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박사 과정을 시작한다고 연락을 줬을 때,
머릿속엔 많은 말들이 맴돌았지만,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잘 견뎌야 할 텐데"라는 걱정이었어.
그 길이 어떤 길인지
조금 먼저 겪어봤기에 괜한 걱정이 앞섰나 봐.
박사 과정은
누가 더 똑똑한지, 더 좋은 성과를 내는지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끝가지 가는지의 싸움이더라.
정말 그게 전부야.
스스로가 부족하게 느껴지고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아무리 해도 진전 없는 날들이 쌓이면
마음이 무너질 때도 있어.
남들은 다 쉽게 가는 것 같은데
나 혼자만 어렵게 가고 있는 것처럼 느끼질 때도 많아.
그럴 땐 그냥 오늘 하루만 버텨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찰 땐
"좋아. 그만두자. 그런데 오늘까지만 해보고."
그렇게 하루씩만 버티면 돼.
그 하루들이 쌓이면
언젠가 논문을 들고 있는 너를 만나게 될 거야.
남들에겐 별것 아닐지 몰라도
너 자신에게는 무엇보다 값진 의미가 있을 거야.
나는 그걸 알기에
너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
지금 너는 잘하고 있다고.
조급해하지 않다도 된다고.
힘들다고 느끼는 그 자체가
지금 잘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너는 분명히 해날 거야.
빠르지 않아도,
남들처럼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저 너의 속도로,
너답게 가면 돼.
나는 네가 끝가지 잘 걸어가길 바라고 있어.
그리고 마침내 그 끝에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웃고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