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는 한잔만 -1
카발란 디스틸러리 40.0
위스키를 언제부터 마시게 되었을까.
양주라는 이름이 익숙한, 그리고 양맥으로 배운 내 위스키는 어딘가 어둡고 음습한 곳에서 커를 찌르는 향수냄새와 함께한 기억이 크다.
40대라는 건 그 자체로 굉장히 형용하기가 어렵다. 매일이 익숙해서, 그 익숙함에 숨이 막히는 나날이 반복이다.
친구도 없고, 친구도 없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찾는 곳이 바가 되는 것은 아마도 당연한 이야기가 아닐까.
카발란이라는 위스키는 그래서 내 이야기의 첫 장으로 쓰고 싶었다. 이왕이면 병이 아니라 잔으로 파는 곳에서 위스키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다.
딜런바는 그래서 좋은 곳이다. 다른 엘피바도 있지만, 하이파이 오디오로 영상과 음악을 들으며 한 모금을 삼킨다.
입안에 들어오는 지점에서는 달콤한 향, 바닐라 향이 감싼다. 그리고 여느 위스키 알못이 그러하듯 맛을 음미하기보다는 삼켜지는 그 맛이 못내 화끈하다.
피트향을 아직 구분하지는 못한다. 나무향? 초코렛향? 같은 게 있지만 아직은 나에게 그냥 독한 술이다.
위스키를 선택한 이유다. 독한 것이 목을 타고 넘어가고 나면, 이런 것을 이겨내는 내가 대견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 그 느낌에 마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에 동감한다.
그래서 카발란이었다. 위스키가 유명한 스코틀랜드도 아니고, 버번이나 코냑, 라이가 아닌, 대만산 위스키. 딱 나 같았다. 위스키가 대만이라니.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그 자체로 웃길 것 같다.
뭐, 사실 유튜브 술익는 마을님이 이야기하신 그 내용이 있는데 그거까진 잘 모르겠다. 중요한 건 엔젤스셰어가 많은 곳에서, 적게 숙성한 위스키이지만 유명해질 만큼 유명해져 영화에도 나온다는 것.
음, 이제 이런 글을 쓸 때는 꼭 딜런바에 8시 이전에 와야겠다. 아무도 없고, 위스키는 독하고, 음악이 굉장히 영향을 많이 미친다. 말랑말랑한 노래가 나오면 단락마다 기분이 바뀐다. 이래서야 원. 기분이 매우 좋잖아.
위스키를 이번에는 머금지 않고 마셔본다. 스몰 바이트지만, 조금 더 비강에서의 느낌이 강하다. 좋다. 마시고 크으 하는 느낌이 아닌 게 너무 좋다. 다음에는 뭐 마셔볼까