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하나

술에 대하여

by 조세핀정

그녀는 결혼 전 술을 하지 않았다. 아니 20대 초반에 신앙에 대한 신념으로 술을 끊은 뒤 술 마시는 것 자체를 혐오(?)했다. 또한 그런 자신이 참 거룩하다고 느끼는 듯했다.

결혼 후 간 시댁은 아들이 셋이라 시엄니는 그들과 대화를 위해 요리를 하시고 당신은 한잔이면 낯빛이 벌게지시면서도 아들들을 불러 술을 권하고 대화를 하셨다. 남편도 타인과의 대화를 위해 술을 하는 문화가 싫지 않았다. 술 마시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던 그녀의 마음이 슬금슬금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음날 친구들과의 집들이가 있어 대형마트에 갔다가 장을 보고 미니어처가 세 개 붙은 백세주를 여섯 병 사놓고

몇 가지 요리를 하고 준비하던 중 미니어처의 작은 술병과 눈이 마주쳤다.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우리 맛이 어떤가 볼까?"

하면서 미니어처 세병을 따서 마시기 시작했다.

홀짝홀짝~~

술이 그러하듯 도수가 낮아 술술 넘어갔다.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하며 먹은 것이

아뿔싸!

늦은 저녁까지 계속되고...

무려 미니어처 세병

큰 병도 여섯 병 다 마시게 된 것이다.

언제 마셨는 줄도 모르게 낮은 도수의 술은 그렇게 점령당했다.

반격이 시작된 것은 다 먹고 난 이후였다.

낮은 도수의 술은 서서히 그녀의 뇌를 자극했고 먹지 않던 술이라 더 큰 타격으로 '술주정'이라 하는 행위로 이어져 남편의 이름을 고래고래 불렀다. 왜 부르는지, 어떻게 하라는 건지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당황한 그는 10시도 한참 넘은 그 시간 약국을 찾아다녀 술 깨는 약을 사 와야 했다.

몇 군데를 돌아다니며 겨우 사 왔노라 이야기하며

다음날 아침 일어난 그녀에게 다음부터는 술 마시면 안 되겠다고 하며 전날의 깊은 시름을 이야기했다. 지금도 가끔 지난 이야기 하며 그 '고래고래'의 의미가 결혼 20여 년이 흐른 지금은 퇴근 후 술 한 병씩 사 와 서로의 시름을 달래는 도구가 되었다. 그렇게 술은 서로의 위로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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