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섯, 나는 다시 신입사원이 되었다.13
워크숍을 가게 되었다.
그것도 말 그대로 갑자기, 뜬금없이.
회사 일정표 어디에도 없던
그 워크숍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그냥… 갈까요? 우리끼리.”
“이번 주말에요…?”
“응. 그냥 훅 떠나는 거지.”
그렇게… 정말 훅 떠나게 되었다.
준비 과정은 역대급이었다.
어느 회의보다 뜨거웠다.
“저녁은 무조건 맛있는 데로!”
“숙소는 사진 봤는데 너무 괜찮던데?”
“아, 그리고 워크숍 대표 뽑아야 되는 거 아시죠?”
회의인데… 웃겨 죽는 줄 알았다.
평소에 보고서 방향 잡는 회의보다
더 치열하고, 더 계획적이고, 더 진지했다.
그리고 훨씬 더 즐거웠다.
전날 새벽 2시까지 제안서를 제출하느라 정신없는 밤을 보냈고,
눈 비비며 출근해서 마무리 못 한 일들을 정리한 뒤
점심 무렵 워크숍 장소로 이동했다.
피곤한 일정이긴 했지만,
첫 워크숍이라는 설렘이 그 피로를 덮고도 남았다.
우리 팀은 기획팀 5, 영상팀 1.
디자인팀은 일정 때문에 빠져 총 6명.
05년생부터 96년생까지.
연령대로만 보면 아주 넓은 스펙트럼인데…
웬걸, 또 묘하게 잘 맞는다.
부안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서
유명한 노을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파트장님 추천 맛집에서 먹은 바지락비빔밥은
그야말로 대.만.족.
“와… 이거 진짜 맛있다.”
“그러니까 내가 여기 오자고 했잖아요.”
파트장님은 진짜 맛도락 천재시다.
계획과는 다르게,
저녁식사가 되었지만 그래서 더 맛있었다.
밥을 먹고 젓갈도 사고, 회도 사고,
비 오는 바닷가를 살짝 걷다가 숙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
술이 한두 잔 들어가자
서로의 경계는 부드러워지고
분위기는 더 편안해졌다.
게임도 하고,
팀 나누어 윷놀이도 하고,
웃기지도 않은데 배꼽 잡고 웃고.
그러다 갑자기 고스톱을 치기 시작했다.
“과장님, 고스톱 칠 줄 아세요?”
“…조금?”
조금이라고 했지만,
팀원들이 룰도 모르는데 어쩌겠나.
싹. 쓸. 이.
“헐… 타자네!”
“아니야, 그냥… 어릴 때 조금… (작아지는 목소리)”
아. 여기서 나이가 제대로 들통났다.
전날 새벽까지 일하고 온 사람들이 맞나 싶을 만큼
밤은 길고 시끄럽고 웃음이 많았다.
참 이상하게 재밌었다.
다음날은 워터파크로 향했다.
사실 나는 예전부터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애들 어릴 때도 물에 몸 담그는 걸 싫어해
잘 안 들어갔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과장님 빨리요! 우리 기차 해야 돼요!”
“잠깐만! 나 준비도 안… 으악!”
여섯 명이 줄줄이 연결되어 물 속에서 기차놀이를 하는데
내가 지금 초등학생이 된 건지,
회사 사람들과 함께 온 건지
순간 헷갈릴 정도로 신나게 놀았다.
아이들과 부모님들 사이에서
어색하게 끼어 있던 우리의 기차놀이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계속되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물 속에서 뛰어놀았던 시간.
초등학교 저학년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았다.
그날 밤 웃고 떠들던 순간들,
비 오는 바닷가에서 느꼈던 낯선 편안함,
워터파크에서 아무 생각 없이 물 위를 떠다니던 그 시간까지.
마흔여섯의 나는
어느새 이 회사에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물들어 가고 있었다.
새롭게 배우고,
새롭게 어울리고,
새롭게 웃게 되는 날들 속에서
나는 다시,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