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했던 겨울 그리고 찬란한 오월

커튼이 열리고

by 조세핀정

엄마는 그만 결혼하라고 성화지만 딱히 주변을 보아도 소개팅을 받아도 맘에 드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

그녀는 얼굴이 잘생긴 것을 보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사람도 부담스럽고 그저 대화가 통하고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나 만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두라노 서원 QT훈련학교에서 결혼에 대한 10가지 조건에 대해 써놓고 기도하란 조언에 10가지는 써놓고 기도하는 중이다.

그러나 그것도 100% 만족한 사람이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기도하고 있다. 나이 35이면 적은 나이도 아니기에 아무나 만날 수도 없지 않은가..


그 해가을은 유난히도 단풍이 예쁘고 하늘이 높았다. 늦은 나이에 유아교육과를 간다고 공부하고 있지만 가슴 한편은 외롭기 그지없음을 속일 수 없다. 지독한 외로움이 밀려온다.

이제까지 살면서 이렇게 철저히 외로워 본 적은 없는 듯하다.

친구들은 모두 결혼생활과, 자녀 키우는데 여념이 없고 늦깎이 대학생인 나는 20살~22살 어린 동생들과 동문수학 하지만 나의 외로움은 알 수가 없겠지. 또한 같은 또래 동기들은 공부하느라 타인의 인생엔 관심조차 없으니 신앙생활과 직장, 공부만 하는 나는 풍요 속 빈곤이라고 철저히 혼자임을 느끼게 되면서 쌀쌀한 가을의 한가운데를 지나며 뒹구는 낙엽이 자신의 신세인 듯 고독하기만 했다.


다음 해 새해가 시작되고 또 다른 해를 맞이한다는 설렘과 함께 다시 활기를 되찾고 지난해의 외로움과 고독은 싹 잊어버리는 놀라운 신의 은총 속에 학교는 방학을 맞이했고 그녀는 알바를 했다

미술학원에서...

퇴근 후 전화가 왔었노라고 동생에게 전해 들었다.

그 후 두어 번 전화가 왔었고 세 번째나 돼서야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몇 년 전 엄마의 교회에 결혼상담소 같은 곳에 마지못해 써놓은 프로필 기록을 누군가 보시고 소개를 한 것이다. 그렇게 통화를 하고 한겨울 저녁 무렵 만남은 성사되었다. 지독한 외로움 끝에 만남이어서 인지 싫지 않았다. 카페에서 리소토를 시켜 먹고 차까지 마시며 서너 시간이 훌쩍 갔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무슨 대화가 길었는지 그와의 만남은 따듯하게 흘러갔다.

아르바이트하는 곳으로 매일 저녁 데리러 왔고 기다릴 때는 첫째 날 저녁은 따듯한 유자차를 갖고 기다렸고, 그다음 날은 따듯한 꿀차를, 그다음 날은 귤두 개를.. 이런 식으로 그는 자신이 마음이 따듯하다는 것을 알려왔고 싫지 않았다.

그렇게 만나던 어느 날 동생과 사촌동생이 궁금한지 소개를 시켜 달라고 하자 상의 후 오케이를 했다.

그날 동생들 앞에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마치 항상 마주 보고 있었는데 커튼이 가려져 있었다면 만나서 얘기하는 순간 커튼이 젖혀진 것처럼 그렇게 익숙했다고, 바로 이 사람이었구나 하고 느낌이 왔다고 한다.

그렇게 사 개월을 사귄 뒤 둘은 아름다운 오월의 신랑 신부가 되어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짧은 만남 긴 여정을 평생 연예하듯 살아가자고 약속을 하며 찬란한 오월의 신부가 되었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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