이다. 따라서 그만큼 부드럽고 향기로울 뿐, 강한 맛은 없다. 지리산초보감에서도 산초기름이라는 이름보다 산초씨기름이라 해야 더 정확하지 싶다.
출판사를 운영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 아니어서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운다. 담배를 자주 피워 늘 폐가 걱정이고 기침이 잦다. 그런데 산초기름을 먹은 이후 담배를 피워도 기침이 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산초기름은 먹되 담배는 끊어야 한다.
산초기름을 복용면서 인식이 바뀐 게 하나 있다.
기름, 하면 늘 동물성 기름만 떠올려서 끈적끈적하니 불편한 느낌과 생각뿐이었는데, 식물성 기름인 산초기름을 대하고서 동물성 기름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손에 묻어도 피부에 바르듯 쓱쓱 비벼버리면 되고, 물에서도 금세 씻겨버린다는 사실이다.
산초와 게피는 다르다
인터넷에는 산초(씨)기름의 여러 효능이 나와 있지만 직접 복용해 보고 그 효능을 체험해봐야 진가를 안다. 어릴적 어딜 가나 널브러졌던 까만 산초씨가 그리 귀한 존재인지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이제 산초기름은 내 건강을 지켜주는 제1 식품이다.
마지막으로, 산초씨기름이 호르몬을 활성화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다. 참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산초기름을 먹은 이후 아내와 사랑할 때 오르가즘이 2초 정도는 길어진 듯한데 이것이 산초씨기름 때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거시기가 세졌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고, 단순히 절정이 조금 길어졌다는 것이다. 하여튼 뭐 지극히 개인적 느낌이 그렇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