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멋은 시적 윤리성을 내포하고 있다.'
ㅡ피천득 '멋'중에서ㅡ
작가 피천득의 관점에서 이몽룡은 춘향을 옥에서 재운 멋없는 남자였다. 비록 많은 여자들을 사랑했지만 다른 나라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국시인 바이런이 참으로 멋진 사나이였다고 말한다.
작가의 기준에서 시적 윤리성을 내포한 남자란 감수성이 풍부하고 자신의 행동과 사고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사람이란다. 그리고 예술과 문학을 이해하는 정서가 남다른 멋진 남자로, 이몽룡이 아닌 바이런에 한 표를 주었다.
2024년, 멋진 남자의 기준은 무엇일까. 여성의 관점에서 멋진 남자의 기준은 어쩌면 의미 없는 분류일 수도 있겠다. 개인적 취향이 무한으로 존재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외모와 스타일의 개성을 넘어 인격과 성격, 책임감등 시대가 원하는 조건 또한 많아졌다. 그럼에도 내적 가치와 완성형 인간에 대한 잣대가 각자의 마음에 존재한다.
이성을 만나 사귀는 과정조차 변변히 경험 못한 내게 멋진 남자란 영화나 소설 속 인물들이었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확실한 이성의 기준 없이 결혼 후 맞추어가는 삶을 택한 내게 멋진 남자란 어쩌면 상상 속 존재일 수도.
긴 세월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은 내게 그리 멋진 남자도 내적 가치의 완성형 인간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기준의 멋진 남자를 만나 본 적 없이
지금도 헤아리고 있으니 불행일까 다행인 걸까.
30여 년의 결혼으로 터득한 멋진 남자는 적어도 마음으로 여성을 이해하고, 존중이 함께하는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양반출신 자제로 금의환향한 이몽룡.
명예나 지위엔 관심 없이 풍부한 감수정을 지닌 채 자유로운 여성편력의 바이런이 21세기 멋진 남자의 부류가 될 수 있을까.
그럼에도 굳이 멋진 남자의 한 표를 신분을 뛰어넘어 첫사랑을 지키는 이도령으로 기우는 내가 혹시 멋진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