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멋대로 쓰는 백두산 여행기-2
나는 뛰는 사람이다.
영어로 runner!
우리는 야구 또는 농구하는 사람과 다르다.
그들은 영어로 (baseball, basketball) player!
우리 러너들은 언제, 어디든 뛰어야 한다.
여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가장 중요한 일을 제일 먼저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새벽에 달린다.
백두산 여행간 이도백하라는 곳에 숙소를 잡았다.
이곳은 설악산의 소공원 근처 숙소촌과 같은데
백두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2025년 7월 18일,
백두산에서 첫번째 날이다.
가이드가 새벽 3시 30분이면 해가 뜬다고 했는데
나는 2시 50분부터 눈을 뜨고
조용히 밖을 응시하였다.
새벽 3시를 지나 20분 정도가 더 흐른 후
밤은 아침과 섞이기 시작했다.
어디부터 밝아졌는 지는 모르겠으나
처음에는 분단위로
다음에는 초단위로
어둠은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이 급격한 변화에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옷을 챙겨입고 러닝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난 현지 사정을 전혀모르지만
새벽이라서 무조건 동쪽으로 뛰었다.
개벽의 원천 태양을 향해서...
어제 연길공항부터 숙소까지
가장 인상적인 것은 초록이었다.
거의 모든 것이 산야였고
그 대부분이 초록이었는데...
신기하게도 7월 중순임에도
신록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푸르름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두산에서 첫 달리기의 시작도
신록과 같이 신선했다.
파릇한 온도,
선선한 내음,
향긋한 시야
이것이 섞여져서
때로는 빨리 뛰게하였고
어쩔땐 천천히 걷게하였으며
몇번은 멈춰서게하였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태양이 구름에 가려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때문에 부족이라는 것도 존재하였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동쪽으로 뛰던 나는 출입금지라는 간판을 보고
순순히 돌아섰다.
그리고 서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첫번째 만난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싫어서
좌회전을 하여 지대가 낮은 곳을 향해 뛰었고
이도백하의 하천을 만나 한참을 서서 생각했다.
두개의 물줄기가 만나서 하얀 하천을 만들어서
이도백하라고 들었는데
나는 연무에 쌓여 하얗게 핀 하천을 봤다.
다시 한번 더 부연하면
하천에 꽃이 핀 것이 아니라
연무로 하천이 꽃처럼 하얗게 피었다.
신록이란 5월의 이상적인 푸름 뜻한다.
하천은 꽃이나 물안개처럼 피어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7월의 신록과
하얗게 핀 하천을 보았다.
이것은 새로움을 찾는 새벽 러너에게 주어진 축복이며 아쉬움이었다.
그들의 존재가 사라질 때까지 더 느끼고 싶지만
나는 러너이기에 또 뛰기 시작했다.
하천을 따라 뛰다가 멋진 다리를 지나
동화같은 산야에 또 멈춰버리고 말았다.
나이 50이 넘었는데
이제서야 내게 동화가 펼쳐졌는지?
아쉽기도 했다.
"저 신비한 풍경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없으면 만들고 싶다는 욕망도 생겼다.
하지만 "난 여행객이고 러너이지 않은가?"라며
주어진 시간에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뛰어갔다.
그리고 다음날 같은 시간 그곳들을 다시 뛰었다.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그때와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때를 회상하며 감사했고
또 저때의 멋짐을 느꼈다.
내 지구별 여행은
이미 반이상 끝이 난 것 같다.
백두산 여행은 이미 끝이났지만...
그렇다고 한번 더 가지 말란 법은 없다.
나의 지구별 여행도 또 오지 말란 섭리가 있는 지는
난 모르겠다.
나는 러너이고 지구별 여항자이다.
아름답다고 안주하지 말지어다.
힘들다고 서지 말지어다.
순간을 즐기고
기억하며
남기면
그뿐이다.
그것이 러너이자 여행자의 자세이다.
이것이 백두산 언저리에서
7월의 신록과 하얗게 핀 하천을 보며
생각한 결과이다.
단지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