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공항이라는 거대한 ‘작은 도시’

2-1. “단순한 활주로가 아니다”: 공항의 개념과 기초

by JM Lee

2-1. “단순한 활주로가 아니다”: 공항의 개념과 기초


1) Aerodrome vs. Airport: 비행장과 공항의 차이


우리가 흔히 ‘공항’이라고 부르는 곳은 사실 국제 기준상 두 가지 용어로 나뉩니다. 바로 Aerodrome(에어로드롬)과 Airport(에어포트)입니다. 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시설의 범위와 기능에 있어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Aerodrome은 가장 기본적인 항공기 운영이 가능한 장소를 의미합니다. 활주로(runway)와 계류장(apron), 최소한의 항공기 관제 및 안전 시설을 갖춘 공간으로,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곳이라면 모두 이 범주에 포함됩니다. 즉, 조종 훈련장, 소형 비행장, 군용 비행장 등도 모두 Aerodrome에 해당합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는 Aerodrome을 “항공기가 이착륙하거나 지상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의도된 모든 장소”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반면, Airport는 이러한 Aerodrome의 기본 기능에 더해, 여객과 화물의 처리, 상업 서비스, 보안 검색, 출입국 심사, 세관 등의 공공 서비스 기능이 통합된 복합시설입니다. 쉽게 말해, 모든 공항은 비행장이지만, 모든 비행장이 공항은 아닙니다.


Airport는 일반적으로 활주로 외에도 다음과 같은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여객터미널(Passenger Terminal)

수하물 처리시스템(BHS)

항공교통관제시설(ATC)

출입국관리 및 세관(CI/Q)

상업시설(면세점, 식음료 매장 등)


특히 국제공항의 경우, 국경관리 기능과 보안 체계가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이러한 부대시설이 없는 비행장은 국제선이나 상업 노선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Aerodrome과 Airport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공항이라는 공간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첫걸음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적 차이는 이후 우리가 공항 직무나 운영 방식을 이해할 때 중요한 기초 지식이 됩니다.


2) 에어사이드와 랜드사이드: 공항 공간의 보안·법적 경계


공항에 들어서면 우리는 다양한 공간을 지나게 됩니다. 탑승 수속을 밟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탑승구(Gate)까지 이동하는 그 과정은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 법적·보안적으로 ‘경계’를 넘는 절차이기도 합니다. 공항은 이러한 공간의 구분에 따라 **‘랜드사이드(Landside)’와 ‘에어사이드(Airside)’**로 나뉘며, 이 개념은 공항 운영과 보안, 법적 책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됩니다.


● 랜드사이드(Landside):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공 구역

랜드사이드는 보통 공항 외부에서 여객이 진입해 항공편을 이용하기 전까지 머무르는 공간을 말합니다. 항공권이 없어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구역으로, 다음과 같은 시설들이 포함됩니다.

도로 및 대중교통 시설(공항버스, 지하철, 택시 승강장 등)

여객터미널 로비(체크인 카운터, 커피숍, 일반 상점 등)

일반 주차장 및 환승센터

항공사 사무실, 공공 안내센터

이곳은 ‘공공장소’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일반 보안 수준이 적용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테러 위험 등에 대비해 이 구역에도 CCTV, 순찰, 차량 검색 등의 보안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 에어사이드(Airside): 통제와 보안이 강화된 항공기 운영 구역

에어사이드는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이후의 모든 구역을 말합니다. 즉, 탑승구, 면세구역, 항공기 탑승 브리지, 계류장(apron), 유도로(taxiway), 활주로(runway) 등 항공기와 관련된 운영 공간 전체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 공간은 일반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며, 공항운영자와 국가 기관의 보안 감독 아래 운영됩니다. 보안 구역의 출입을 위해서는 ‘보안패스’ 또는 ‘출입증’이 필요하고, 이는 신원조회, 보안교육, 출입 목적 등의 절차를 거쳐야 발급됩니다.

특히 에어사이드에서 근무하는 항공사 직원, 정비사, 지상조업사(GHA), 보안 요원, 정부기관(세관, 출입국관리) 직원 등은 정해진 구역 안에서만 활동 가능하며, 구역 간 이동도 제한됩니다.


