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섯, 나는 다시 신입사원이 되었다.
100통의 이력서 끝에 얻은,
마흔여섯의 단 하나의 면접
“어디 가도 내가 갈 만한 곳 없겠어?
그동안 열심히 살았는데.”
그렇게 당당히 회사를 나왔다.
답답하기만 했던 그곳에서,
더는 못 버티겠다고 등을 돌렸다.
“일할 데는 많아~ 걱정 마.”
가족과 친구들에게 큰소리를 땅땅 쳤다.
새로운 길을 가면 된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그 사이 나는 마흔다섯을 넘겼다.
경력이 쌓였든, 이력이 쌓였든,
46살이라는 숫자는 면접 기회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예전에 치과에서 일했었던 언니가 했던 말이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일하고 싶은데, 아직 건강한데… 아무도 받아주지를 않아.”
그땐 그냥 흘려들었는데,
13년이 지난 지금,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내가 되어 있었다.
화려한 스펙도, 번쩍이는 경력도 없는 나이에
이력서를 내민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후회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멈출 수 없었다.
가족이 걱정스럽게 묻는다.
“괜찮은 거야?”
나는 허세 섞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걱정 마~ 나 안 뽑으면 그쪽이 손해지.
인연이 아닐 뿐이야.”
하지만 속으로는 내내 쫄아 있었다.
손 안의 모래알처럼 마음은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밥 먹는 시간을 빼고는
잡코리아, 사람인, 알바몬, 고용지원센터…
취업 사이트를 샅샅이 뒤졌다.
보이는 족족 이력서를 보냈다.
여행업도, 교육업도 재미있었지만
결국은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이번엔 마케팅 업계의 문을 두드렸다.
100통의 이력서를 보내고서야
기적처럼, 단 한 번의 면접 기회를 얻었다.
“마케팅이라니…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뽑아줄까?”
잠깐 후회와 망설임이 들었지만,
생각해 보라.
여행이든, 가게든, 교육이든 결국 마케팅이 잘돼야
흥하는 법 아닌가.
나를 달래 보았다.
게다가 나는 블로그 쓰는 걸 좋아한다.
SNS에 글 올릴 때마다 느끼는 소소한 재미.
그렇다, 광고 마케팅과 나는 생각보다
잘 맞을지도 모른다.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압박면접.
“이 정도면 나한테 관심 있는 건가?” 싶다가도,
“아냐, 그냥 오래 물어본 걸 수도 있어.”
긴장과 의문 부호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대표님은 내 얘기에 잠시 귀를 기울였다.
“중국집 운영을 해봤다, 웍까지 돌려봤다,
일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늘 최선을 다했다.”
그 말에 조금은 마음을 여신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눈빛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나는 충분히 답하지 못한 듯했다.
“그래도 괜찮아. 오늘만큼은 내가 최선을 다했잖아.”
스스로 위로했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로또 번호보다 더 알 수 없는 게 바로 면접 결과니까.
특히 이런 질문에서 나는 망설였다.
“전에 직장을 왜 그만뒀나요?”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닌데…”
그 많은 감정을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까.
상대가 오해하지 않게 말할 수 있을까.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후회가 밀려왔다.
좀 더 조리 있게 말할 걸, 좀 더 나를 어필할걸.
하지만, 또 생각한다.
결국 이 모든 게 내가 만들어낸 인생의 문장 아니던가.
오늘 읽은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의 구절처럼,
내 길은 결국 나의 선택들로 이어져 있을 뿐이다.
내일부터는 알바를 시작한다.
내가 원하던 직종은 아니지만, 괜히 웃음이 난다.
“그래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잖아!”
일한다는 건 살아 있다는 증거다.
돈을 번다는 건 꿈을 이어갈 연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다시 배우는 건
내일을 위한 준비다.
취업도, 면접 기회조차도 쉽지 않은 마흔여섯.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나답게,
내일도 또 도전하며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