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를 삼키다

by 이은

한 사람이 길거리에 서 있었다.

사람들은 빠르게 걸었고

그 사람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내 마음은 궁핍합니다!!!"


사람이 소리를 지르고 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사람들은 미친 사람이라고 수군거렸고

궁핍한 사람은 엎드려 구걸하기 시작했다.

뙤약볕 아래 엎드려 구걸했다.


"내 마음은 궁핍합니다..."


태양이 사람의 살에 파고들었다.

에워싸듯 살이 아려왔지만

그 따위 아무런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한낮의 여름이 잔인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태양이 번뜩이고 끈적이는 땀이 흐르고

사람의 팔뚝 한가운데 피부의 속이 꿀렁거리며 움직였다. 그러더니 쫘악 찢겨나갔다.

사람의 피부를 뚫고 뾰족한 은색 가시가 돋쳤다. 피가 줄줄 흐르고, 가시 옆 피부가 또다시

찢어지고 있었다. 사람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온몸에 가시가 돋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하나 둘 몰려와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엎드린 사람의 몸은 조금씩 작아졌다.

쪼글 해지고 쭈굴 해지며 가시가 돋쳤다.

눈과 코 귀도 사라졌다.

사라져 가는 입에서 마지막 말이 새어 나왔다.


"내 마음은...."


그 말을 남기고 사람의 입은 사라졌고

가시가 피를 뿜으며 돋아났다.

이제 가시는 얼굴을 다 덮었고

팔은 몸통에 붙어 움직이지 못했다.

다리도 딱 붙어 하나가 되었다.

온몸에 가시가 돋쳐 옷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바닥에 누운 채로 여름 태양을 맞이하고 있었다.


군중 무리에서 한 사람이 화분을 들고 다가갔다.

빈 화분을 든 사람은 선인장을 들어 화분에 넣었다.

그리곤 한 참을 들여다봤다.

가시가 섬뜩한 빛을 내고 있었다.

푸르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일렁이고

초록이 무성한 날이었다.


그 사람은 자신의 입으로

선인장을 천천히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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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님들이 던져주신 키워드

궁핍, 선인장으로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무기력이라는 마법이 절 찾아와서

대탈출을 꿈꾸며 마음껏 상상하는 글쓰기에요.

조금 늦었지만 오늘도 한 걸음 걸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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