● 경계의 의미: 물리적 구분이자 법적 책임의 기준

랜드사이드와 에어사이드는 단순한 공간 구분을 넘어, 공항운영과 법적 책임의 분기점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수하물 도난, 승객 사고, 출입국 문제 발생 시 해당 사건이 어느 구역에서 발생했는지에 따라 책임 주체와 처리 절차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국제공항의 경우, 이 경계는 세관, 출입국 심사, 검역(CI/Q)과도 연결되며, 국제법과 국가보안법에 따라 운영됩니다. 그래서 공항운영자는 이 경계를 물리적·시스템적으로 명확히 설정하고, 출입 통제 시스템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에어사이드와 랜드사이드의 개념은 공항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기준점입니다. 향후 우리가 살펴볼 각 직무들도 이 공간 구분에 따라 관할 범위와 역할이 나뉘므로, 이 개념을 명확히 이해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3) 면세(Duty-Free)와 보세(Bonded): 공항 세제·관세 시스템 이해


공항에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꼭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면세점(Duty-Free Shop)입니다. 화장품, 담배, 술, 고급 브랜드 가방까지, 가격표엔 ‘세금 없음’이라는 매력적인 말이 붙어 있죠. 그런데 이 면세품들은 왜 공항에서만 세금이 면제될까요? 더 나아가, 보세구역이라는 특수한 공간은 어떤 원리로 운영되는 걸까요?


공항의 면세와 보세 시스템은 단순한 할인 혜택을 넘어, 복잡한 관세 행정과 국제법적 시스템에 기반한 운영 구조입니다. 이 시스템을 이해하면, 공항이 단순한 여객 이동의 공간이 아니라, 국경과 경계의 세금 허브임을 알 수 있습니다.


● 면세(Duty-Free): 출국자에 한해 적용되는 ‘세금 없는 구매’

**면세(Duty-Free)**란, 출국자가 해외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구매하는 물품에 대해 내국세(부가세, 개별소비세 등)와 관세를 면제해 주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각국 정부가 외화를 유입시키고 여행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운영해왔습니다.

구매 조건: 국제선 항공권을 소지한 출국자에 한해 가능

사용 제한: 구입한 물품은 기본적으로 해외에서 사용해야 하며, 다시 입국할 경우 반입 한도를 초과하면 세금을 내야 합니다

운영 장소: 국제선 여객터미널 내 ‘보안구역’ 또는 항공기 탑승 직전 구역에 설치

면세점은 단순한 상업시설이 아니라, 국가가 허가한 특수한 세금 예외 공간이며, 철저한 출입국 시스템과 연동되어야만 운영이 가능합니다.


● 보세(Bonded): 통관 전 단계의 물품을 ‘잠시 보관’하는 특수 구역

보세(Bonded)는 ‘세금 보류’의 개념입니다. 해외에서 수입되었지만 아직 관세를 납부하지 않은 상태의 물품을 보관하는 구역을 말하며, 이 구역을 보세구역(Bonded Area) 또는 **보세창고(Bonded Warehouse)**라고 합니다.

공항은 항공 화물뿐 아니라 여객의 수하물과 면세품도 보세 상태로 입·출고가 이루어지므로, 공항운영자는 세관과 협력하여 이 보세 시스템을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보세구역 예시: 수하물 구역, 화물터미널, 항공사 카고 보관창고, 면세품 인도장

용도: 수입 통관 전 보관, 재수출, 면세 유통, 수출입 물류 처리

감독 주체: 세관(Customs)

보세는 단순 보관을 넘어, ‘물류 흐름 속의 세금 유예 장치’로 기능합니다. 특히 환적화물이나 자유무역지역과 결합될 경우, 보세는 국제 무역의 효율성과 회전율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 됩니다.


● 공항은 ‘세금 유예와 면세’가 공존하는 특별 공간

공항의 특이점은 면세와 보세라는 두 세금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면세는 여객 중심, 보세는 화물 중심이지만, 이 둘은 모두 ‘세금이 일시적으로 유예된 상태’라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따라서 공항운영자, 상업시설 운영자, 물류사업자, 세관 공무원 모두가 이 시스템에 정통해야 하며, 공항 내에서 이뤄지는 상업 활동은 법적·회계적 처리까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절차를 따르게 됩니다.


향후 우리가 살펴볼 공항 화물, 상업시설, 면세 유통 관련 직무들은 이 보세·면세 시스템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국제 규정을 이해하고 세관과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일이 아닌, '국가 간 세금과 법의 경계를 관리하는 일'로 이해하는 것이 이 분야 직업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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