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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노 Jun 06. 2020

[칼럼] 세상에 가치를 더하다

기획은 2형식이다

소방서에서 군 복무를 할 때였다. 코피가 멈추지 않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아닌 밤중에 무슨 소란인가 싶었지만 일단 구급 대원들과 함께 장비를 챙겨들고 현장으로 갔다. 현장에 도착하니 70대쯤으로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코를 싸쥔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옆에 있던 보호자 말로는 벌써 몇 시간째 출혈이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우선 매뉴얼대로 거즈로 환자의 코를 감싸 쥐고 고개를 밑으로 숙여 지혈을 시도했다. 옆에선 반장님 한 분이 혈압을 측정했다. 그때였다. 환자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답답한 듯 가슴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숨을 쉬기가 힘들다고 했다. 자세히 보니 환자의 입가에 피가 맺혀 있었다. 코피가 역류한 듯 보였다. 손가락에 꽂아둔 옥시미터의 산소포화도 수치는 자꾸만 떨어졌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무래도 그냥 코피가 아닌 것 같았다.



곧바로 필요한 조치들을 취했다. 환자가 아직 의식이 있을 때 서둘러 병원으로 이송을 해야 했다. 미리 챙겨온 휴대용 산소통에 산소마스크를 연결하여 환자의 얼굴에 씌웠다. 필요하면 흡입기를 통해 석션까지도 진행할 생각이었다. 나는 반장님과 함께 환자를 들것에 실었다.


다행히도 병원에는 금방 도착했다. 다만 환자의 바이탈 수치들이 자꾸만 떨어진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의료진에게 환자를 인계하는 것으로 우리의 일은 끝났다. 나는 사용한 장비들을 수거하여 정리했다. 한편 응급실 안에서는 한바탕의 소동이 펼쳐졌다. 환자가 의식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윽고 심폐소생술이 시작되었다. 이 모든 게 불과 30분도 채 되지 않아서 벌어진 일들이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환자의 가슴팍을 힘껏 눌러대는 의사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나는 다시 구급차로 돌아왔다.


이후 들려온 소식에 따르면 환자는 끝내 사망했다고 한다. 우려했던 대로 그의 코피는 단순한 코피가 아니었다. 의사는 아무래도 뇌출혈이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있다. ‘문과여서 죄송합니다’라는 뜻이다.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인문계열 전공자들의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등장한 말이다. 문과를 나온 나로서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에서 열불이 나지만, 또 막상 눈앞에 닥친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할 따름이다. 이공계열을 선호하는 건 비단 기업뿐만이 아니다. 대학 내에서도 빈번히 벌어지는 현상이다. 2015년, 정부에서는 소위 ‘프라임 사업’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소위 취업이 되지 않는 학과들의 통폐합을 유도했다. 아예 인문계열 전공자들에게 복수 전공을 의무화 시킨 학교들도 있다.


그래서일까. 내 주변을 살펴보면 요즘 코딩을 배운다는 사람들이 많다. 학원을 다니기도 하고, 이공계열을 복수 전공을 하거나 아예 전과를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교육부에서는 2019년부터 코딩을 아예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의무교육으로 지정해버렸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인문계열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남들처럼 코딩을 배우거나. 아니면 영상편집, 포토샵 같은 디자인 기술을 연마해서 유튜브를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신르네상스 운동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거나.


하지만 코딩이라는 것도 결국 재능을 타기 때문에 잘하는 이들이 있다면 못하는 이들도 있는 법이다. 코딩을 통해 누구나 카카오톡 같은 기가 막힌 어플리케이션 하나씩 개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게 가능하진 않다. 실제로 주변에서 취업을 위해 코딩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막상 코딩이 자신이랑 잘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봐, 그런 것보단 차라리 기획을 먼저 배우는 게 어때?



