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잔치에 먼저 들어갈 수 있었다.
미각을 잃고 무기력에 빠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잔심부름뿐이었다. 웨이터의 부름을 받고 빛나는 트레이에 올려진 잔을 잔뜩 들고 그곳에 입성했다. 얼떨떨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식탁 위, 평소에는 접해보지 못했던 온갖 음식들과 각종 디저트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들로 다양한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알마스 캐비어, 화이트 트러플, 참다랑어, 푸아그라, 블루핀 참치. 끝도 없이 펼쳐진 음식 앞에서 입을 다물수 없었고, 침이 꼴깍 넘어갔다. 음식을 보고 이런 감정이 든 건 처음이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일단 침착해야 했다. 나는 자리마다 잔을 놓았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사람만큼 커다란 케이크였다. 탑처럼 층층이 쌓인 케이크는 식탁 가운데 위치했는데, 마치 거인처럼 꿋꿋하게 서 있었다. 마무리 장식으로 가장 높은 곳에 올려진 빨간 과일이 번뜩거리며 눈을 사로잡았다.
이윽고 호두나무로 지어진 큰 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사람들은 환호하며 음식 속으로 달려들었다.
"내가 찾던 체리, 심장!!!"
누군가 사다리를 들고 케이크 앞으로 돌진하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ㅡ
무기력증이라는 마법에 걸려 탈출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매일 쓰다가 한동안 쓰지 못했는데요, 함께 글을 쓰는 브런치 작가님들께서
무기력과 디저트라는 키워드를 주셔서 적어보았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한 걸음 걷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