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편집자, 책이 출판되다

밖에 나가 놀자! / 로랑 모로 / 미디어창비 / 2019년 04월 30

by 금경희

편집회의 때 책 출판 일정을 들었기에 출판 예정 무렵부터 인터넷 서점을 통해 책 제목을 검색해보곤 했다. 책이 검색되지 않은지 2주가 흘렀을까? 출판일자가 늦춰지는 것 같아 편집자한테 문자를 보냈다.


“저작권사 컨펌이 길어져 인쇄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책은 어제 물류창고로 입고되어 서점에는 다음 주 화요일에 들어갈 예정이에요!”


연락 후 5일이 지났고, 인터넷 서점 검색을 통해 책이 등록되었음을 확인했다. 진혁이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렸다.


“드디어 책이 나왔어. 이제 누구나 그 책을 사서 볼 수 있게 됐어.”

“.......”

“왜 신기하지 않니?”

“...... 나는 다른 사람이 쓴 책 말고, 내가 만든 책 내고 싶은데......”

“뭐? 네가 직접 그림 그리고 쓴 책 내고 싶다고?”

“네!”

“정~말 쉽지 않아. 로랑 모로 작가처럼 그림도 잘 그려야 하고, 글도 잘 써야 가능한 일이야.”

“그림 잘 그릴 수 있어. 책도 한 번씩 집에서 만들잖아.”

“그렇게 만드는 거랑 출판해서 판매하는 책은 다르지. 그런데 노력하면 만들 수도 있으려나? 8살에 책 낸 전이수 형님 책 읽어봤지? 어려도 출판할 수 있는 책 만드는 일이 불가능한 건 아니야.”


그저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자신이 작가가 되어 책을 쓰고 싶다는 아쉬움을 드러낼 줄이야. 더미북을 보며 편집 과정에 참여한 책의 완성본이 어떨까 궁금해하는 엄마와는 달리, 자신의 이름 세 글자가 표지에 떡하니 찍히길 바라고 있었다.


직접 쓰고 그린 것은 아니나 어린이를 대표하여 책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과 상상을 생생히 전달하였고, 그것이 반영된 책이 나온 것이다.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체험은 분명 아니다. 이 경험이 진혁이가 미래 직업을 선택할 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하기도 하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밖에 나가 놀자!

서점에 책이 등록되고 일주일 정도 지나, 출판사에서 보내준 ‘밖에 나가 놀자’ 책을 받았다. 더미북이라 크게 만든 거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출판된 책도 더미북처럼 큰 사이즈를 자랑했다. 240여 종의 동물이라 표기된 표지를 보고 알았다. 생각보다 진혁이가 살펴본 동물이 많았구나.


책을 받자마자 진혁이 이름을 찾았다. 내지 제목과 한 화면에 진혁이 이름이 조그맣게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편집회의 때 담당 편집자가 해당 페이지만 미리 인쇄하여 보여주었지만, 그때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멋진 책의 페이지 중, 한 페이지에 담긴 이름으로 보니 남다르게 느껴졌다. 정제되지 않은 생각과 작은 목소리지만 편집 과정에 담을 수 있어 좋았다. 더구나 그림도 내용도 멋진 그림책 안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는 것이 더욱 의미 깊게 다가왔다.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박진혁'

유치원 하원 후, 진혁이는 어른편집자의 정성스러운 편지를 소리 내어 읽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조용히 책을 넘겨 자신의 이름을 찾아보고 책을 읽었다. 두 페이지씩 붙어있는 더미북의 책장을 넘길 때와는 다른지 앞뒤로 왔다 갔다 넘겨보며 책을 보았다. 그리고 새로운 동물이 눈에 들어왔던지 내게 말했다.


“황제 잠자리랑 브라운 크랩도 있어요!”


담당 편집자한테 답장으로 손 편지를 쓰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하니, 영상편지를 보내고 싶다 했다. 책과 편지를 받은 소감을 말하고, 6살 때 처음으로 자신이 만든 그림책과 편집회의 때 말했던 동물 백과 책을 소개한 후, 마지막 인사로 마무리하는 영상이었다. 로봇 말투로 말하는 것이 우스웠지만, 진혁이의 담당 편집자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