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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감정에 대하여

흐름 속에서

by 가히

세상 모든 사물의 이름이 있듯 감정에도 분명한 명칭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누군가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막연한 ‘무언가’가 아닌 구체적 존재가 된다. 세상의 모든 감정에도 그런 이름이 온전히 존재하는 걸까.


언어는 감정을 담는 그릇이지만 동시에 감정을 제한하기도 한다. 우리가 어떤 마음을 ‘슬픔’이라고 부르는 순간 그 감정의 수많은 결들이 하나의 단어 속에 단순화된다. 어쩌면 우리는 언어가 허용하는 의미 안에서만 감정을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별히 이름 붙이지 못한 수많은 감정들은 어디에 존재할까. 자신의 언어 바깥에 머물지만 분명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시작을 알 수 없는 감정의 파동이 어느 순간 소용돌이가 되던 날, 놓쳐버린 이성은 미련 남은 나를 다그친다. 표현의 통쾌함과 참지 못한 후회의 중간 어디쯤에 선채 설명 안된 감정의 미숙함을 돌아보는 그 순간, 그럼에도 나를 이해하는 누군가의 다독임을 기대하는 알 수 없는 감정의 맥락이 어렵고 슬프다.


<당신이 원하는 삶과 당신이 살고 있는 삶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기분ㅡOzurie >

ㅡ존캐닉의 '슬픔에 이름 붙이기'중에서


우리가 언어로 붙잡지 못해 그저 마음속에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럼에도 내 감정의 한계가 내가 사는 세상의 자락을 넘어 다가올 일상은 오늘보다 더 아름다운 이길 꿈꿔본다.


https://youtu.be/iWYdl5Okv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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