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섯, 나는 다시 신입사원이 되었다.12
며칠간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참관하고,
심지어 도우미까지 해본 자리였으니 당연했다.
“어때? 해보니까?”
만약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와… 진짜 배울 게 많네요.
영상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현장과 실제는 정말 다르더라고요.”
현장은 책상 앞에서 상상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무대 위 사람들의 잔뜩 긴장한 표정,
뒤에서 뛰어다니는 스태프들의 분주한 걸음,
그리고 내가 맡은 사소한 일들까지.
모든 게 ‘업무’라기보다, 살아있는 교과서 같았다.
하지만 시작부터 삐끗했다.
중요한 행사에 정장조차 입지 않은 것이다.
“일해야 하니까 편한 옷이 낫지 않을까?”
그땐 그렇게 생각했지만, 현장에 들어서는 순간 단번에 알았다.
‘아차… 오늘 잘못 입고 왔구나.’
평소에는 늘 정장을 입고 출근하면서,
왜 하필 그날만 예외를 뒀을까.
“아, 진짜 멍청했지.”
혼잣말을 몇 번이나 중얼거리며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그 작은 실수가 오히려 큰 교훈이 됐다.
“현장은 절대 가볍게 준비해서는 안 된다.”
행사 중간에는 또 다른 소동이 있었다.
사인 오류.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다행히 큰 문제 없이 넘어갔다.
행사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도, 한 뼘은 자란 것 같다.”
그런데… 진짜 시련은 바로 이어진 제안서였다.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고, 일정은 빡빡했다.
게다가 여행 과업 진행까지 겹쳐 더 벅찼다.
“이번엔 페이지도 좀 늘려봅시다.”
파트장님의 말에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하지만 이어진 말은 나를 울컥하게 했다.
“이런 부분까지 직접 해봐야 전체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요.”
순간, ‘아, 나도 다음스텝으로 옮겨가고있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조금 더 무겁지만, 동시에 조금 더 값진 짐을 내 어깨에 얹어주신 느낌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마감은 코앞이었고, 사수님조차 너무 바빠 손을 빌릴 수 없었다.
결국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그때 팀원들이 다가와 말했다.
“괜찮아요, 같이 해요.”
그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결국 세 시간이나 지나서야 모든 작업이 끝났다.
부족한 내가 민폐를 끼친 것 같아 서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마음 한켠이 따뜻했다.
내 부족함을 메워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가.
돌이켜보면, 그 모든 과정이 결국 나를 성장시켰다.
실수는 창피했지만, 그 실수 덕분에 배운 게 있었다.
마감을 못 지켜 속상했지만, 그 속에서 협력과 신뢰를 알게 됐다.
예전의 나는 늘 이렇게 자책했다.
“나는 왜 이렇게 못하지?”
하지만 이제 조금 다르다.
“나는 지금 배우는 중이야.”
이 말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나는 달라질 수 있을까?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여전히 스스로에게 묻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성장은 눈에 보이지 않게 찾아온다.
작은 실수와 좌절,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 순간 “아, 내가 변했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속도가 느린 만큼 더 단단해지는 중이다.”
오늘도 나는 느린 나를 응원한다.
실수도 하고, 눈물도 흘리지만,
그 모든 것이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공들여 쌓은 탑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 탑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