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핫한 젊은 작가 중 한명이라는 최은영 작가의 작품(신작이라기에는 21년 7월 발간되어서 그냥 작품이라고 표현)이자 최초의 장편소설이라는 [밝은밤]을 읽어보았다.
금요일 퇴근 후 교보문고에서 둘러보다가 전부터 눈여겨 봤던 소설을 구매한 것인데, 다 읽고 난 지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3대에 걸친 여성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흡입력 있고, 공감되도록 슬프고 아름답게 잘 쓰다니.
읽으면서 눈물이 나는 장면이 있기도 하고 (진짜 흘리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공감이 되었다) 다행이라고는 생각도 들면서, 정말 현실적인 당시 여성의 아픔을 그려낸 부분이 인상 깊다.
모든 인물들이 기억나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인물을 고르자면 새비아주머니와 영옥 할머니이다.
자신와 아이를 위해 일본으로 떠난 남편을 대신하여 혼자 출산하고 아이를 길렀지만,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남편을 대신하여 욕받이가 되고, 남편의 죽음마저 자신의 탓이라고 손가락질하는 무지한 시대에 얼마나 고통 받았을지, 남은 딸 하나를 데리고 전쟁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 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주인공의 할머니인 영옥할머니 또한 부인을 속이고 중혼을 하여 나중에는 무책임하게 떠나버린 아버지 없이 자라나는 과정, 어렸을때 친하게 지냈던 희자(새비 아주머니의 딸)가 명문대에 합격하고 잘나간다는 소식을 들으며 이제 자신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자책하고 외로워하는 모습 등이 안타까우면서도 꿋꿋하게 잘 살아온 모습이 멋지기도 했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자신의 손녀에게는 따뜻하고 이혼이 니탓이 아니라며 위로하는 모습이 멋지게 늙으신 할머니 같아 부럽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 전쟁을 거치는 폭력과 억압의 시대에 고통 받았지만 끝까지 자신들의 존재를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읽으면서 먹먹했지만 끝으로 갈수록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켜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라는 존재에 관해서도 다시 한번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앞으로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최은영 작가의 다른 작품들인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을 차례로 읽어보아야 겠다는 다짐도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