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오지만 매번 다르다
아내는 제주도를 정말 사랑한다.
거의 해마다 제주도로 여행을 가는데 항상 집에 돌아오면
"아~ 또 가고 싶다~"
아이들도 다른 곳을 여행가자고 하면 싫다고 고개를 돌리다가도 제주도라고 하면 오케이다.
비행기타는 것에 대한 로망같은게 있나보다.
"이렇게 자주 여행갈꺼면 제주도에 집한채 사야되는 거 아냐?"
이정도가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대표시이다.
아무튼, 이번 가족여행 장소는 다시 제주도다.
하지만 아내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아이들이 이제 제법 커서 부모말을 잘 안듣는다는 것이다.
중1 딸은 사춘기가 왔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로 짜증을 부리고, 5학년 아들은 밖에 나가자고 해도 숙소에서 게임만 하겠다고 한다. 밥먹으러 갈 때마다 둘은 티격태격 싸우고, 여행지까지 가서도 자기들 관심없는 곳이면 차 밖으로 나오질 않는다. 가족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고 여행온건데 되려 사이만 더 안 좋아질 판이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앞으로 가족여행에서의 풀어야할 숙제가 될 것 같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제주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한적하게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었는데, 해마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소문난 관광지에는 경쟁하듯 식당과 카페가 넘쳐나 운치를 즐기려는 사람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겠다.
애월해변은 거의 광안리 느낌이랄까. 김녕해변도 뭔가 낭만있는 해변의 느낌은 많이 퇴색한 듯 보였다. (개인적인 견해일 수 있다. 3년 전의 김녕해변의 노을진 풍경과 이번 비오는 날 오후의 우중충한 풍경이 대비되어서 더 비교되어 보였을지도....) 그러나 아직도 제주만의 감성을 가진 (개발되지 않은) 곳이 남겨져있으니 인스타에 사진올리지 않고 사람붐비는 곳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유명관광지를 피해 새로운 곳을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수많은 변화중에 눈에 띄는 점은 인스타의 영향인지 최근 새로 생긴 관광지는 곳곳에 포토존을 만들어 놨다. 보롬왓, 비밀의 숲 같은 곳은 아예 관광지 전체가 대놓고 사진찍기 좋은 야외스튜디오인 것 같다. 인기있는 식당, 카페는 곳곳에 소위 "감성"으로 무장한 인테리어와 메뉴로 승부하는 곳이 많았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포토스팟이 있고 손님들도 여기서 인생샷 한장을 건지기 위해 기꺼이 비싼 커피값을 지불한다. "뷰맛집"이란 말이 유행하는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보기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말이 있듯이 이왕이면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민 곳에서 식사를 하고 차도 한잔하는 걸 말릴 이유는 없다. 다만 음식 자체의 질은 뒷전으로 하고 SNS에 포장만 한 집들은 좀 걸러졌으면 좋겠다. 아무리 뷰가 좋고 인테리어가 사진 찍기 좋아도 기본이 안 된 곳이 더러 있었다. 인터넷 리뷰도 상업광고에 의해 점령되어 믿을 수가 없다.
이번여행에서는 올림푸스 EM1 mk2와 루믹스 8-18mm광각렌즈 조합으로 영상촬영을 주로하고 파나소닉 루믹스GX85+20mm 단렌즈로 사진촬영을 주로했다. 여행사진과 브이로그영상은 광각이 아무래도 편하긴 한데 마포의 특성상 심도가 깊다보니 인물사진에서 임팩트있는 사진을 찍기가 좀 어렵다. 그래서 GX85+20mm로 인물사진을 좀 찍으려고 했는데 단렌즈 화각이 익숙치 않아서인지 맘에 드는 사진을 많이 못 건졌다. 이럴때마다 항상 풀프래임바디에 대한 열망이 스물스물 올라오는데, 무게와 가격을 생각하면 이것도 쉽지는 않다. 하긴 마포 바디가 작다고는 하지만 두 대나 들고 다니는 것도 보통 성가시고 힘든게 아니다. 사진과 영상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바디가 있으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놈의 장비병은 언제 완치가 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