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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디쌤 조명국 Mar 21. 2022

너무나 달콤한 피해자 코스프레

너와 나의 심리 게임 2편

이전 글 왜 그 사람이 나는 불편할까? 에서는 나를 꾸준히 불편하게 하는 사람의 심리를 알아보았습니다. 이전 글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채워야 할 인정 욕구가 있으며, 이에는 적정한 강도와 시간이 필요하다. 어렸을 적 애정 어린 인정 자극으로 인정 욕구를 채우지 못한 사람은, 부정적인 인정 자극으로 인정 욕구를 채우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들은 피해자가 되거나, 박해자가 되거나, 구원자가 되어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고 인정 욕구를 채운다.


오늘은 피해자 역할을 통해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고, 인정 욕구를 채우는 사람들의 모습과 심리를 좀 더 깊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피해자의 모습


 이들은 순수해 보이고, 연약해 보입니다. 애처롭거나 우는 소리를 많이 하며, 인생에서 불행한 일을 많이 겪고, 평소 수동적인 태도를 많이 보입니다. 일견 착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기도 당하고, 친구한테 배신도 당하는 등, 야무지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며, 조언을 해 주어도 몇 번이나 안 좋은 일을 겪고는 합니다. 사람 자체는 나쁜 것 같지 않아서, 주위 사람들이 보다 못해 도와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피해자 유형은 자신의 불행을 통해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재주가 뛰어납니다. "너는 그래도 잘 살잖아" "너는 나보다 훨씬 낫지" 등의 말을 해서, 대화하는 내내 불편함을 느끼게 합니다. 마치 자기는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데, 나는 잘 지낸다는 이유로 죄의식을 조장하기도 합니다. 듣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성과나 즐거운 일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상대에게 계속 위로만 하고, "아니야 너도 괜찮아~" 혹은 "나도 그렇게 좋지만은 않아.." 등의 이야기만 해야 하지요.



 또 어떤 경우엔 "넌 진짜 운이 좋다.. 나는 늘 실패만 하는데.."라는 식으로 얘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말들은 상대의 노력을 인정하기 싫은 태도와 합쳐진 멘트로 듣고 나서 대화가 끝나고서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삶이 괴로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며, 힘들게 다리를 끌면서 걷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 대다수의 이동 방향과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가면서 관심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뭔가 무리에 적응하지 못한, 불쌍해 보이는 모습을 보이며,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연민의 시선을 갖기를 바랍니다.


요약하면 피해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주위 사람들의 연민을 자아내고, 신경 쓰이게 하고, 짜증 나게 하거나, 감정을 자극합니다.


피해자 코스프레의 이점


피해자 역할에는 명백한 이득이 있습니다. 바로 상대의 동정심을 자극해서 자기가 져야 할 책임을 상대와 세상에 떠넘길 수 있거든요.


피해자 역할은 불쌍하고 부족한 모습을 통해, 주위 사람들의 동정심과 연민을 불러 모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독점해 인정 욕구를 채울 수 있지요. 또한 무엇보다 처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가끔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자신이 피해자라는 식으로 사과문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이렇게 해야 비난과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은연중에 믿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내가 지금 이 꼴인 이유는 사악한 박해자(혹은 나쁜 구원자) 때문입니다. 나는 어쩔 수 없었어요.’라고 말하면서 처벌을 피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극단적인 경우 자살소동을 벌이기도 하죠. 이들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기보다는, 자살을 할 거라는 말을 통해서 관심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만약 자신을 힘들게 하는 박해자가 없다면, 자신을 멍청한 사람이나 부족한 사람으로 만들어 문제를 해결합니다. 난 잘 몰랐고, 어렸고, 성숙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말이죠. (이는 사실인 경우도 있지만, 책임 회피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는 스스로가 알 것입니다.)


'불행한 나'라는 정체성을 통해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고, 상대나 세상이 문제라는 사고방식으로 자신의 자아를 보호합니다. 이로 인해 자신은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져버리고, 계속 한정된 역량에 머무르면서 몸에 좋지 않은 관심을 받게 됩니다.


피해자들의 게임 방식


1. 엄마가 아이에게 설거지를 시키는 상황



설거지가 하기 싫은 아이는 3초에 한 번꼴로 엄마를 부릅니다. "엄마!! 이거 어떻게 닦아요?" "엄마!! 이건 어디다 둬요?" "엄마 기름때는 어떻게 지워야 해요..?!" 등등 알아서 할 수도 있지만, 하기 싫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으로 코스프레를 시작합니다.


