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에서의 둘째 날. Dani와 아침부터 만났다.
혼자 여행을 가서 현지에서 친구를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전부 스타일이 다르다.
Dani와는 오전형으로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은 역시 커피 한잔으로 시작했다.
원래 커피를 좋아하긴 했으나 그렇게 생각나고 자주 마시지는 않았는데 여행 중에 워낙 자주 마셔서 그런지 여행이 끝나고도 한동안 커피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하루에 기본 한잔 이상은 해줘야 허전하지 않은 느낌이랄까.
첫 번째 여행지는 Craigmiller Castel이었다. 에든버러 내에 있어 그다지 멀지 않아 가볼 만한 곳이었다.
유럽 전역이 그렇겠지만 스코틀랜드 역시 어딜 가나 성이 참 많아서 어렵지 않게 가 볼 수 있다.
에든버러도 역시나 전광판을 보며 버스를 기다린다. 구글맵과 비교하며 보면 대중교통 이용 시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
당시에 대규모 도시 공사 중으로 우회 등 변수가 많았었다. 알고 보니 영국 내 그런 일이 종종 있는 듯했다.
버스 내부는 마주 앉는 좌석, 두 명이서 앉는 좌석 등 다양하다. 공간이 널찍한 편이다.
한국에서의 버스보다 창이 큰 느낌이라 밖을 보기에도 좋았다.
버스에서 수다 떨다가 Craigmiller Castel 근처에서 하차했다.
에든버러도 참 조용한 편에 속하지만 조금 외곽으로 나왔다고 더 한적했다.
내가 있던 골웨이 같은 소도시 느낌이었다.
마을에서 크레이그밀러 성까지 가는 길은 정말 조용했다. 아마 주말 아침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한적함을 느끼는 것이 큰 행복이었다.
무엇보다도 언제 비바람을 만나도 이상하지 않을 영국에서 이런 날씨에 내가 있었다니 운이 꽤 좋았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정말 마음에 맞는 친구랑 도란도란 걸으며 소곤소곤 이야기나누기에 제격이었다.
걷다 보니 표지판이 보였고 넓은 들판 너머로 마치 레고처럼 작게 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에 다다랐다 생각되었을 무렵 뜻밖에 행복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바로 이 행복한 강아를 만난 것이다. 아마 주인하고 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청량한 날 아침부터 신나게 노는 강아지를 보니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성 뒤쪽을 돌며 Dani랑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주요 주제는 싱글의 삶 그리고 미래.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주변에서 많이들 결혼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았던 나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쉽게 삶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약간의 불안은 있다.
나중에 나이 들면 제3국에서 만나는 건 어떨까. 서로 의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등등...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음에 감사해야지.
가까이서 본 성은 훨씬 멋있었고 성과 꽃의 조화는 명장면이었다.
비록 날은 쌀쌀해서 봄 같지 않았지만 이 계절에 왔기에 이 명장면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Craigmiller Castle 입구에 도착했다.
Craigmiller Castle은 14세기경 지어져 스코틀랜드에서 현재까지 가장 잘 보존된 성으로 알려져 있다.
전에는 Dani가 왔을 때는 마치 버려져 있는 성과 같았고 관리하는 사람도 없었다는데 이번엔 관리하는 사람도 있었고 입장권도 사야 했다. 입장권은 1인당 7.5 파운드로 가격대가 있는 편이었으나 기왕이 왔으니 입장권을 끊고 성에 들어갔다.
성 앞의 정원에는 중세시대 복장을 하신 분이 앉아계셔서 현장감이 살아있었다.
성 내부에서 창으로 내다보면 이런 뷰가 보인다. 내부를 보니 이런 곳에 사람이 살았다고?라고 생각되는 순간이 많았다.
침실이나 주방 감옥이 다 비슷하게 생겼고 옛날 사람들은 아무래도 신장이 지금보다는 작았기 때문인지 대체적으로 천장 높이가 낮았다. 그래서 입장할 때부터 이동 시 잘 숙이고 다니라고 당부를 하였다.
이때까지 한 귀로 흘려들었던 나는 성 투어 중 감옥이었던 공간에서 나가려는 찰나 친구를 뒤 따라가다가 문을 미처 다 통과하지 않았는데 머리를 들어버렸다.
상당히 단단한 돌 벽에 머리를 머리를 제대로 받아서 별 몇 개는 보인 것 같았다.
처음엔 그냥 얼얼하다가 말 줄 알았는데 저녁까지 찌릿한 느낌이 남아있었다. 다행히 피를 보거나 한 큰 부상은 아니었다.
