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어미니 Jul 23. 2017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

:: 그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 남은건 아무것도 없다 ::

#1. 런닝타임 내내 비처럼 내리는 외로움이 마음을 흠뻑 적신다. 소나기를 맞은 차오와 리첸은 어땠을까? 예고 없이 찾아온 소나기를 피하지 못한 것처럼 그들에게 찾아온 외로움도 갑작스런 것이었다. 허나 그 외로움 속에서 사랑이 피어났으니, 요란스레 재난경보를 울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저 한차례 지나가는 소나기일뿐.


#2. 두 남녀의 관계는 층층이 외로움으로 쌓아 올려져 있었다. 사랑은 서로를 온전히 갈망한다는 순진무구한 서사를 필요로 하는가? 혹은 누군가의 부재를 메우기 위해서 파생되기도 하는 걸까?  빈 자리에서 태어난 외로움은 결국은 또 다른 사람으로 채워진다.  배우자의 외도를 견딜 수가 없었고, 그런 상처에서 피어난 그들의 관계도 처음엔 견딜 수 없이 외로워 보였다. 단둘이 만난 카페에서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했을까요',  '과연 누구부터'라는 질문을 던지며 외로움을 인정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며 담배를 조용히 태우는 순간도, 배우자와 이별을 상상하며 울던 순간과 애인과 이별연습을 하며 울던 순간까지. 사랑은 외로움의 또 다른 모습이다.


#2-1. 특히 '이별연습'에서는 그들의 외로움이 극대화되어 보여진다.   번의 이별연습으로 진행되었던, 여자가 자신의 배우자에게 외도를 추궁하는 상황극에서 남자는 그녀의 남편 역할을 대신한다. 남자의 연기에 여자는 이미 익숙해진 외로움을 삼키지 하고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때의 눈물은 외로움으로 인한 . 그리고 여자가 흘렸던 눈물은 남녀의 두번째 이별연습에서도 되풀이 된다. 이번에도 가상의 상황이었지만,  때의 눈물은 사랑으로 인한 .


#3. 부재. 빈자리. 이별. 상처. 결국 차오와 리첸 사이에 피어난 사랑은 어쩌면 누군가를 견디지 못해  다른 누군가를 찾아나서야 했던 이야기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건 왠지  허무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로의 빈자리를 탐하면서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 말로 지키고자 했던  대체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을 외로움의 언어로만 풀어낸다면 그나마 제대로 설명할  있는 말조차도 잃어버리는 기분이다.


#4.사람들은 저마다 추를 지니고 산다. 일종의 무게중심이다. 이 어찌할 줄 모르는 그들의 외로움. 이리저리 옮겨붙다 사랑으로 피어나기도 하는 그 외로움. 아마도 마지막 어떤 지점에서는 추를 더 이상 옮길 수 없게 되는 일생의 사랑도 있을 거다. 다른 사람에게도, 과거로도, 미래로도....아마도 그 때, 그들의 화양연화(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가 저문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가씨(Handmaide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