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공항이라는 거대한 ‘작은 도시’

2-2. 공항 운영의 핵심 요소: 시스템과 프로세스

by JM Lee

2-2. 공항 운영의 핵심 요소: 시스템과 프로세스  


1) 공항운영자(Airport Operator)의 역할과 책임


우리가 공항에 가면 수많은 조직과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항공사 직원, 보안 검색요원, 청소·경비 인력, 수하물 처리 인력, 출입국 공무원까지. 그런데 이 모든 기관과 인력들이 한 지붕 아래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움직일 수 있을까요? 그 중심에 있는 존재가 바로 **‘공항운영자(Airport Operator)’**입니다.


공항운영자는 공항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총괄 조정하고 책임지는 주체입니다. 일종의 ‘공항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죠.


● 공항운영자의 정체: 국가, 공기업, 민간회사

전 세계 공항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의 운영자에 의해 관리됩니다.

정부 직영 – 교통부, 국방부 등 국가기관이 직접 운영 (예: 북한 평양국제공항)

공기업 또는 공사 형태 – 국가가 설립한 전문 기관이 운영 (예: 한국의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민간 또는 민관 합작(PPP) – 기업이나 컨소시엄이 정부와 계약을 맺고 운영 (예: 영국 히드로공항, 인도 뭄바이공항)

운영 방식은 다양하지만, 모두 ‘안전하고 효율적인 공항 운영’이라는 동일한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 주요 역할 ① 인프라 관리: ‘공항이라는 그릇’을 책임지다

공항운영자의 가장 기초적인 책무는 공항 시설과 인프라를 계획·건설·운영·유지보수하는 일입니다. 활주로, 유도로, 여객터미널, 계류장, 주차장, 교통센터, 상업시설 등 공항 내 모든 물리적 공간이 그들의 관리 대상입니다.

여객 흐름을 고려한 터미널 설계

항공기 움직임을 고려한 계류장·활주로 배치

기후와 수요 변화에 따른 운항 최적화

한마디로, 공항이 ‘도시처럼’ 운영되기 위한 모든 공간을 조율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 주요 역할 ② 운영 조정: 수많은 주체의 허브 역할

공항 안에는 수십 개 기관과 수천 명의 인력이 동시에 움직입니다. 이들 사이를 조율하고 통합하는 것이 공항운영자의 두 번째 역할입니다.

항공사 스케줄 배정 및 게이트 할당

수하물·보안·청소 등의 지상조업사와의 계약 및 감독

출입국, 세관, 검역(CI/Q) 등 정부기관과의 공동 운영체계 구축

날씨·테러·정전·장비 고장 등 비상 상황에 대한 즉각적 대응

특히 공항운영자는 통합운영센터(IOC, AOC)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항 전반을 관제하고, 운영 이슈 발생 시 빠르게 상황을 통제합니다.


● 주요 역할 ③ 수익 창출과 지속가능성 확보

공항은 단순한 공공시설이 아닙니다. 활주로 밖에서는 경제 활동과 수익 창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공항운영자는 이를 관리하고 성장시키는 책임도 집니다.

면세점, 상업시설, 광고 등 비항공 수익 관리

공항 사용료, 착륙료, 터미널 이용료 등 항공 수익 산정과 징수

친환경 인프라 투자, ESG 경영, 지역사회 연계 등 지속가능경영 수행

특히 최근에는 ‘에어로트로폴리스(Aerotropolis)’라는 개념 아래, 공항 주변에 물류·비즈니스·호텔·산업단지를 개발하여 공항이 지역경제의 중심축이 되도록 하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 공항운영자는 ‘총괄 매니저’이자 ‘위기관리자’

이처럼 공항운영자는 단순히 터미널을 돌보는 관리인이 아니라, 항공기·여객·화물·조직 간 연결을 책임지는 총괄 매니저이자, 불확실성 속에서 리스크를 통제하는 위기관리자입니다.