기획이란 무엇인가? 사전에 따르면 ‘일을 꾀하여 계획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럼 기획은 어떤 사람들이 하는 걸까?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같은 천재들이나 하는 걸까? 아니다. 의외로 기획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책상이 너무 낮아 목이 아플 때 모니터 밑에 사용하지 않는 여러 권의 책을 쌓아 높이를 올리는 것도 하나의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남충식 작가가 쓴 <기획은 2형식이다>은 친숙한 듯하면서도 어렵게 느껴지는 ‘기획’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내놓는다. 그가 말하길, 기획이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모니터 밑에 쓰지 않는 책을 쌓았을 뿐이지만 이를 통해 디스크를 예방하고, 건강을 챙기고, 기분 좋은 하루를 만끽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기획도 기획 나름이라서, 그 안에서도 좋은 기획과 나쁜 기획으로 갈리기 마련이다. 그럼 이쯤에서 두 번째 질문! 좋은 기획은 어떻게 하나요? 


대학에서 마케팅 관련 수업을 듣다 보면 기획서를 쓸 때가 많다. 물론 각각의 수업 주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과정을 따라간다. 우선은 시장 환경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 자사의 상황은 어떻고, 경쟁사의 상황은 어떠한지, 소비자는 어떻고, 현재 시장의 주요 트렌드는 또 무엇인지 등등. 이러한 조사들이 끝나면 SWOT 분석과 STP 전략을 도출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선 단계들을 바탕으로 하나의 컨셉을 개발해야 한다. 그 후엔 적절한 마케팅 전략이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도 4P 전략이니, 3C 전략이니 갖가지 방법론들이 동원된다.


문제는 이렇게 어렵사리 기획안을 만들어 가도, 막상 발표를 하고 나오면 사람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의 발표를 듣고 나면 방금까지만 해도 최고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기획안이 평범하고 볼품없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한편 오늘날 성공적인 기획으로 평가받는 아이디어들의 출발을 살펴보면 여러모로 의아한 구석이 많다. ‘갤럭시 노트’는 이를 기획한 김기선 상무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몰스킨 노트에서 출발했다. 90년대 후반 일밤의 부활을 안겼던 ‘양심냉장고’는 새벽 4시, 아무도 없는 도로에서 빨간 불을 보고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던 PD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했다. 애슬레저 브랜드로서 무시무시한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는 안다르의 신애련 대표 역시 맨 처음엔 그저 기존의 요가복이 너무 불편하기에 내가 입고 싶은 옷은 내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가 있다.


앞서 말한 세 사람은 소위 말하는 프로세스의 순서를 애를 써가며 지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와는 달리 좋은 기획으로 세상에 특별한 가치들을 창조하였다. 도대체 어떻게? 단순히 경험의 문제일까? 아니면 천재성의 문제일까? 아니다. 그것은 바로 프로세스 때문이다. 기획을 공부로만 접근했던 나는 기존에 나와 있는 프로세스의 가이드라인을 따라가는 데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기획은 그런 프로세스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 정말로 좋은 기획은 단순 명료하면서 동시에 완성도가 높은 기획이다. 기획을 프로세스로만 다루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서는 이러한 단순 명료함이 나오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단순 명료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질문에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대답을 했다. ’단순해지기 위해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대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 본질을 발견할 수가 있다.‘     


기획의 복잡한 프로세스의 결과물이 아니다. 기획의 본질은 간단하다. ‘문제’와 ‘해결’. 이 두 가지가 기획의 전부다. 그 외의 자료, 데이터, 그래프, 스토리텔링, 이미지, 논리 등은 문제와 해결의 관계를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는 데코레이션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다’, 그리하여 ‘해결책은 ~이다’로 기획서의 내용을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의 기획은 좋은 기획이 된다.      


