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나는 백마부대의 중대장으로 취임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내가 맡은 1대대 1중대는 백마고지 전투를 영화화 한 [고지전]의 모티브가 되는 [악어중대]라고 구전되고 있었다.
나는 부대의 단결과 자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중대 로고를 만들고자 했었는데, 강한 악어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싶었다.
그리곤 점심시간에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중대 행정반에서 연필과 종이로 '악어중대' 로고를 쓱쓱 그려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의외의 결과에 만족한 나(스스로)는, 당장에 이 로고를 1) 티셔츠로 만들 것과 2) 중대 벽면에 큼지막한 벽화로 그릴 것을 지시했다.
티셔츠는 부중대장에게 임무를 부여했고, 검은색 쿨론 소재 티셔츠로 중대원들이 모두 입고 다니게 되었다. 벽화는 중대에서 미술 하는 친구 셋을 불러다가 그렸는데 이후 우리 중대 전입, 전출 간에 포토존이 되었다.
당시 티셔츠 주문 의뢰 디자인 초안
그 덕분인지 우리 중대는 유난히 단결되고 자부심 넘치는 부대가 되었고, 다른 부대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다른 부대들도 황소며 전갈이며 독수리며 중대 상징물을 따라 그리기 시작했으나 '악어'만은 못했었다.(내 생각)
악어중대는 부대에서 전설적인 중대가 되었고(아 오늘 스스로에게 취한다), 그 덕분인지 우리 대대는 사단 선봉대대, 중대는 선봉 중대, 소대는 최우수 소대를 모두 거머쥐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군필자분들은 이해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ㅎ)
아, 벽화 사진이 없어서 아쉽네열과 성을 쏟은 악어중대 중대장으로서의 25개월이 끝나고 이임식을 하던 날, 나는 미리 준비했었던 악어중대 로고를 새긴 군번줄 인식표를 준비해서 중대원들 하나하나에게 나눠주었다. 이임식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그런 아름답고 순수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요즘에 하고 있는 '글 그림'의 시발점을 떠올리게 되었다.
"아, 맞다. 이걸 그때 했었구나, 악어중대 때"
선봉중대였던 중대에서의 이임을 기념해서 사비로 발행한 악어중대 인식표. 한정판 120개.오늘도... 재수 없는 자랑....
근데, 저 악어중대 로고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글 그림은 아마 타고난 재능이 좀 있는 건 아닌지(아.. 재수) 생각이 든다.
옆에서 아내 왈 "그 새를 못 참고 또 자기 자랑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