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드디어 여행하는건가! 갈 수 있겠지?
언제나 생각이 많다 못해 차고 넘치는 나는 이런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 그 특기가 발현되었다.
비행기 못타면 어떡하지 말 안통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마저 사서했다.
좋으려고 가는 여행인데 여행가는 날까지 마음속은 심란했다. 그런 마음에 불을 붙이듯 심지어 출국날 그동안 안오던 비까지 왔다.
밤비행기라 하염없이 시간을 보며 기다리다가 마침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얼마만에 오는 인천공항인가.
오랜만에 보는 인천공항은 여전히 으리으리했다.
인천공항의 규모나 청결도는 다른나라(특히 유럽 작은공항)에 한번 다녀오면 그 진가가 확실히 발휘된다.
한국에서 두바이 , 두바이에서 런던까지 두장의 보딩패스를 받았다.
나 진짜 가는구나 실감이 나던 순간이다.
늦은시간이라 공항에 구경할 것도 딱히 없었고 아직까지 진정되지 않는 떨리는 마음에 게이트 주변에 앉아
친구랑 통화를 했다.
처음 유럽갈때도 이러지 않았는데 이번엔 뭐가 이리도 불안한걸까.
무슨일이 일어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도 없진 않았겠지만 이 여행에 대한 정당성을 찾지 못해 나 자신이 불안한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통화를 하니 마음이 좀 가벼워 졌고 어느새 비행기에 오를 시간이 되었다.
탑승구를 지나 이 연결통로를 지나는 순간 비행기에 탑승하게되고 여행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처음 타보는 에미레이트 비행기인데 상당히 깔끔하게 정돈되어있고 세밀한 부분까지 고급스럽게 장식되어있었다.
종이 파우치에 들어있던 작은 어메니티는 비행내내 쓸만한 유용한 제품이었다.
내용물보다도 저 종이 파우치가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느껴졌다.
장시간 비행에 영화는 필수다. 자리에 앉자마자 영화를 열심히 고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비행이 시작되면 창 밖을 구경하거나 이 영화 저 영화 틀다가 좀 졸다보면 기내식을 먹게된다.
열심히 고른 영화를 끝까지 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첫 기내식이 나왔다. 기내식에 크게 기대하는 바가 없었는데 이번엔 여행하는 나보다도 기내식을 궁금해 했던 친구의 부탁도 있었고 지루한 시간때우기로써 기내식이 기다려졌다.
비행중에는 계속 앉아있으니까 배가 고플 틈도 없었고 이번에 창가자리에 앉아 화장실 가기도 좀 불편해서 배를 채우는 것 보다 기내식 메뉴를 구경하는 재미가 더 컸다.
보통 두가지 메뉴 중에 한가지를 고를 수 있게 해줬다.
메인디쉬는 무난했고 좌측 상단에 있는 케이크가 상큼하니 맛있었다.
생각의 굴레에 빠졌다가 졸다가 보니 다음 기내식이 나왔다.
이번엔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느낌의 메인디쉬랑 요거트, 과일종류의 후식이 나왔다. 메인보다 디저트가 내 취향이었다.
물은 기본으로 나오되 추가로 음료도 선택하여 마실 수 있다. 나는 비행내내 사과쥬스로 통일했다.
그리고 저 곡물바는 챙겨뒀다가 여행하며 틈틈히 먹었다.
착륙할 때가 다 되어가니 창 밖으로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졌다.
나름 이곳 저곳 여행을 해 봤지만 착륙 전 이렇게 인상깊었던 창문 밖 풍경은 처음이었다.
창가자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비록 경유지에의 도착이지만 좋은 출발이 예상되었다.
그렇게 창밖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두바이에 도착했디.
원활한 환승을 위해 Connect 사인을 열심히 따라가다가 연결 항공편 게이트 번호 중간에 확인 한번 해주고
이 전에 들렀던 도하공항 못지않게 규모가 크고 깔끔한 두바이공항을 둘러보았다.
공항 내 폭포같은 조형물도 있었다.
저때가 새벽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면세점이 거의 다 열려있었다. 공항 내에서는 시간 여유가 세시간 정도 있었고 정말 오랜만에 나와보는 해외이기에 들떠서 가방을 어깨에 짊어지고 이곳 저곳 돌아다녔다.
원래 면세점 쇼핑에 그다지 관심이 없기에 내 몫으로 살건 생각도 안해봤고 이번 여행에는 쇼핑할 미션이 있었다.
바로 엄마 선물과 친구 마그넷이었는데, 나는 직접 걷고 느끼고 보면서 여행을 즐기고 주변인들에게는 작은 기념품이라도 곳곳에서 생각나는대로 칭겨가는 것이 목표였다.
여행엔 다양한 이유와 재미가 있겠지만 이런 목표가 생기면 또 달성하는 재미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 도착지 부터 실행에 옮겼다.
두바이 공항 탐험을 끝내고 다시 게이트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드디어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9시간 타고와서 3시간 대기에 또 7시간가량 간다니... 아찔하게 느껴질만한 거리였다.
곱씹을 필요없이 그냥 시간에 대한 개념조차 지우는게 마음이 편했다. 무사히만 가면 되는거지 뭐. 이렇게 여행하면서 나 자신을 내려놓는다.
이륙후 얼마 안돼서 받은 아침식사. 아침이라 그런지 간단한 식사였다.
잼이 들어간 패스트리를 선택했고 요거트, 머핀 그리고 물이 기본으로 나온다.
이제 아침시간이 되니까 날이 점점 밝아져서 하늘보다가 그새 살짝 잠들었는데
옆에 할아버님이 기내식 안먹을거냐며 깨워주셨다.
글쎄 나라면 옆사람 기내식을 챙겨줄 수 있었을까? 친절도 용기라는 말을 새삼 깨닫는다.
덕분에 작은 일에서 인류애를 살짝 충전하고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런던 도착 전 마지막 기내식! 이번엔 메인으로 치킨커리를 선택했다. 사이드는 샐러드랑 슈크림같은 디저트가 제공되었다.
기내식은 어떤 음식과 구성으로 나오는지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커리는 꽤 맛있게 먹었고 이번 곡물바도 챙겨놨다가 나중에 먹었다.
언젠가는 도착하겠지 싶으면서도 시간이 지나니 좀이쑤셨다. 지금 내가 어디 쯤인가 스크린으로 열심히 살펴봤다.
작은 비행기 아이콘이 런던에 점점 런던에 가까워져 갔고 이는 내 본격적인 여행도 곧 시작됨을 뜻했다.
비행기가 곧 착륙을 준비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고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자, 해보자!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