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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디쌤 조명국 Jul 14. 2020

사실 우린 모두 소설 쓰고 자빠졌다

소설을 쓰되 낭설을 쓰지는 말자


 최근 한 걸그룹 내에서 발생한 문제가 한바탕 연예계를 휩쓸고 지나갔었죠. 한 걸그룹의 리더인 A양이 B양을 오랜 시간 못살게 굴었고, 결국 B양은 탈퇴 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A양의 만행을 폭로했습니다. 이에 A양은 B양의 폭로를 단 두 글자로 표현했습니다. "소설" 
 이 두 글자는 B양의 말이 다 거짓말이고 허무맹랑하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B양은 이 표현에 분노하고 실망해, 추가적이 폭로를 이어갔고, 결국 A양의 탈퇴로 이 사건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처럼 소설이라는 말은 일상생활에서 쓰일 경우, 매우 부정적인 뉘앙스를 띠는 표현입니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지어낸다'는 의미이지요.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는 모두 소설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를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1. 우리는 모두 소설가


아마도 갑자기 이런 표현을 쓰니, "다 뭉뚱그려서 우리 모두 소설 쓰는 거짓말쟁이로 모는 거냐?"라는 비난을 하실 수 있습니다만, 잠시만 더 이야기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면 그렇다는 거니까요.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건을 나의 경험을 토대로 해석하고, 그때의 감정으로 해석하고,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당시의 선별된 정보로만 파악하기 때문입니다. 


3개일까 4개일까?


 이해를 돕기 위해, 연인이 헤어지는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A는 B가 "우리 시간을 좀 갖자"라는 말을 해서, 충격에 빠졌습니다. A는 보통 그런 이야기는 헤어짐의 전조 곡 정도 되는 것이라 여겼기에(경험을 토대로 한 해석), 곧 헤어질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요즘 연락이 잘 안 되고, 애정표현도 줄은 것 같다는 기억들이 떠오릅니다.(선택적 주의) 시간을 갖자는 말 이전부터 이미 '헤어지고 싶다는 티'를 엄청나게 내고 있었다는 결론을 냅니다. 헤어짐을 당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한 A는 미리 선빵을 날리기로 합니다. "그냥 우리 헤어지자"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고자 하는 말)


출처 : 행정안전부 유튜브 "재난씨 우리 헤어져" 재난 대응 사례집 발간


 B의 상황은 이랬습니다. 중요하게 여기는 기념일을 까먹어서 A에게 실망하던 차에, 요즘 부서를 옮겨 일에 적응하느라 바빠서 연락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상황적인 요인) 부모님의 이혼이라는 집안일까지 겹쳐서, 정신이 너무 없는 와중에 A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없는 것에 죄책감도 들고 있었습니다. 당분간은 일에 적응, 집안일이 해결될 때까지 조금의 시간이 필요하다 여겨서 A에게 "시간을 좀 갖자"라고 표현했습니다.(이 표현이 큰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을 못함 -  자기중심적인 사고) 그러나 A로부터 돌아오는 답변은 "헤어지자"였습니다. B는 충격을 받고, 기념일도 까먹는 걸 보니 이미 마음이 식었다고 생각합니다.(감정 격양, 선별된 정보) 그리고 그 말에 "그러자"라고 답해버리죠. 


 멀리서 보면 답답하겠지만, 각자는 각자의 입장에서 '소설'을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들이 적절하게 소통했더라면, 헤어짐이라는 결론으로 가지 않았겠지만, 각자는 당시에 소통하지 못했고 그렇기에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A는 '시간을 갖자'를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었고, B는 A도 기념일을 까먹으면서, 자신이 A에게 소홀한 것을 그렇게까지 해석하고 있는지를 몰랐던 것이죠. 


코끼리는 각자에게 어떻게 인식될까?


 이런 사건 말고도 어떤 사회적인 이슈를 바라보는 입장도 모두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어떤 입장이 '옳다'라고 주장하면서 싸우곤 하죠. 각자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판단할만한 이유들이 있는데, 우리들은 그들의 생각은 '소설'로 치부하고, 내 생각은 '사실에 입각한 합리적인 사고'라고 판단합니다. 각자 자신이 크게 착하고 대단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쁘거나 멍청한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싶어 하죠. 그래서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은 다 멍청하고, 나쁜 사람이 되기가 쉽습니다. 


