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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명 Nov 01. 2020

뚱뚱한 폰트: Cooper Black의 100년

본 글은 Jon Robinson이 쓴 Fat Face: 100 years of Cooper Black을 번역한 글입니다.

https://medium.com/swlh/fat-face-100-years-of-cooper-black-cf7735f68699





16세기 유럽에서는 인쇄에 중점을 두기 위해 Blackletter보다 Roman 서체들이 선호되기 시작했습니다.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진정한 Bold 두께의 Roman 글자가 등장했는데, 비평가들은 이 스타일을 두툼한 획과 작은 갇힌 공간(counter) 특징 때문에 "Fat Faces"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모두가 이 새로운 서체 스타일이 이집트 스타일과 및 그로테스크(일반적으로 고딕으로도 불림)와 더불어 디스플레이 폰트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Old-style의 등장이 Fat Faces가 그냥 단순히 뚱뚱하기만 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까지요.


해당 번역에서는 Fat Face의 한글 표현을 찾지 못해 원어 그대로 썼지만 글의 맥락상 "뚱뚱한 서체"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서체 디자이너 Oswald Bruce Cooper는 1919년에 Cooper Old Style(후에는 Cooper라고 불림)을 출시했습니다. 전 시카고 광고인이었던 Cooper는 곧 Barnhart Brothers & Spindler 타입의 주조 공장으로부터 광고주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제작하도록 의뢰받았고, 그렇게 1922년, Cooper Black이 태어났습니다.


 Cooper Old Style에서 Extra Bold 두께로 그려진 이 폰트는 "근시(near-sighted) 고객과 원시(far-sighted) 프린터를 위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홍보되었습니다. 


Cooper가 폰트의 full set를 완성시키는 데에는 1년이 걸렸는데, Banhart Brothers & Spindler의 본부장인 Richard McArthur가 글자를 계속 더욱 두껍게 만들어달라는 요구로 소문자(특히 m과 n)들을 몇 번이나 새로 그렸기 때문입니다.


Cooper Black은 1930년대에 폰트 자체가 대량으로 판매되었고, 초기에는 주조 공장이 수요를 따라잡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정도로 당시 가장 성공적인 서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Cooper Black의 빠른 성공은 수많은 모방작들을 양산했는데, Goudy Heavyface와 Ludlow Black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많은 사람들이 Cooper Black을 1902년 Frederic Goudy가 Pabst Brewing Company를 위해 디자인한 Pabst Old Style Pabst Extra Bold의 모조품으로 여기지만, 사실 Pabst Extra Bold는 Goudy의 서체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Cooper Black의 성공을 기회로 삼기 위해 Linotype사에서 제작한 서체입니다.




Cooper는 Cooper Black 특유의 반복되는 독특한 형태와 곡선이 지겨워질 수도 있을 거란 우려 때문에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Cooper 변형체들도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Cooper의 뒤를 이어, 기울어진 글자들을 가진 Cooper Black Italic과, Cooper Fullface 그리고 Cooper Black Condensed가 잇따라 출시되었습니다. 이중 Cooper Black보다 20% 얇게 디자인된 Cooper Balck Condensed는 특유의 굵고 둥근 모양의 글자 때문에 이 폰트가 Cooper Black을 "압축한 건지" 아니면 "쥐어짠 건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속활자가 한창일 때 Cooper Black은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서체 중 하나가 되었으며, "산세리프의 느낌을 가진 세리프 서체"로 서체 디자인 세계에서는 매우 독보적인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Cooper Black는 세리프의 구부러진 노치를 통해 글자 형태에 견고한 무게를 부여하는데, 이 방법으로 굵고 둥근 글자가 페이지에서 굴러가는 느낌을 것을 방지합니다.


Cooper는 글자에 중량을 보태는 굉장히 짧은 *Descender와 *Cap-height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x-height의 소문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눈에 띄는 특징은 소문자, 특히 a와 e의 속에 있는 세심한 디자인의 갇힌 공간(counter)입니다.


Descender: p, q, y처럼 소문자 x보다 아래로 뻗어나가는 부위를 지칭하는 타이포그래피 용어
Cap-Height: 대문자의 높이




이 작고 둥근 형태의 갇힌 공간(counter)은 Cooper Black에 따뜻하고 친근한 인상을 줍니다. Cooper Black에서 눈에 띄는 다른 특징으로는 O와 Q의 기울어진 갇힌 공간과 i와 j의 타원형 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폰트의 가장 독보적인 특징은, 폰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획의 대비 부족으로 인해 공간을 뺵뺵하게 채우는 글자 디자인입니다. (원문에서는 Blackness라고 표현) 


Cooper Black의 인기는 1940년대 초 이 폰트의 창작자와 함께 사라졌지만, 팝 아트 운동 덕분에 20년 후에 다시 부활합니다. Cooper Black의 따뜻하고 친근한, 그리고 강하면서 부드러운 외곽 형태는 폰트 자체를 굉장히 유연하게 만들었습니다. *Simon Garfield는 Cooper Black의 볼록한 곡선을 "라바 램프에 있는 기름이 바닥에 박살 나면 만들어질 법한 폰트"라고 관찰했습니다.


Simon Garfield는 영국의 저널리스트로 Just My Type을 비롯해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쓰기도 했습니다.



Cooper Black은 1966년 The Beach Boys가 Pet Sounds의 앨범 재킷에 사용하면서 문화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후 The Doors의 L.A. Woman, Bowie의 Ziggy Stardust, 그리고 The Mothers of Invention의 Freak Out!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앨범에도 등장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Cooper Black이 70년대 "The Odd Couple"과 "M*A*S*H*"를 거쳐, 80년대에 "Diff’rent Strokes and Cheers, " 그리고 21세기에 이르기까지 TV 로고와 타이틀 시퀀스 속에 사용되는 오랜 전통을 경험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Garfield, National Lampoon Magazine와 같은 대중문화에서도 누구나 찾는 폰트가 되었죠.




오늘날에도 Cooper Black은 여전히 1960~1980년대 향수와 가장 밀접하면서, "버블검" 시대의 본질을 포착하는 시각적 단축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 Cooper Black이 브랜딩에 적합한 서체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영국의 저가 항공사 EasyJet이 1995년 회사 브랜딩에 Cooper Black을 선택했을 때는 광고주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Cooper Black은 오늘날까지 티셔츠 레터링으로 활발하게 선택되는 폰트로, 미국 코미디 영화 Napoleon Dynamite에 사용되며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Cooper Black은 음악계에도 결국 다시 등장했는데, 2010년 The Black Key의 앨범 Brothers의 커버를 시작으로, 2011년에는 Tyler the Creator's Globin LP에도 사용되며 힙합 문화에서 이 폰트의 유대를 다시 한번 기념했습니다.




2012년에는 BIS 출판사에서 Cooper 서체를 기리는 Big, Black & Beautiful이 출시되었습니다. Cooper Black을 또 다른 시점에서 보고 싶다면 David Cheshire의 Behind the Typeface: Cooper Black과 Emily Gosling이 AIGA Eyes on Design을 위해 제작한 Cooper Black Never Went Out of Style — So Why Does It Need a Redesign? 을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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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기반으로 브랜딩, 타이포그래피, UIUX 작업을 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이주명입니다. 

2019년  VCU 그래픽 디자인 학사 졸업 후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제 경험을 바탕으로 디자인 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외주 및 질문은 jmlee9762@gmail.com로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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