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의 글

갑자기 쓰는 시 11

by 그유정

쓱- 훑듯이 읽어봐도

눈을 감고 떠올려봐도

이 글은 내 딸의 글이 틀림없네


우리 딸 같은 아이 또 있나

작가 이름 지우고 읽어도

내 딸의 글이 틀림없네


방황하던 10대 시절

도와줄 것 못 찾아

눈물 훔치던 날들


기특하게도 방황 끝에

자리 잡아 안심시켜 주었지


웃고 있는 얼굴 안도하지만

그 속마음 더 알고 싶어

숨죽여 들여다봤다


쉽게 보이지 않는 딸의 마음

보이는 모습 그게 전부이길 간절히 바랐네


글 쓴다는 딸의 말에

남몰래 들어가 훑어본다


쓱- 훑듯이 읽어봐도

눈을 감고 떠올려봐도

이 글은 내 딸의 글이 틀림없다


내가 들여다본 그 얼굴 떠오르네

내 딸의 글이 틀림없다


눈을 감고 떠올려봐도

내 딸의 글이 틀림없다



엄마에게는 제가 서른이 훌쩍 넘었어도 아직도 아이예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어도 말이에요.

글을 쓰고 있다는 말을 엄마에게 처음 한 날, 제 마음은 사실 부끄러웠어요. 꼭 엄마가 읽어주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론 너무나도 쑥스러워 제가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엄마가 잊어버리길 바라기도 했어요.

며칠 전 엄마에게 전화가 왔어요.

”유정아 글 잘 읽었어.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이 글을 쓴 아이는 우리 딸이구나, 하고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단다. 네가 쓴 글이 아니었어도 이 글을 쓴 이는 참 우리 딸과 닮았다고 생각했을 거야. “

제가 쓴 글이 진짜 나의 모습이 담겼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어요. 그리고 엄마가 진짜 나의 모습을 알고 계셨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도 느꼈습니다.

10대 때는 “엄마가 뭘 알아!”하며 모질게 굴기도 했어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저를 제일 잘 아는 분은 엄마였는데 말이에요. 엄마 마음 아리게 했던 그 시절들, 참 죄송했던 시절입니다.

오늘따라 엄마가 참 보고 싶어 지는 날입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