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기준점

by 전명원

<국토교통부는 27일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구글의 1대 5000 지도 국외 반출 신청 건을 심의한 결과 엄격한 보안 조건 준수를 전제로 반출 허가 결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며칠간 인터넷에서 내 눈길을 잡은 기사는 바로 ‘지도’에 관한 것이었다. 내용을 읽으며 여러 가지 마음이 교차했다. 다른 나라의 이곳저곳으로 여행을 다니며 나는 구글 지도의 많은 혜택을 받았다. 이제 구글 없이 해외여행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의지했다. 낯선 곳에서 헤매고 있을 때면 도착지까지의 세세한 길을 찾아주었고, 어찌 가야 하는지 모르는 막막한 때에도 구글 지도는 최단 교통편과 교통비를 안내해 준다. 그뿐인가. 여행지로 떠나기 전부터도 루트를 잡고 준비할 때 구글 지도는 더할 나위 없이 유용했다.

하지만 내 나라에서라면 구글 지도를 볼 일은 없으니 늘 네이버 지도로 길을 찾았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지도를 생각해 본 일은 거의 없다. 생각해 보니 그들도, 내가 외국을 찾았을 때처럼 구글 지도로 여행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려고 할 텐데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엄연한 분단국가이다. 지도는 관광지만 안내해 주는 것이 아니니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이 기사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허가 전제 조건 중 하나로 국내 제휴기업이 국내에 보유한 서버에서 정보를 가공한 후 정보 확인을 거친 데이터만 반출해야 한다고 하며, 그 외에도 몇 가지 더 조건이 붙었다고는 한다.


나는 ‘구글의 지도 국외 반출’이라는 제목과 기사를 읽다가 문득, 그 ‘지도’라는 것이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그 지도의 역사과 자료가 모인 곳을 가보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에까지 이르러 가까이에 있지만 그간 딱히 가볼 맘이 들지 않았던 국립지도박물관(國立地圖博物館)에 가보기로 했다.

사실 지도박물관이란 지도와 관계된 일을 하는 특정 전문가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닐지 싶은 마음과 학생들의 교육에 필요한 공간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찾은 지도박물관은 의외로 친근하고 알찬 정보로 가득했다. 누구든 측량과 지도에 대해, 그 역사에 대해 한눈에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더불어 우리 땅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좋은 시간이었달까.

특히 고지도 속 우리나라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지금과 같은 기술이 없던 시절에 어떻게 지도라는 것을 만들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 정확성이 놀랍기만 하다. 야외공간에는 고산자 김정호의 동상과 기념비가 있어 발길을 옮겼는데, 막상 그곳에서 나를 붙잡은 건 바로 ‘통합기준점’이었다.

지도와 측량에 관련된 기준점에는 삼각점, 수준점, 통합기준점이 있는데 그중 통합기준점(統合基準點, Unified Control Points)이란 “국토에 대한 평면적 위치와 높이 그리고 중력값에 대한 지리적 분포와 시간적 변화를 종합적으로 알 수 있도록 설치한 국가기준점”이라고 한다. 이 통합기준점은 점차 늘어서 현재 7,000여 개의 통합기준점을 3킬로미터의 간격으로 설치하고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그간 내가 알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굳이 찾으려고 애쓰지 않으면 그 작은 ‘기준점’은 쉽사리 눈에 들어오지 않겠지만 어쩐지 ‘기준점’이 우리 주위에 늘 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웠다. 밟고 지나쳤거나, 무심히 눈길을 주지 않았을 그 수많은 기준점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편하게 내비게이션을 열어 낯선 길을 달리고, 대중교통으로 길 찾기 기능을 이용해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원하는 곳에 다다를 수 있다.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것이 바로 ‘지도’이며, 그 지도는 일정한 ‘기준점’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 역시, 나의 삶 역시 하나의 지도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하나의 지도가 만들어지듯 내 안에서도 나를 만드는 기준점을 생각한다. 정밀한 지도는 우리가 안심하고 다음 발걸음을 계획할 수 있게 해준다. 정확한 지도가 우리를 정확한 길로 이끌어 주는 것이다. 내 안의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기준점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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