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달 뒤 자살한다 (D-30)
도박, 섹스 중독자의 도피여행
저질러 버렸다
난 지금 필리핀 마닐라로 가는 비행기 안이다
스마트폰 유심은 빼버렸다
일단 부재중 전화가 올 일은 없어졌다
카톡도 과감히 탈퇴한다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지우는 과정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기가 차지만 난 이럴 수 밖에 없다
한 달 뒤 세상에서 사라질 나이기에
짐은 단촐하다
언젠가 다이어트에 성공한 나에게 준 선물이었던 까만 백팩 안에 노트북, 속옷, 그리고 만료가 8개월 남은 여권(한 달만
더 살거라 충분하다)
아직 정지되지 않은 신용카드 2장과
말 그대로 현금서비스를 탈탈 털어 환전한 미화 오천달러!
이 돈이 나의 마지막 여행의 전부다
내가 이렇게 사라진다면 벌어질 일들은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간단히 지금 나의 처지를 설명하면
끊지 못한 도박과 유흥으로 카드빚 9000만원
가족과는 이미 연을 끊은지 6개월이 넘었고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들어 난 예전부터 꿈꾸던 도피를 떠난다
카지노는 마지막 30일째 남은 미화 500불을 가지고 갈 것이다
그 돈이 모든 빚을 갚을만한 십만불 이상이 된다면 이 질긴 목숨 다시 살아볼 생각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깨끗이 포기하고자 한다
아직 필리핀 땅을 밟기 전이라 불안하다
일단 카드 결제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마닐라에서 최대한 흥청망청 쓸 생각이다
그 다음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찰만 쓰며 필리핀의 수많은 섬 중 한 곳으로 숨어들어갈 생각이다
어딜가든 도피의 삶이라 불안하겠지만
난 이미 강을 건넜다
난 한 달 뒤 자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