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떠나 에든버러로 가는 날. 런던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동하는 날이 되었다.
아침에 짧게나마 호스트랑 인사하고 길을 나섰다.
이번에 런던에서 에든버러로 가는 교통수단으로 기차를 택했다. 유럽에서 처음 기차를 타보는 날이었다.
기차표 잘못 끊어서 생난리를 친 기억이 있어서 기차를 타는 게 큰 일 같이 느껴졌다.
호스트가 다음 목적지는 어디냐고 물어서 기차 타고 에든버러 간다 하니 밖에 풍경이 예쁠 것이라고 기차 타는 건 잘한 선택이라고 했다. 마침 날씨도 참 좋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기차 타러 킹스크로스 역으로 향했다.
주말 아침같이 길을 나서서 그런지 꽤 한산한 편이었다. 덕분에 여유롭게 걸을 수 있어 좋았다.
런던은 마지막까지 교통수단이 참 편했는데 지하철은 마치 한국 같았다.
지하철 좌석 배치도 한국이랑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먼 나라에서 온 여행객으로서도 위화감 없이 이용할 수 있어 안심이었다.
기차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커피를 한잔 하기로 했다.
Black sheep coffee는 Caffee Nero처럼 점포가 어딜 가나 있다.
그리고 런던에서 처음 보는 키오스크를 이용해서 Flat white를 시키고 아침에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겼다.
약간 쌀쌀한 아침공기와 또 새로운 여행지로의 기대감이 어우러졌다.
밑으로 내려갔다가 헷갈려서 역무원한테 물어봐서 다시 올라와서 찾을 수 있었다.
역이 규모가 꽤 커서 타는 곳이 여러 군데 있어서 모르면 물어보는 게 제일 정확한 방법이다.
전광판에서 에든버러행 플랫폼이랑 출발시간을 다시 확인하고 이동했다.
이럴 때 가끔 캔슬보이면 내 기차가 아닌데도 아찔하다. 무사히 탈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기차가 정시에 도착해 오를 수 있었다.
런던은 이제 안녕이다.
기차 내부는 평범하게 생겼고 내 자리는 마주 보는 좌석 바로 뒤에였다.
처음에는 이게 잘못된 일인지 몰랐지만 머지않아 알게 되었다.
네 명이 마주 볼 수 있게 되어있어서 가는 내내 대학생정도로 보이는 여자 네 명이서 기차가 떠나가라 떠들어댔다. 한국 기차는 객실 내 정숙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는 자유롭게 떠드는 분위기인지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내 옆에 로빈 윌리엄스 닮으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 앉으셨다.
처음에는 유니폼으로 시선 끌더니 인사하고 앉아서 스몰톡을 시작하셨다.
한국에서는 그럴 일도 없지만 외국이니까 영어로 얘기하는 것도 재밌고 무슨 얘기 귀를 기울여봤다. 이 분은 현재 Chelsea Pensioners로 과거 영국군대에 속해있었고 현재는 은퇴하시고 Royal Hospital에 지내고 계신 듯했다. 은퇴라고 하기엔 아직 임무를 수행하시는 것 같았다.
범상치 않은 직업에 과거에 화려했던 이력까지 처음 보는 나에게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사실 오른쪽으로 동료도 앉았는데 자는 동료 깨워서 책도 빌려 지내고 계신 곳이 어떤 곳인지 부연설명하며 보여주셨다.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한국얘기도 좀 하고 북한얘기도 하고 나름 얘기하면서 좀 가다가 이 분이 먼저 잠에 들킬래 나도 이때다 싶어 쉬었다.
그러다가 내리시며 명함을 주면서 나중에 런던 오면 구경시켜 줄 테니 연락하라고 하셨다.
글쎄, 그럴 일은 왠지 없을 것 같지만 여행 중 겪은 재미났던 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호스트가 말했던 대로 에든버러까지의 풍경은 전형적인 영국 전원풍경이었다.
날씨까지 좋았던 덕에 파란 하늘이 유독 예뻐 보였다.