여객 수요가 급변하거나, 자연재해·감염병·보안 위협이 발생하더라도 공항을 ‘멈추지 않게’ 만드는 것—바로 그것이 공항운영자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2) 공항 운영 핵심 시스템: AODB, RMS, BHS, FIDS 등


공항은 수많은 여객과 항공편, 수하물과 화물을 동시에 처리하는 초정밀 시스템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질서정연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십 개의 운영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연결된 디지털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들은 마치 도시의 심장과 신경망처럼 공항을 움직이게 합니다.

이번 절에서는 공항 운영의 중추가 되는 주요 시스템들을 살펴봅니다.


● AODB (Airport Operational Database): 공항의 ‘운영 두뇌’

AODB는 공항운영 데이터베이스로, 공항의 모든 항공편 일정과 관련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항공사로부터 제공받은 비행편 정보를 기준으로, 착륙·이륙 시간, 탑승구 배정, 수하물 벨트, 활주로 사용, 항공기 지상 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조율합니다.

항공편 스케줄 통합 관리

연계 시스템(Airline, CIQ, FIDS 등) 간 데이터 공유

공항 상황 변화에 따른 자동 업데이트

AODB가 없다면, 항공사와 공항 간 정보 공유는 수작업에 의존해야 하며, 운영 효율성이 급감하게 됩니다.


● RMS (Resource Management System): 자원 배정의 핵심

RMS는 탑승구(Gate), 계류장(Stand), 수하물 벨트, 체크인 카운터 등 공항 내 주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정·조정하는 시스템입니다. 항공편 수와 여객 수, 지상조업 상황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자원을 자동으로 할당하거나, 상황에 따라 수동 조정도 가능합니다.

게이트 충돌 방지 및 최적화

수하물 처리 구역 동선 조정

자원별 실시간 점유 상태 표시

RMS는 공항 내의 공간과 시간을 ‘퍼즐처럼’ 맞추는 역할을 하며, 운영 효율성과 여객 만족도에 직결됩니다.


● BHS (Baggage Handling System): 보이지 않는 수하물 고속도로

BHS는 수하물 처리 시스템으로, 여객이 위탁한 짐이 항공기에 실리기까지, 또는 도착지에서 벨트에 나올 때까지 자동으로 이동·분류되는 시스템입니다. 여객은 잘 모르지만, 공항 지하에는 수백 개의 컨베이어벨트와 스캐너, 분류기가 설치된 복잡한 수하물 터널망이 존재합니다.

바코드 또는 RFID 태그를 기반으로 자동 분류

위험물 자동 감지 기능 연계

환승 수하물 및 도착 수하물 자동 구분

BHS의 정교함은 공항의 ‘서비스 신뢰도’와 직결되며, 지연이나 오류가 발생할 경우 즉시 수작업 대체나 비상 프로토콜이 작동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 FIDS (Flight Information Display System): 여객의 길잡이

FIDS는 공항 곳곳에 설치된 항공편 정보 안내 디스플레이 시스템입니다. 출도착 시간, 탑승구, 수하물 벨트, 운항 지연 등을 여객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합니다. AODB와 연계되어 자동으로 정보가 갱신됩니다.

LCD/LED 기반 디스플레이

다국어 지원 및 장애인 접근성 반영

재난 시 경고문구 송출 등 유연한 기능 탑재

FIDS는 공항의 ‘얼굴’이자, 여객에게 가장 직관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디자인과 배치, 정보 전달 속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 이외에도 공항에는…

CUTE (Common Use Terminal Equipment): 공용 체크인·탑승 시스템

CUSS (Self Check-in Kiosk): 무인 발권 키오스크

CUPPS (Common Use Passenger Processing System): 공용 여객처리 통합 플랫폼

A-CDM (Airport Collaborative Decision Making): 공항 관계자 간 공동의사결정 시스템


이처럼 공항 운영의 이면에는 수많은 디지털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협업하고 있으며, 이를 구축·운영·모니터링하는 직무군도 중요한 공항 인력군에 해당합니다.

