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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이란 무엇일까

양지삼 / 일하는 사장의 생각

by 자민

”내가 생각하는 좋은 프랜차이즈란 가맹점을 100개, 200개, 300개로 늘려가는 브랜드가 아니라, ’상처받는 사람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가진 곳이다. “


‘운영’이란 무엇일까요? 고깃집을 예로 들어봅시다. 대개는 손님이 오면 물을 갖다주고, 메뉴판을 건네고, 주문을 받고, 고기를 굽고, 계산을 하고, 손님에게 인사하고 테이블을 치우는 일들을 순차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운영’이라 할 때 이 과정을 떠올렸다면 큰 착각입니다. 이는 손님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기본적인 업무이지, 운영에 포함되는 것이 아닙니다. 운영은 이런 것입니다. 손님을 어떻게 우리 가게에 (다시) 오게 할 것인가? 매일 똑같은 일을 하는 직원을 어떻게 동기부여할 것인가? 고기를 굽는 직원에게 어떤 꿈을 심어줄 것인가? 꿈을 심어주지는 못해도 어떻게 계속 일하게 만들 것인가?


"직원에게 10을 이야기하면 전달되는 가치는 5로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즉 위임하는 일은 그 가치가 반으로 줄어든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위임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직원은 시키니까 더 잘하던데요, 2배로 해오던데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사람이 우리 가게에 온다는 보장도 없고, 그럴 확률은 희박하다.“


”직원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다. 내 자식처럼 절대적으로 사랑해야 하는 대상이다.”




‘일하는 사장의 생각’은 청기와타운을 창업한 양지삼 님의 기록이다. 청기와타운은 점심때 종종 가는 식당인데, 와인 콜키지도 무료고 해서 저녁에도 두어 번 간 적이 있다. 요 몇 년간 매장이 계속 늘어나는 걸 보고 막연히 잘되는구나 정도만 생각했는데, 책을 보니 창업자의 내공이 어마무시하다. (찾아보니 비슷한 또래인데, 인생을 두세 배는 더 압축해서 사신 것 같다.)


조개구이집 직원부터 시작해서 세간이 주목하는 브랜드의 대표가 되기까지 그야말로 많은 일들을 겪었단다. 그러고도 본인이 원하는 상이 있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수없이 시도하고, 집요하게 디테일에 매달렸다. 각 분야에서 성공한 많은 이들이 그러하니 그건 그럴 수 있다 싶은데, 그 과정들에서 스스로 배우고 느낀 것들을 외식업계 후배들에게,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의지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읽는 내내 그 마음이 느껴져 대단하다 싶었다.


책은 사장의 이야기를 하지만, 동시에 한 점포를 책임지는 점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 사장에서 한 글자만 바꾸면 점장이고, 점장에서 한 글자만 바꾸면 팀장이 된다. 열 명이 채 안 되는 조직을 허덕이며 꾸려가고 있는 내게도 공감 가는, 또한 뜨끔하게 하는 구절들이 많았다. 나도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져 그저 일상적인 업무 수행을 ’운영‘이라고 착각하고 있던 건 아닌지, 이런저런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이게 현실이라며 자조하고 어느 순간 타협하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책 속에 빼곡했다.


청기와타운을 찾을 때마다 책 속 내용들이 떠오를 것 같다. 저자 말마따나 ‘회사에 득이 되는 사람’을 고객으로 정의한다면, 이 책을 통해 새로이 청기와타운의 고객들이 꽤나 많이 늘어나게 될 것 같단 예감이다. 브랜드 스토리를 이해하며 점점 더 애정하게 될 팬들과 함께 이 회사가 앞으로 얼마나 더 커나가게 될지 꾸준히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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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리뷰가 언제였는지 찾아보니 네 달 전이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책 읽고 글 쓰는 게 차일피일 뒤로 밀렸는지 지나고 보니 도통 모르겠다. 바쁘다기보단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였던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남은 올해 남은 일곱 달은 다시 정신줄 잘 부여잡고 부지런히 읽고 생각하고 써나가련다. 아무튼 한번 잡은 루틴이 무너지면, 다시 붙잡아 세우는 건 배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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