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다이어트를 했다. 5일 동안 하루 24시간 중 16시간을 공복 상태로 유지하고 나머지 8시간 동안에는 셰이크와 무가공식을 먹고 하루에 30분 이상의 운동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처음 이틀은 셰이크만으로도 배고프지 않은 기분이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운동이었다. 음식으로 인한 즐거움과 배부르다, 기운 난다는 기분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은 정말 나와의 싸움이었다. 또한, 퇴근하면서 먹고 싶은 것들이 머릿속에 다양하게 떠올랐는데, '지금 꼭 먹어야 하는 것'은 거의 없지만 오늘 먹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상실감에 휩싸이는 저녁시간을 보냈다. 매일 집 앞의 마트를 지나면서 5일 뒤에 먹을 것을 미리 사서 쟁여놓을 것인지 아니면 5일 뒤에 사러 갈 것인지 내면의 갈등을 하며 나 스스로를 설득하는 기간이 되었다.
다이어트라는 것은 분명히 나를 위한 선택인데, 나를 위한 일을 하면서 나 자신을 타이르고 설득해야 한다니 모순적인 일이다. 맛을 잃은 5일은 재미가 없었다. 셰이크를 먹을 때는 '나름 맛도 괜찮고 먹을만하네~' 하고 생각했지만, 입에 아무것도 넣지 않는 시간 동안에는 '즐겁기 위해 사는 건데 먹는 즐거움이 없으니 이렇게까지 하면서 다이어트를 해야 하나' 고민하며 긴 싸움을 했다. 5일째 되는 날에는 저녁에 그냥 고기를 먹어버릴 거야 초콜릿도 먹을 거야 하며 드릉드릉 시동을 걸었지만, 정작 저녁이 되자 오늘까지도 참았는데 내일도 안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이 느껴졌다.
별 것 아닌 식이조절일 뿐인데,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 무엇인지 얼마큼 인지에 따라 나의 기분이 좌우된다. 자신감을 주기도 하고 치졸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듯 삶의 의식주 중에 가벼운 것이 없다. 모든 일이 나를 만들고 나를 가르친다.
올해는 코로나로 집콕을 하면서 인터넷 쇼핑을 통해 물건을 참 많이 샀다. 내 방에 쌓인 물건들을 보니 쇼핑도 다이어트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의 방송 키워드에 하나로 많이 등장하는 것도 '정리'인 것처럼. 물건을 사도 사도 뭔가 더 사고 싶은 마음이 들고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봤는데, 어쩌면 너무 쉽게 구해진 제품이라 그런 것 같다. 오래 고민하고 들었다 놨다, 직접 보고 고민하고 구매했을 때 오는 물건에 대한 애착과 만족감이 있는데, 인터넷으로 구매한 것들은 즉흥적으로 사거나, 꼭 사려던 물건보다는 그 옆에 있던 신박한 물건일 때도 있다 보니 받았을 때 잠깐은 기분이 좋지만 오래오래 손때 묻혀 사용하게 되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2021년의 계획을 세우면서 몸도 마음도 물건도 다이어트를 해서 '애착 가는 물건을 골라내고 오래 깊이 사용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 다이어트를 통해 내년 한 해가 지나면서 손때 묻고, 나의 시그니쳐가 될 물건이 생겨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