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베로니카 수녀님이 카톡으로 영상 하나를 보내왔다. 무슨 영상인가 싶어 열어 본 나는 가느다란 전율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꼈다. 처절하게 죽어가는 직박구리 한 마리와 그 곁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짝지를 찍은 영상이었다.
말이 미물이지, 사랑하는 이가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그 참혹한 고통은 인간이나 새나 다를 게 있을까 싶었다. 20여 년 전, 나 역시 두 형제나 해를 달리해 그리 고통 가운데 떠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었다. 그래서인지 직박구리 부부의 모습에서 지난 고통이 오버랩되었다.
수녀님께 직접 찍은 거냐 물었더니 직접 찍은 거라고 하였다. 마침 가까이 사는 하경(?)이가 직장을 그만두고 새 직장으로 옮기는데 20여 일 시간이 있어서 함께 여행 중이란다. 장소는 목포였다. 예전 수녀님이 생활하던 공소에 가보고 싶어서 목포를 여행지로 정했다는 것이다. 공소 가기 전 목포에서 하룻밤 유숙하게 되었는데, 이른 아침 하경이랑 산책을 하다가 이 광경을 목격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하필 직박구리의 죽어가는 장소가 바로 장례식장 앞이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그로 인해 직박구리 부부의 애처로움이 더해졌다.
직박구리의 몸부림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영등포초등학교 담벼락 직박구리우리 사회는 갈수록 삭막해져 간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내 처지에서는 그 이유를 사람들의 독서 부족 같은 감성의 고갈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동물들의 생명을 하찮게 앗아버리거나, 사소한 이유로 타인의 신체를 훼손함은 물론 잔인하게 생명조차 앗아버린다. 심지어 온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돈을 목적으로 부모를 죽이거나 갓 태어난 영아를 물건 버리듯 버려 생명을 잃게도 한다.
사람들은 참으로 잔인한 본정을 지니는 듯하다.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이 인간의 본성과 가깝다고 본다. 국립과학수사 연구소에서 30년 넘게 일한 박기원 박사가 쓴 과학수사 이야기 [범인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를 읽어보면 인간들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이 세상은 사람만이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다. 모든 동식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다. 여기에서 인간은 우듬지의 지위를 가졌지만, 미물의 생명 하나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만이 존재하는 세상은 곧 파멸이다.
직박구리 부부의 처절한 모습에서 새삼 생명의 소중함을 느낀다.
https://youtu.be/6aitQwOkJd4
김재천 시인의 공릉동 직박구리의 연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56343967&orderClick=LEa&K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