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개의 목숨들

by 이은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녀는 숨을 골랐다. 오십 명의 심장을 쥐고 버스는 달렸다. 밤낮으로 사람들은 타고 내렸다.


심장을 내려놓고 끔뻑 끔뻑 졸았다. 한숨을 쉬기도 했다. 무언가에 몰두하며 시간을 태우기도 했다. 소녀는 숨 가쁘게 달리는 버스의 천장을 보았다.


구석에 숨은 고장 난 전구를 계속해서 깜빡이고. 버스는 쉴 새 없이 어디론가 달리고. 사람들은 숨을 쉬고. 오십 개의 목숨이 어디론가 향했다.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이 시간에는 서로의 얼굴을 알지 못한 채로 육신의 시간을 함께 몸담았다.


하나의 목숨이 되어. 이리저리 눈을 감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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