2. 소설을 쓰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소설을 씁니다. 다시 말해,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자기식대로 해석하고 자기식대로 판단한다는 의미이지요. 이는 나쁘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현재의 상태가 객관적으로 좋지 않더라도 '괜찮아' '잘될 거야'라고 서로에게 말하면서 위로하고 힘을 내고 희망을 갖는 것은 우리에게 상황을 변화시킬 힘을 주기도 합니다. (물론 최악의 상황인데, 잘될 거라고 자위하는 것은 좋지 않겠지요)


또한 어떤 사건을 겪고,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때 우리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기도 하죠. 만약 우리가 이전 경험을 토대로 이렇게 저렇게 될 거라는 '소설'을 쓰지 않으면, 발생한 문제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보통 당시에는 나쁘게 보는 게 가장 합리적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자연스레 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해석체계가 너무나 투명하기만 하면, 부정적으로만 해석해 감정이 나빠지고, 좋아질 가능성을 없애버려 변화의 가능성도 사라지게 만들 수 있지요. 


 자기 자신에 대한 적당한 소설 역시 도움이 됩니다. 심리학 연구에서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인 점수보다 조금 더 좋게 봐주는 게 가장 건강한 상태라고들 합니다. 보통 남자들이 거울을 보며 '이 정도면 괜찮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을 조금 더 좋게 보는 것은 멘탈 건강에 좋습니다. (지나치면 문제겠지만요) 이처럼 나에 대한 소설이 실제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현실에서 이 생각은 반박당하기 때문에 안전한 생각(?)입니다.


3. 하지만 소설(小說)을 써야지 낭설(浪說)을 써선 안된다.


 소설의 한자를 살펴보면, 작은 이야기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나 자신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는 작은 이야기를 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고, 그러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 이야기가 지나치게 잘못될 경우 자기 자신과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해석으로 상대를 의심하고, 자신에게 해가 되는 선택을 하기 때문입니다. (약을 먹지 않고 아이에게 백신을 맞추지 않는다든가, 영양이 중요한 아이에게 극단적인 채식을 적용한다든가, 세상에 종말이 온다든가) 


스님들도 성장기 동자승들에게는 고기를 먹인다


 자기 자신이 현재 소설을 쓰고 있는지(나에게 맞는 적절한 해석체계) 아니면 낭설을 쓰고 있는지(나에게 맞지 않는 부적절한 해석체계)를 알아보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 이야기로 인해서 내가 편안해졌는가? 

주위 사람들과 더 좋은 관계가 되었는가? 

그 이야기가 나를 올바르게 이끌고 있는가? 


 굳은살처럼 박혀있는 자신의 해석 시스템의 문제점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지만, 우리들은 위의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그 신념, 그 생각, 그 해석'이 자기를 힘들게 하면서도 놓지를 못합니다. 그 소설이 절대 진리인양 믿고 있는 것이지요. 


 당신은 어떠신가요? 당신의 사고 체계, 소설 시스템이 당신을 편안하게 주위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도록 만들고 있나요? 그게 아니라면 그것은 소설이 아니라 자신에게 해가 되는 낭설 일지 모릅니다. 



요약

1. 사람은 모두 소설을 쓰는 소설가다. (자기 입장에서 해석하고, 판단하고, 결정한다.)

2. 소설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3. 작은 이야기 - 소설은 괜찮지만, 잘못된 이야기 - 낭설은 좋지 않다. 


우리는 상대에 대해서 그리고 상대와의 관계에 대해서 자신의 관점을 덧붙이며 '해석'을 합니다. 그러고는 그 해석을 하나의 진실인 양 믿어버립니다. 스스로 가설을 세워 '소설'을 쓰고는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차츰 어떤 것이 자신의 '해석'이었는지, 어떤 것이 '진실'인지 스스로도 분간할 수 없게 됩니다. 

일자 샌드의 책 - 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을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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