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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처음이었다 그리고 지금

지난여름 나는

by 가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긴장하는 내가 참 촌스럽다 생각됐지만 뭐 어쩌리. 생전 처음 가보는 작가 강연회, 그것도 평소 만나고 싶었던 작가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작가와 팬들을 위해 준비된 장소는 책방 한쪽에 마련되어 있었다. 눈에 안 뜨이는 뒤쪽 구석자리를 찾아 앉고 보니 잘 아는 분이 보였다. 반갑게 나눈 인사가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작가의 신간을 앞에 두고 주변을 보니 주인공이 저만치에 앉아 있다. 라디오 '지금 이 사람'을 진행하는 강원국 작가다.


독립한 서울의 두 아들을 만나기 위해 주말마다 이어지는 고속도로운전은 즐거움이 되었고 그 시간 동안 라디오는 내게 둘도 없는 벗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 30분 동안 강원국작가는 '지금 이 사람'인 그날의 주인공과 물 흐르듯 사는 얘기로 애청자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라디오 속 주인공이 겪었던 최고의 순간들, 고통과 슬픔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끌어내며 듣는 모두가 공감하도록 만드는 재주가 탁월했다. 투박할 만큼 밋밋한 전라도 억양의 말투로 툭 던지는 유머가 그의 매력이었다.


글쓰기를 시작하며 읽게 된 그의 책 속 구절구절은 나만 알고 싶을 만큼 소중한 말들로 가득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아닌 작가로서의 모습에 큰 기대를 안고 참석한 강연회에 가슴 뛰는 이유였다.


강연이 시작되자 그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자신의 책 출간을 돕고 있다는 1인 출판사 대표와의 인연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두 번씩이나 모셨던 비서관시절 어렵고 힘든 연설문을 쓰며 겪었던 고충과 애환을 이야기했다. 대기업 총수를 위해 일하던 시간의 경험과 자신만 알았던 총수의 장점도 덧붙였다. 이어진 부부간의 에피소드와 아내의 지나치게 솔직한 성격을 말하며 사람들을 크게 웃기기도 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몇몇 사람의 질문에 답변하는 그의 투박한 솔직함이 진지했다. 다른 사람의 말을 글로 써주는 비서관에서 자신의 글을 쓰는 작가로 이름을 알린 스스로가 특별한 능력은 없다며 인사하는 그의 겸손함이 잔잔하게 다가왔다.


'글을 잘 쓰려면 잘 살아야 한다. 관계가 좋으면 글도 좋아진다.'는 작가의 글이 마음에 와닿는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배우자와의 좋은 관계가 잘 사는 길이고 그 이유가 글 잘 쓰는 방법일까 내게 묻는다. 작가 스스로 '주인의 삶을 살게 했고 두 번째 삶을 살게 한 책 쓰기'가 분명 내게도 어려움과 즐거움이란 새로운 경험을 줄 거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지식은 남이 깨우친 것이고 지성은 내가 깨우친 것이며 지혜는 경험이 깨우친 것'이란 작가의 글이 복잡한 내 생각을 명쾌하게 정리한다.

어제의 지금에서 오늘의 지금은 다른 세상이고 내일의 지금은 또 얼마나 놀라운 경험을 가져다 줄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1년도 더 지난 강 작가와 만났던 그 해 여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기억 속 시간들이 새롭게 떠오른다. 그때의 낯선 경험이 바로 오늘, 새로운 하나를 깨닫게 하며 그날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을 이어주는 삶의 켠켠이 성장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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