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初恋那件小事 초연나건소사 중국 청춘 드라마

2020.06.18

by 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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初恋那件小事, 첫사랑 그 사소한 일


初恋那件小事(chūliàn nàjiàn xiǎoshì), 직역하면 ‘첫사랑 그 사소한 일’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초연나건소사’ 또는 ‘첫사랑의 멜로디’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賴冠霖(Lai Kuanlin)! 내가 이 드라마를 보게 만든 장본인이다. 여자 주인공은 赵今麦(Zhao Jinmai)라는 2002년생 아역 출신 배우로 남주가 2001년생, 여주가 2002년생이라 둘 다 꽤 어린 편이다. 줄거리는 전형적인 짝사랑 스토리다. 한 줄로 요약하면 안경 낀 폭탄머리의 어리바리한 여자애가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완벽한 선배를 좋아하는 내용이다. 역시나 여주에게는 식당을 운영하는 억척스러운 엄마와 말썽꾸러기 여동생이 있다. “첫사랑(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라는 태국 영화가 원작인데 너무 흔한 이야기라 원작이 의미가 있나 싶다. 원작이 한 100개는 존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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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먀오먀오의 성장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좋은 이유는 여주(샤먀오먀오)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교 1등인 남주(량유녠)와 같은 학교에 가기 위해 먀오먀오는 열심히 공부한다. 그 결과 동네에서 가장 좋은 대학교인 하이청대에 입학하는데, 그중에서도 커트라인이 높고 취업이 잘 되는 건축과에 들어간다. 드라마를 보면서 ‘하이청대가 우리나라로 치면 어느 정도 수준일까’, ‘남자 주인공이 전교 1등이면 북경대나 칭화대 정도는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의문이 들었지만 두 주인공들이 같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설정인 것 같다. 여주가 갑자기 북경대나 칭화대에 들어갈만한 실력이 되는 건 말이 안 되니까…

하이청대 건축과에 들어간 먀오먀오는 자신의 진정한 꿈을 위해 의상디자인과로 전과한다. 전과 이외에도 먀오먀오의 성장을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대학교 축제 때 맨 앞에서 지휘봉을 던지는 장면이다. 원래 하기로 한 친구가 다쳐서 반강제로 지휘봉을 던지게 된 거지만, 이 장면은 먀오먀오의 높아진 자신감과 위풍당당함을 잘 드러낸다. 드라마를 보면서 항상 어리바리하고 우물쭈물 대서 답답하기까지 했던 먀오먀오가 점차 자신의 주관을 확립해 나가고 당당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먀오먀오에 대한 기특함과 대견함을 느끼게 된다.



재혼 가정의 이야기


남주(양유녠)와 서브 남주(린카이퉈)는 유녠의 아버지와 카이퉈의 엄마의 재혼으로 형제가 된다. 형제가 된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좋아하는 아이러니하지만 흔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녠의 엄마는 사고로 죽었고, 카이퉈의 아빠는 도박쟁이여서 카이퉈의 엄마가 어린 카이퉈를 데리고 나왔다. 하지만 카이퉈는 이 사실을 모르고 엄마를 나쁜 사람 취급하며 유녠의 아버지와 유녠을 새로운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나중에 모든 사실을 알고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긴 하지만 재혼이 뭐 그리 큰일이라고 중2병처럼 구는지 참 후레자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봤던 중국 드라마 ’最好的我们’에서도 여주의 가족이 재혼 가정이었는데 중국 사람들이 재혼 가정 서사를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다. 스토리를 위해 이런 설정을 넣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미디어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는 것은 분명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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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지만 싫지 않은 중국 문화


드라마에서는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중국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먼저 중국 학생들 공부 진짜 열심히 한다. 우리나라보다 더 하면 더 하지, 절대 덜 하지 않다. 중국에서는 학생들 간의 연애를 ‘조기 연애’라고 칭하며 권장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사실 거의 반대에 더 가깝다고… 그래서 드라마에서도 고등학생들이 ‘우리 사귀자!’하고 정식으로 교제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그저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확인하다가 대학생이 되어서야 정식으로 사귄다. 또 어떤 책에서 봤는데 중국 대학은 첫 수업이 8시에 시작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보통 강의 시간이 90분인데 8시에 시작해야 오전에 강의를 2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9시에 시작하면 쉬는 시간이 껴서 오전에 강의를 하나 밖에 못 듣는다고… 그래서 중국 대학생들은 대부분 기숙사에서 사는지도 모르겠다. 기숙사 생활 외에도 중국 학생들은 고등학교든 대학교든 학교에 입학하면 합숙 군사훈련을 받는다. 드라마에서도 이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라 ‘중국’ 드라마를 보고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이 밖에도 한국 학생들에 비해 건강한 생활을 한다고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에 오면 사람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찬 음료를 너무 많이 마셔서 놀란다고 한다. 그럴 만한 게 드라마를 보면 주로 미지근한 물이나 차, 우유나 두유 같은 것만 마신다. 기숙사 생활이나 군사 훈련 같이 단체를 강조하는 문화, 카페에서 아아를 테이크아웃해 마시기 보다는 물을 떠다 마시는 모습 등을 보면 한국에 비해 예스러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支付宝(Ali Pay)? 微信支付(WeChat Pay)?’라고 물으며 QR코드로 결제하는 걸 보면 한국보다 기술이 더 상용화된 중국의 모습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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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촬영지, PPL, 의상 등 여러 요소들


이 드라마의 작가는 중국의 인기 드라마 致我们单纯的小美好(치아문단순적소미호)와 致我们暖暖的小时光(치아문난난적소시광)을 쓴 작가이다. 이 작가의 특징은 드라마마다 도라에몽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도 여주와 남주의 키스신에서 도라에몽 풍선이 등장한다. 사실 키스신이라고 해봤자 그냥 입술 맞대고 있는 거다. 잘 보이지도 않는다. 어쨌든 이 점을 알고 보면 드라마 속에서 도라에몽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드라마의 촬영지는 광둥성과 홍콩의 중간에 위치한 深圳(Shenzhen)이라는 도시인데, 경제특구로 지정되어 중국에서 굉장히 발달한 도시 중 하나이다. 深圳의 풍경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한국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PPL이 등장하는데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KFC와 라이관린이 광고하는 茶π(차파이)라는 음료다. TMI지만 제대 후에 지드래곤도 이 음료의 광고를 찍었다고 한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중국 드라마는 어딘가 허접하다는 편견은 옛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인이 들으면 화낼 수도 있지만 한국이 드라마 산업에서 중국보다 앞섰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패션, 음악, 드라마 등등 여러 면에서 중국 사람들도 한국 문화를 향유하고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 등장인물들의 패션도 꽤 K-패션이다. 실제로 라이관린의 코디는 한국인이라고 한다. 메이킹 영상을 보면 코디 분이 한국어를 사용하고, 라이관린이 한국에서 인기있는 브랜드의 옷도 자주 입고 나온다. 항상 자극적인 것에만 길들여져 있다가 이런 순한 맛 재질의 착한 드라마를 보니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되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다. 이게 바로 중국 청춘 드라마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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