갤럭시 노트의 문제가 넓은 화면을 가졌으면서 동시에 한 손에 들어올 수 있는 크기에 대한 정의였다면, 해결책은 바로 몰스킨 노트의 크기였다. 양심냉장고를 기획한 김영희 PD가 가진 문제가 사람들을 즐겁게 할 무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면, 해결책은 법을 준수했을 때 느꼈던 뿌듯함이었다. 안다르의 신애련 대표가 생각한 문제가 기존의 요가복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이었다면, 해결책은 내가 직접 나의 옷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기획을 구성하는 원리인 ‘문제’와 ‘해결’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결’이라고 말할 것이다. 창의적인 해결이야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은 그 반대다.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가 없다면 창의적인 해결도 나올 수가 없다. 에이브러햄 링컨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다. “만약 내게 나무를 밸 시간으로 8시간이 주어진다면, 그중 6시간을 도끼날을 가는 데 쓰겠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는 문제를 규정하는 걸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오해들이 판을 친다고 한다. 첫째, 문제는 주어진 것이지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문제 규정은 창조성이 필요 없는 과정이다. 셋째, 문제 규정은 기획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러나 이 말들은 모두 틀렸다. 작가는 이 말들을 이렇게 바꿨다. 첫째, 문제는 규정하는 것이다. 둘째, 문제 규정은 가장 창의력이 필요한 과정이다. 셋째, 문제 규정은 기획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따라서 진정한 기획의 고수라면 자신이 가진 역량의 대부분을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데 쏟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럼 문제를 발견하는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책에서는 총 6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는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상은 복잡하지만 본질은 단순하다’라고 말했다. 만약 당신이 기획을 한다면 당신은 무수하고 복잡한 현상들 속에서 단순한 본질을 발견함으로써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지구온난화를 생각한다면 지구온난화가 가져온 기상이변, 생태계 파괴에 집중할 게 아니라 무엇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두 번째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마치 세상 모든 게 신기한 아이들처럼 우리를 둘러싼 주변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에 이를 수가 있다.


세 번째는 도구다. 소위 말하는 시장조사, 분석 툴, 전략 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도구를 적절히 활용하면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 단, 프로세스에 너무 집작해서는 안 된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무수한 데이터들 속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무언가를 통찰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해결이 가능한 문제를 찾는 것이다. 개인의 서명(서명)을 보안 시스템으로 만드는 한 신생 브랜드의 마케팅 공모전에 나갔을 때였다. 나는 브랜드의 문제점으로 낮은 인지도를, 그 원인으로 짧은 역사와 작은 사업 규모를 지적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과의 제휴, 광고모델 섭외,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을 제안했다. 결과가 어땠냐고? 당연히 보기 좋게 떨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1등 팀의 발표 자료를 볼 기회가 생겼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들이 나와 다르게 문제의 원인을 정의했기 때문이다. 1등 팀 역시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브랜드의 역사와 기업의 규모에 손을 댈 수는 없다. 대신 1등 팀은 문제의 원인으로 다른 걸 지목했다. 그들이 파악한 문제의 진짜 원인은 사인(서명)으로 만든 보안 시스템이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1등 팀은 이러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습관’이라는 키워드를 가져왔다. 그들은 같은 습관을 가진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사인(서명) 역시 훌륭한 보안장치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마케팅에 녹여내었다. ‘무엇을 문제로 정의하냐’. 바로 이게 나와 1등의 차이를 만든 셈이다.


다섯 번째는 문제(Problem)을 해결과제(Project)로 바라보는 것이다. 단순히 약점을 찾아 보완하는 것을 넘어서 보다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유엔 묘지를 방문한다는 소식에 미군은 묘지에 잔디를 깔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하지만 당시는 겨울이었기 때문에 푸른 잔디를 구하는 건 불가능했다. QLSAIS 정주영 회장은 낙동강변에서 푸른 보리싹을 가져다가 유엔 묘지에 심는 해결책을 내놨다. 그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문제를 다르게 접근했다. 미국의 국가 원수가 온다는 데 왜 잔디를 깔아야 할까? 왜냐하면 너무 우울하고 황량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우울하고 황량하게 보이는 걸까? 왜냐하면 푸른 잔디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주영 회장은 미군의 과제를 잔디의 유무가 아니라 ‘푸름의 유무’로 바라본 것이다.



