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

by MARY

2018년 12월 아일랜드에서 귀국하면서 내 생에 첫 번째 유럽살이이자 여행이 막을 내렸다.

한국에 와서 든 생각은, 왠지 유럽 여행을 다시 갈 수 없겠다는 것이었다.

유럽이 참 멀기도 하고 비용도 시간도 많이 소요되기에 내가 유럽을 다녀왔다는 자체가 꿈같았고 대부분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왔기에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쓸데없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괜히 다시 가서 좋기만했던 그 기억을 망치고 싶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다.

‘이 정도면 된거다’라고 생각했다…


얼마 지니지 않은 2019년 말 갑자기 코로나라는 질병이 전 세계를 집어삼켰다.

단순한 질병으로 끝나지 않고 수많은 인명피해, 일상생활이 마비에 이어 심지어 하늘길이 막히는 역사적인 피해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이로써 해외여행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때문에 2018년 유럽에 다녀온 것을 더더욱 잘한 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다시 못 갈 것 같았으니까.


그 후로 몇 년이 지나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서서히 일상이 회복되었으며 항공편이 재개되었다.

이제 다시 넓은 세상에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 무렵 이것이 한 게인가 싶을 정도로 지치게 된 시기가 찾아왔다. 직장에서도 코로나의 여파로 몇십 년간 없었던 예외적인 일이 발생하고 그 부메랑이 당시 실무자인 나에게 돌아오고 말았다.

통제 불능의 상황에 모든 화살을 받게 되자 자존감도 자신감도 바닥을 찍었고 그 와중에 좋을 생각을 하자고 하니 그냥 눈만 감아도 골웨이가 눈앞에 나타났다.

유럽에 가는 건 일회성으로 끝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간 현실에 치이면서 머릿속에 막연히 남아있던 추억이 더 빛나고 견고해져 갔다.

마음 한구석에는 한번 더 가고 싶다는 작은 마음이 조금씩 커져갔다.

이건 역향수병이라고 해야 하나. 긴 인생에서 잠깐 스쳤던 그곳을 고향처럼 그리워하고 있었다.


결국 쥐고 있던 사직서도 제출하게 되었다. 이건 생존의 문제였다.

그 이후의 계획을 세워두었지만 사람 참 뜻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그 계획조차 엎어지고 말았다.

이것은 기회가 되었다. 조금 욕심내서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고 머리를 식히고 싶었다.

그렇게 눈에 아른거리던 아일랜드에 그리고 유럽에 다시 가보는 거야 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새로운 곳이라면 참 좋았겠다만 가봤던 곳 중에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곳 혹은 다시 가보고 싶은 몇 곳을 추려 가보기로 했다.


일정은 이렇게 정해졌다.

영국(런던-에든버러)-프랑스(파리)- 아일랜드(골웨이-더블린)


열심히 표를 끊고 숙소를 구하고 계획을 세웠다.

내가 이렇게 활기가 넘치고 생기 있는 사람이었던가 정말 오랜만에 경험하는 나 자신이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