다음 절에서는, 이러한 시스템들이 어떻게 연계되어 24시간 무중단 공항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지, 그리고 긴급 상황에서 어떻게 대비·대응하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3) 무정지 운영의 비밀: 비상대응·백업시스템·훈련 체계


공항은 365일, 24시간 동안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습니다. 새벽에도 비행기는 이륙하고, 화물은 운송되며, 터미널 안의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작동합니다. 이러한 ‘무정지 운영(Zero-Down Operation)’은 단순한 기술력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비상계획, 백업시스템, 반복된 모의훈련이 그 뒷받침이 되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이 절에서는 공항이 어떤 방식으로 위기와 돌발 상황에 대응하며, 왜 철저한 사전 준비가 공항운영의 핵심인지 살펴봅니다.


● 공항은 ‘리스크 덩어리’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응하라

공항은 늘 리스크에 노출된 공간입니다. 항공기 지연, 악천후, 시스템 오류는 물론, 테러, 감염병, 정전, 화재, 사이버 공격 등 수많은 비상 상황이 공항 운영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한 개의 수하물 벨트 고장으로 여객 수백 명의 탑승이 지연될 수 있고,

한 건의 출입국 심사 지연으로 장거리 항공편이 출발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공항운영자는 ‘무사고’를 추구하는 것보다 **‘위기 속에서도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둡니다.


● 백업 시스템: 플랜 B는 항상 준비되어야 한다

공항의 모든 핵심 시스템(AODB, RMS, BHS, FIDS 등)은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와 이중화 구조(Redundancy)**를 갖추고 운영됩니다.

전원 공급: 예비 발전기 및 UPS 시스템 가동

데이터 시스템: 물리적·클라우드 기반 백업 서버 운용

수하물 시스템: 수동 처리 라인 및 대체 경로 마련

항공기 관제: 보조 관제탑 및 관제사 핫 스탠바이

심지어 공항의 소방·보안 시스템, 엘리베이터, 승강기 등도 이중전원 또는 매뉴얼 작동 장치를 갖추고 있어, 어떤 상황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 위기관리 매뉴얼과 시나리오 훈련: 반복만이 생존을 보장한다

‘계획 없는 대응은 실패를 부른다’는 말처럼, 공항은 수백 가지의 시나리오에 기반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작성해 놓고 있습니다. 정전, 폭설, 폭우, 조류 충돌, 항공기 사고, 수하물 대량 유실, 전산 장애 등 상황별로 대응 책임자와 절차가 명확히 정해져 있습니다.

또한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다음과 같은 모의훈련을 통해 실제 대응 능력을 점검합니다.

풀 스케일 비상대응훈련 (Full-Scale Emergency Exercise): 항공기 사고 가정, 소방·의료·보안·정부기관 총출동

시스템 장애 대응 훈련: AODB, BHS, RMS 중단 상황 가정 대응

테러·보안 위협 시뮬레이션: 수하물 폭발물, 무단침입, 총기 난사 등 대응 연습

감염병 확산 시 대응훈련: 검역 강화 및 격리 절차 숙지

이러한 훈련은 실제 발생 시 초 단위로 움직이는 컨트롤 체계를 익히는 데 중점을 두며, 모든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실시됩니다.


● 공항을 ‘끊김 없이’ 운영하는 사람들

무정지 운영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주역은 기술이나 시스템만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공항을 움직이는 수천 명의 실무자들입니다.

운영 상황실 근무자와 관제사

수하물과 탑승구 담당자

시스템 관리자와 IT 백업팀

위기 대응 훈련 책임자와 소방대원


그들의 임무는 하나입니다. “공항은 절대 멈춰서는 안 된다”는 신념 아래, 시스템이 흔들릴 때에도 공항이 작동하게 만드는 것.

이러한 공항의 위기관리 능력은 항공사와 여객의 신뢰, 나아가 국가의 국제 경쟁력에도 직결되는 요소입니다.

이제 우리는 공항이 단순히 항공기를 뜨고 내리게 하는 장소가 아니라, 무정지·무사고를 목표로 설계된 고도의 시스템 공간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공항이 도시처럼 어떻게 복합적으로 설계되고 운영되는지를 좀 더 확장된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7화제 2장. 공항이라는 거대한 ‘작은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