프로이센 왕국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자국의 굶주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식량 작물로 ‘감자’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감자를 먹는 것을 거부했다. 국가에서 대대적으로 감자 재배를 장려를 하고, 급기야는 이를 강제하는 방법도 써봤지만 감자의 소비량은 도무지 늘어날 줄을 몰랐다. 오죽하면 감자 재배를 거부하는 바람에 사형을 당한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에 프리드리히 대왕은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했다. ‘사람들이 감자를 먹지 않는다. 그래서 감자 소비량이 저조하다.’ 이건 사실 현상이다. 프로이센에서 시행한 정책들은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었다. 프리드리히 대왕은 이번엔 사람들이 감자를 먹지 않는 이유에 대해 조사했다. 그리고 몇 가지 사실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우선 유럽에서 감자는 오랫동안 가축의 사료용으로 사용되었다. 거기다 모양도 이상하고, 맛도 특별하지 않다. 오죽하면 악마의 뿌리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감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굉장히 안 좋았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감자의 모양이나 맛을 바꾸는 건 당시의 기술력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이제부터 가축의 사료에서 감자를 제외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대신 프리드리히 대왕은 한 가지 꾀를 냈다. 감자를 자신을 비롯한 왕실 식구와 귀족들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선포해버린 것이다. 심지어 병사들을 풀어 밤에는 감자밭을 지키게 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귀족들을 시작으로 모두 감자를 먹기 시작했다. 프리드리히 대왕은 아주 재치있는 방법으로 감자의 리브랜딩을 성공시킨 셈이다.


이것이 바로 기획이 일으키는 마법이다. 기획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 이를 통해 사회에 크던 작던 간에 변화를 가져온다. 그리고 기획이 가진 이러한 마법 같은 힘은 오늘날에도 틀림없이 유효하다.



지난 5월 25일, 미국에서는 백인 경찰들이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릎으로 목을 눌러 그를 사망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플로이드는 무장은커녕 저항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숨을 쉴 수 없다는 플로이드의 절규와 주변 사람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백인 경찰들은 이를 무시했고, 결국 그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은 삽시간에 SNS로 퍼져 미국 전역에 분노를 가져왔다. 설상가상으로 해당 경찰관들이 속한 미니애폴리스 경찰서에서 해당 사건을 단순한 의료사고로 발표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결국 그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경찰은 평화롭게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에 격분한 일부 시위대가 약탈과 방화를 저질렀고,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 투입 계획을 밝히는 일까지 일어났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심해진 데에는 문제를 현상으로만 접근한 미국 행정부의 탓이 크다. 사람들의 분노와 그로 인해 벌어진 시위를 대처하는 데 집중할 게 아니었다. 그들이 왜 분노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사람들이 분노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조피 플로이드가 부당한 죽음을 당했다는 것. 둘째, 생명을 경시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던 공권력의 태도,. 셋째, 수없이 반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될 줄 모르는 인종차별 문제.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했던 건 분명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였다. 그다음은 이번 범죄를 저지른 경찰들과 이를 무마하려 시도했던 경찰 조직에 대한 강력한 법적 조치다. 마지막은 더 이상 이러한 인종차별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줄 정책적인 움직임이다. 이 세 가지만 제대로 시행되었더라면 미국인들의 분노가 그렇게까지 커질 필요는 없었다.     


앞서 말했던 코피로 사망한 환자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지혈을 해도 코피가 멈추지 않는 것에 이상함을 느꼈을 때 조금이라도 빨리 신고를 했더라면, 우리는 그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현상 너머에 본질을 바라보는 것. 그리하여 구조를 밝히고 문제를 정의하는 것. 이것이 바로 기획의 핵심이다. 좋은 기획은 세상에 특별한 가치를 창조한다고 저자는 말했다. 이는 기획에 핵심을 설명해 주는 문장인 동시에 오늘날 우리 모두가 기획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에 특별한 가치를 더하는 것, 그리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성공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혁신'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니었을까.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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