성 위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꽤 멀리까지 볼 수 있었다.
당시 부활절 시즌이었기 때문인지 성 내부에 오락거리도 만들어 놓았다.
14세기면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을 때 일 텐데 돌로 저렇게 견고하게 성을 쌓아 올렸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심지어 21세기인 지금까지 보존이 되고 있을 정도라니!
크레이그밀러 성 투어를 마치고 에든버러 시내로 돌아왔다.
Dani 가 알려준 BOBBY, 이 귀여운 동상의 사연을 들어보니 보비의 주인이 먼저 죽자 죽은 주인의 무덤가에서 14년을 지낸 충견이었다. 나라마다 아마 죽은 주인을 잊지 못하고 오매불망 하염없이 기다리는 견공들의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하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렸을 때 영화로 보고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보비 코만 엄청 만졌는지 코만 닳아있었다. 나도 보비 코 한번 만져봤다. �
동상과 멀지 않은 곳에 보비의 무덤이 꾸며져 있다.
에든버러의 중심, 에든버러 특유의 중세스러운 느낌을 참 잘 보여주는 곳이다.
이제 밥 먹을 시간이 되어 뭘 먹을지를 골라야 하는데 항상 뭘 먹을지가 최대 고민이었다. 구글맵에서 열심히 찾아 한 피시 앤 칩스 가게에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도망치듯이 나와서 바로 옆 골목에서 이 가게를 발견했다.
둘 다 피시 앤 칩스로 메뉴를 통일하고 야외자리에 앉았다.
영국에서 처음 먹어보는 피시 앤 칩스였다. 첫끼라 그랬는지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피시는 부드럽게 살살 녹았고 칩스는 언제나 그렇듯 맛있었다. 살짝 딸려 나온 샐러드도 상큼했다.
우리가 먹고 있는데 계속 지켜보던 웨이터는 좀 부담스러웠지만 맛있게 먹고 슬슬 주변을 돌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아니지만 길 가다가 발견한 호두까기 인형 크리스마스 테마샵을 발견했다.
유럽의 이런 감성이 좋다.
아마 에든버러에서 가장 유명한 에든버러성이 저 먼발치에서 보였다.
생각해 보니 성을 여러 군데 가면서 막상 제일 유명한 에든버러성은 가보지 않았다.
걷다가 Dani가 추천한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이 날도 엄청 걸어서 중간에 마시는 커피가 참 달콤하게 느껴졌다. 비록 아메리카노였지만 말이다.
차를 다 마시고 Cramond beach로 나섰다.
크레몬드 해변은 에든버러 시내에서 버스로 30분 이상 가야 나오는 해변으로 좀 거리가 있는 편이고
대단한 경관이 있는 해변이라기보다 동네 주민이 산책하러 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로컬 장소 아닌가! 특히나 나는 해변을 좋아하니까 흔쾌히 수락하고 따라갔다.
그리고 이런 장소는 또 근사하고 유명한 관광지와 다른 매력이 있기 마련이다.
버스 타고 달려 도착한 크레몬드 해변, 역시나 진짜 한적했다.
날이 조금 흐린탓인지 쨍한 느낌의 바다보다도 몽환적인 느낌이 보다 강하게 느껴졌다.
왠지 이 근처에 살면서 이 해변을 매주 방문한다면 책 한 권 뚝딱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해변 따라 걷는 길에 얼핏 보니 나무가 잔뜩 꽂혀있길래 처음에는 무슨 주술적 의미인가 싶어 좀 소름 돋으려고 했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안에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아마 나무 받침 대였나 보다.
주술이 아니라 몇 년 후에 오면 나무로 울창하게 되겠지.
사실 이날 여기 해변에서 좀 이상하게 많이 걷는다 싶었는데 중간에 나가는 길을 놓쳐서 한참 더 걷다가 다시 돌아갔다. 이날도 최소 2만 보는 걸은 듯하다. 일상에서도 여행에서도 역시 튼튼한 두 다리가 필수다.
그래도 알차게 여기저기 돌아다닌 하루였다. 이 날 헤어지며 Dani랑 서로 한 가지를 약속했다.
'내일은 오늘처럼은 걷지 말자'
나는 여행객이라고 하지 Dani는 원래 사는 데를 여행하느라고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덕분에 둘째 날도 너무나 잘 돌아다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Sainsbury's에서 저녁으로 파인애플칩을 사서 들어갔다.
당류가 잔뜩 붙은 건과일이 아니라 진짜 파인애플을 바싹 말린 형태여서 너무 달지 않아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하루 일정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