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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now one Dec 13. 2020

권태기

기획아 우리 이대로 괜찮은 걸까?

요즘 업무 권태기가 쎄게 왔다.

지금 회사에 입사한지는 이제 딱 1년이 됐다. 작년 9월에 시작됐어야 하는 프로젝트에 11월 초에 합류했는데, 합류하자마자 9~10월에 진행된 내용을 모두 다 엎고 외부업체에 필요한 솔루션을 구매해서 마이그레이션을 맡기고 모바일 기획을 시작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 채용은 계속 진행 중이었고 결국 1월에야 개발자들이 입사했다. 1월 중순에야 자리 잡혀 시작된 앱 개발은 6월 베타 오픈으로 어느 정도 매듭을 지었고, 연말까지 개비하며 진행될 줄 알았는데 회사에서 요구하는 다른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게 되어 모바일앱 프로젝트는 잠정 중단한 채로 웹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잠정 중단이라고 하지만 운영 중인 모바일앱에 필요한 기능이 생길 때마다 계속 짬짬이 개발하고 주 1회 업데이트를 배포하면서, 별도의 웹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참 고단한 여정이었다.


또 문제는 웹 프로젝트가 순탄히 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었는데, 일정과 기능을 계속 수정해가며 7월부터 장장 6개월을 달려왔는데 아직 오픈에 대한 빛이 보이질 않는다. 주 종목이 모바일도 웹도 아닌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하고 있으며, 나 조차도 두 개의 프로젝트 사이에서 생각이 스위치 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하반기에는 계속 어렵다 생각하며 일하고 있는데, 11월부터 시작된 재택근무가 이 권태기에 더 부채질을 하고 있다. 

재택근무 중에 업무협의를 위해서는 프로젝트 참여자들과 화상회의를 하는데, 웹 회의를 끝내면 바로 모바일앱 담당자들이 회의를 요청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사무실에서였다면 커피 한잔 하며 조금 시간을 벌거나, 다른 참석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먼저 들으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일 텐데, 빠르게 요점만 나누고 끝내려는 화상 회의에서는 캠이 켜지자 마자 중요한 결정들을 해야 한다. 매일이 어려움의 연속이다.


얼굴 보며 커뮤니케이션하고 협의점을 찾아가는 사무실에서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달아 간다. 기획업무의 절반은 협의와 조율, 그리고 납득시키는 과정인데 면대면의 관계가 없이 기획을 진행하는 것이 참 어렵다. 문서를 더 완벽하게 만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내 문서가 구멍 하나 없이 완벽할 수 있을까? 

이것은 진정 기획과의 권태이긴가, 내 능력과의 권태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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