탁 트인 창 밖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니 4시간 반이 지나 에든버러에 도착했다.
에든버러 웨이벌리역도 상당히 넓고 복잡해서 헤맬 뻔하다가 간신히 찾아 나왔다.
나오니까 친구 Dani가 기다리고 있었다!
Dani는 인연이 긴 친구인데 2018년 처음 에든버러 가면서 혹시나 싶어 연락해 봤더니 내가 도착하는 날부터 심지어 본인 생일까지 흔쾌히 나와줬던 고마운 친구이다.
그때 이후로 Dani랑은 더 끈끈한 친구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에는 당연히 이 친구를 만나러 왔고 마침 친구 휴가라 작정하고 같이 놀기로 했다.
스코틀랜드 기념탑을 보니 내가 진짜 에든버러에 왔구나 싶었다. 도심에 울려 퍼지는 스코틀랜드 전통음악도 한몫했다.
오랜만에 온 에든버러 그리고 또 오랜만에 만난 친구.
풍경도 구경하랴 친구랑도 수다 떨랴 에든버러에 도착하자마자 분주했다.
Dani가 좋아하는 쌀국숫집에 도착했다.
사실 런던에서 식사다운 식사를 한 적이 없어서 국물 있는 음식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게다가 쌀국수는 원래도 좋아하는 음식이니까 정말 맛있게 먹었다. 사이드로 주문한 스프링롤도 굉장히 맛있었다.
기분 좋게 점심식사를 하고 체크인하러 숙소에 갔다.
숙소 건물까지는 잘 찾아가서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고 반응이 없어서 뭐지 싶었는데 내가 주소를 잘못 봐서 엉뚱한 집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없었는지 아무 반응이 없었지만 있었으면 큰일이었을 뻔했다.
다행히 다시 주소를 확인하고 제대로 찾아서 순조롭게 체크인 완료했다.
짐을 내려놨으니 어깨도 가벼워졌겠다 본격적으로 에든버러 투어를 시작했다.
사실 에든버러는 런던처럼 큰 도시가 아니라 관광 명소가 많은 건 아니지만 나는 현지 친구를 둔 이점으로 이 친구가 좋아하는 장소에 따라가보기로 했다.
두 번째 와보며 느낀 것이지만 에든버러는 건물이 중세시대 느낌이다.
도시에 보이는 건물이 되게 역사가 깊어 보인다. 클래식한 영국의 매력이라고 해야 하나.
게다가 4월의 에든버러는 햇살부터 나무, 중간중간 피어있는 꽃까지 봄느낌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Dani가 좋아한다던 산책코스는 에든버러 북쪽에 있는 아기자기한 곳이었다.
평화롭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딱 내 스타일이기도 했다.
우리는 그간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이 코스를 돌았다.
이제 좀 쉴 겸 커피 한잔 하려고 하는데 역시나 카페는 거의 다 닫혀있었고 믿었던 카페 네로까지 이미 닫고 있었다.... 갈 데가 없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이 날은 Dani 랑 여기까지 놀기로 했다.
우리는 다음날이 있으니까!
그렇게 Dani 랑 헤어지고 혼자 숙소까지 걸어가며 Primark랑 H&M 들러서 아이쇼핑도 했다.
사실 날씨가 생각보다 쌀쌀해서 좀 두꺼운 스카프를 사려했는데 아니 아직 추운데 매장은 거의 여름이었다. 그래 패션은 앞서가는 거라더니.
에든버러 정취를 느끼며 걷고 걸어 숙소에 다다라 Sainsbury's에서 저녁으로 먹을 과일 사서 귀가했다.
새로 시작한 에든버러 여행. Dani를 다시 만나서 너무 반가웠고 이번 숙소는 침대가 넓고 푹신해서 쉬는 것도 편안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투어도 좋지만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이런 여유도 너무 좋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숙소에서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아서 나중에는 포기하고 핸드폰에 저장해 둔 어바웃 타임을 몇 번을 돌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