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다.
126kg, 약 10일 전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의 내 몸무게다.
한때 100일간 매일 달리기도 성공하고, 대학교 댄스동아리에서 수많은 공연을 할 정도로 건강하고 날렵했던 내 몸은 졸업 이후 진로에 대한 방황과 취업 준비의 벽에 부딪힌 내게 쾌락과 체벌을 동시에 제공했다.
매일 식사 시간은 제멋대로, 메뉴는 라면, 치킨,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 흔히 말하는 몸에 안 좋은 식품들을 주로 섭취하며 책임 없는 쾌락을 누렸고, 동시에 불어난 내 몸과 바닥에 떨어진 자존감을 돌아보며 나태한 지난날에 대한 체벌을 받았다.
항상 MBTI 검사를 하면 ENFP가 나오던 내가 어느샌가 INFP로 변해버렸다.
뭐가 대수냐 싶겠지만 E에서 I로 바뀌었다는 것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렇게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나가서 놀기를 좋아하던 외향적인 내가 내향형 인간이 되었다는 건 말이다.
부모님의 한숨이 늘어갔다. 평생 이쁜 아들이라며 사랑으로 보살펴주시던 당신의 얼굴에 주름이 늘어가고 흰머리가 많아진 걸 보고는 그날 밤 펑펑 눈물을 흘렸다.
친형과 대화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내 미래를 위해 많은 조언을 해주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고마운 형에게 내가 미래를 위해 아무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산다고 털어놓을 자신이 없어 스스로 대화를 피했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직장에 다니는 게 당연하며 이른 사람들은 진작 결혼하여 아이도 가질 나이가 되어버린 나는 매일 피해오던 현실을 깨닫고 작은 내 방문을 열고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