 또는 싱크대 주위에 물을 흥건하게 뿌려버리고, 그릇을 깨 먹기도 합니다. 계속 실수하고 멍청하게 설거지를 하면서 얼간이같이 굴기도 합니다.


끝으로, 설거지를 하기는 했지만, 그릇들의 음식물 찌꺼기는 그대로이고, 세제도 제대로 닦이지 않은 채 마무리하는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엄마가 이 때문에 화를 내도, '나는 그래도 노력했는데..' 하면서 책임을 회피합니다.


이런 모습에 엄마가 화를 빽 하고 내게 되면, 아이는 "엄마는 늘 나한테 불만이야!!"라고 하면서, 엄마를 탓하면서 상황이 마무리됩니다. 아이는 설거지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엄마에게 짜증을 유발했고, 엄마는 화를 내는 가해자가 되고, 아이는 피해자가 되면서 다음의 설거지를 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부부싸움


가정 내에서 피해자가 자기 불행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는 죄의식 조장의 모습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가 한 번쯤은 보아왔던 부모님의 싸움은 다음의 멘트를 포함하곤 했을 겁니다.


"당신이 오전부터 짜증 나게 구는 바람에 내가 중요한 전화 하는 걸 까먹었잖아!!"

“나는 당신 하라는 대로 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거야?”

가장 전형적인 모습으로는 “당신이랑 결혼만 안 했어도 난 훨씬 행복했을 텐데..”이 있습니다. 결국 자신이 선택한 배우자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입장이 되는 것을 통해 신에게 책임이 없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3. 가해자로 만들기


실수나 실언을 하고, 어리석거나 상처가 되는 생각으로 상대를 도발해서 상대가 결국 속상하고 화가 난 나머지 박해자로 돌변하게끔 유도합니다.


"아 미안.. 내가 또 이상한 소리 했네.." "아 또 그랬네.."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가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자초하는 과격한 수준까지 가며, 상대가 언제까지 참는지 시험하는 듯 이런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건 상대가 가해자가 되면, 자신은 피해자가 되고 계속 피해자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피해자라면


자신이 상대의 심리를 조종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즉, 상대와 평이하고 평범한 대화와 교류가 아니라, 자신이 계속 피해자에 머무를 수 있는 대화와 행위를 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래서 상대에게 불편한 감정을 주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하죠. 결국 자신의 인정 욕구를 채우기 위해 상대를 이용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앞으로 나아질 수 있습니다.


상대에게 늘 넋두리만 하고 있다면, 이제는 그 불평불만 대신 구체적인 요구를 하겠다고 다짐해야 합니다. 상대에게 공감을 원한다면, 공감받고 감정을 털어내는 데 집중하고, 문제 해결을 원하면 조언을 받고 행동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원하는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문제는 뭐고 무엇을 원하는가?

 남이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하면, 자신은 무력해지고 발전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자신의 욕구를 분명히 알고, 그것을 스스로 쟁취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자신을 믿고 자신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책임을 지는 행위에서 진짜 경험이 쌓이고, 성숙해질 수 있으니까요.


상대가 피해자라면


 상대는 계속 불평불만만을 말하고 있고, 이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길게 이야기하고 있을 뿐 사실 상대는 문제 해결도 공감도 바라지 않음을 알아야 하죠. 더 이상 상대의 말을 듣지 말고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길 바라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구체적인 이야기를 피하면, 이 대화를 멈추고 다음에 마음이 정리되면 이야기하자고 해야 합니다. 당신은 상대의 넋두리를 계속 듣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을 불쌍한 존재라고 바라보면, 그들은 계속 수동적인 입장을 갖게 됩니다. 그들에겐 그것이 편하고 익숙하기 때문이죠. 때문에 우리는 그들이 그러한 존재가 아니라, 그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고, "너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냐?" "너도 해쳐나가야 하며, 해쳐나갈 수 있다"는 태도로 나아가야 합니다.

 끝으로 간혹 누군가는 자신의 고통을 너무 과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들은 실제 아픔보다 지나치게 부풀려 표현한 것이므로, 그들의 말과 행동에 휘둘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출처&참고 : 크리스텔 프티콜랭, 이서진 역, 나는 왜 네가 힘들까, 부키


나도 모르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나요? 어쩌면 그것은 자존감이 낮아 나타나는 것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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